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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논평] “알면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허위영상물 소지 처벌 완화 규탄한다
  • 2024-09-26
  • 917

[성명] “알면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허위영상물 소지 처벌 완화 규탄한다 



2024년 9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4항 허위영상물임을 "알면서"라는 단서를 추가하여 소지, 구입, 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처벌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항은 허위영상물, 즉 딥페이크와 같은 허위 성착취물의 시청, 저장, 구입, 소지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중요한 개정이며, 누락되어 있었던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가해자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냈다. 이에 우리는 강력히 분노하며, 이번 법 개정안을 규탄한다. 


첫째, 처벌의 사각지대 발생

“알면서”라는 문구의 추가는 허위영상물, 즉 딥페이크를 소비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대폭 축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딥페이크 영상물은 피해자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고통을 초래하는 범죄 행위다. 그러나 “알면서”라는 조건을 추가함으로써 소비하는 가해자는 허위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며 법적 처벌을 회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행위의 책임을 무겁게 묻는 대신 법망을 빠져나가는 허점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둘째, 피해자 보호의 후퇴 

“알면서” 라는 법적 처벌에 단서를 둠으로써, 피해자나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의도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딥페이크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기술상 식별 차원에서는 별도 예산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정도다. "정확히 몰랐다"고 말하기 쉽다는 점은 악용될 여지가 크고, 이는 딥페이크를 생성, 소비하는 수요-공급 구조에 대응하라는 시민들의 법 개정 요구에 오히려 반한다. "알면서"라는 단서에 피해자는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지고,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혐의 수사와 유죄판결에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알면서”라는 단서는 다른 디지털 성폭력 범죄 처벌 조항에도 손쉽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 지금도 많은 피의자, 피고인들은 ‘불법촬영인 줄 몰랐다, 원하지 않는 유포인지 몰랐다, 아동청소년인 줄 몰랐다’ 등과 같은 주장을 빈번히 하고 있다. “알면서” 라는 단서를 두는 것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 행위다. 국회는 딥페이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과 엄중한 관심 속에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가해자가 빠져나가게 되는 이번 개정안을 규탄하며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디지털성폭력을 다루는 법안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서 불법촬영과 비동의 유포, 영리목적 유포와 소지 등을 다루고 있고, 14조의2에서는 허위영상물등의 제작과 유포, 영리목적 유포를 다루는 형태로 이미지의 생성 과정에 따라 두 조항에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각각의 조항 안에서 다시, 이미지를 유포하는 방식을 반포/판매/임대/제공/전시/상영 등으로, 소지하는 방식 역시 소지/구입/저장/시청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렇게 범행을 조각내서 다루고 있는 법안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성폭력의 생리를 반영하지 못한다. 촬영/합성/편집/가공, 그 외의 방식을 통해 이미지가 ‘생성’될 수 있고, 반포/판매/임대/제공 등의 방식이 아니라도 유포될 수 있으며, 소지/구입/저장/시청의 방식이 아니라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체 디지털성폭력의 생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열거된 행위태양들에 더해 ‘알면서’를 소지 관련 조항에 추가한다면 법이 다루는 디지털성폭력의 범위는 협소해지고, ‘합성, 편집, 가공물인 줄 몰랐다’는 엉뚱한 쟁점으로 번질 수 있다. 


이미 가해자 변호 시장에서 ‘불법촬영물인 줄 몰랐다’, 혹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변호 전략으로 대거 내세우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미지의 결합이 아니라 키워드 입력을 통해서도 이미지가 생성되는 AI시대를 살고 있다. 딥페이크 성폭력에 진정 대응할 수 있으려면 이미지를 ‘진짜’와 ‘가짜’로 구분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조각나있는 행위 태양을 ‘생성’, ‘접근’ 등의 개념으로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강력하게 촉구한다.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의 소비행위, 수요구조, 공급망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고 엄중하게 처벌하라. 이를 위한 법적 보완을 강화하라. 22대 국회는 피해자의 권리와 인권의 관점으로, 예방의 책무를 담아 딥페이크 성폭력에 대한 수사사법시스템을 구축하라.  



2024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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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방금 국회 본 회의에서 ”알면서“ 단서를 뺀 추미애 의원 대표발의안이 긴급 발의되어, ”알면서“ 가 빠진 수정안으로 표결되었다고 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 (발의연월일 : 2024.9.26) 발의자 : 추미애 의원
찬성자 : 윤종군, 김한규, 전현희, 이건태, 박균택, 정준호, 박지원, 민병덕, 김남근, 장경태, 박민규, 김성회, 안태준, 장철민, 이성윤, 강유정, 백승아, 김용민, 서미화, 부승찬, 송재봉, 전진숙, 김승원, 임미애, 김용만, 이연희, 김남희, 정진욱, 노종면, 모경종, 조계원 의원(31인)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소지 시청의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처벌법, 성착취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협박강요 범죄의 처벌 규정 신설(경찰의 긴급 신분 비공개 수사 근거) 등이 가결됐습니다. 여성혐오 성폭력, 온라인 성착취의 구조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