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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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예방 사회협의체 발족취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 |
지난 6월 4일 보건복지부는 범국민 생명존중사회분위기를 조성해 인공임신중절을 예방하겠다며, 인공임신중절예방 사회협의체를 발족하고 협약서를 마련하여 본격적인 민, 관 연대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낙태를 둘러싼 문제가 사회적인 쟁점으로 점화된 것은 지난 2월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시술 병원을 검찰고발 하면서부터다. 원치않는 임신, 출산과 양육의 열악한 현실과 현행법 사이의 오랜 괴리를 일부 의사들이 일방적이고 성급한 방식으로 단죄해버린 상황에서 사회협의체는 정부당국이 처음 내 놓은 대책기구라 귀추가 주목되었다. 그러나 이 사회협의체는 이미 한국사회에서 편협하고 비대칭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구도를 재조정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대로 답습, 수용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 낙태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행보는 정부가 낙태가 발생하고 하는 맥락과 낙태를 둘러싼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낙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발상으로서, 책임당국으로서 자격미달인 무책임한 발상이다.
낙태는 여성들이 생명을 존중하지 않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낙태의 배경에는 여성들이 성관계와 임신, 출산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우리사회의 이중적인 성문화와 미비한 사회제도 안에서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과 경험이 존재한다. 낙태는 임신, 출산,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이 현재와 미래의 삶에 대한 통합적인 고찰 끝에 내리는 책임 있고 신중한 결론인 것이다.
이러한 낙태의 현실을 간과하고 생명존중분위기조성으로 낙태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보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발상이 유감스럽다. 이번 사회협의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약서에 출산 친화적 사회환경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던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의 제안이 배제되었던 것도 정부의 이러한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스스로 언제 누구의 아이를 몇이나 출산할 것인지를 전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사회협의가 과연 실질적인 해결책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낙태는 단지 생명을 경시하기 때문에 이루어진다는 단순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낙태가 이루어지는 사회경제적 이유에 대한 분석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여성이 성관계와 임신, 출산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여성들이 놓여있는 삶의 조건들을 개선하기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낙태율은 여성들이 피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남성과 국가․사회의 적극적 양육 책임 분담 등과 같은 조건이 마련되었을 때 줄어든다.
생명존중분위기조성으로 낙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의 단편적 해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조속히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0. 6. 7.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
다함께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전국여성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