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힘의 정치, 성평등으로 뿌리 뽑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금, 각 정당이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를 낼 것으로 예측되는 더불어민주당은 “성별을 가르기보다는 통합에 초점을 둔 장기적 정책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여러 자리에서 발화했다. 성별 갈라치기가 아니라 통합적 정책 제시를 하겠다는 선언 문자 그대로에는 환영을 표한다. 우리는 ‘젠더 갈등 프레임’에 처음부터 반대했고, 제대로 된 젠더 정책과 성평등 정치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성별을 가르기보다는 통합에 초점을 두겠다’는 말은 ‘젠더 갈등 프레임’을 배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프레임은 마치 청년 여성과 청년 남성이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해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를 해석해 왔다. 이는 OECD 국가 중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수년째 가장 크다는 현실, 유리천장 지수에서는 고질적으로 최하위라는 현실, 매일 한 명의 여성이 살해당하는 현실을 가려왔다. ‘젠더 갈등 프레임’은 구조적인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를 잘못 해석하고 있으며, 사회 분석 범주로서 제기된 개념인 ‘젠더’를 극심하게 오용한다. 나아가 지난 20대 대선 국면에서만 ‘젠더 갈등’ 관련 보도가 급증하고, 선거 이후에는 급격한 감소를 맞이했기에 ‘젠더 갈등 프레임’이 선거 동원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여러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 양극화, 다양성 포용 부족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담론인 것이다.
‘젠더 갈등 프레임’을 통해 여성혐오 정동을 자극하여 우익 남성을 결집하게 한 윤석열의 말로를 보라. 그는 20대 대선에서는 당선되었지만, 불법 계엄과 극우의 준동을 초래했다. 반-윤석열과 반-국민의힘으로 결집한 야당들은 현 시국을 ‘젠더 갈등 담론’의 심연이자 결과로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차별의 구조적 문제를 살피고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정치의 과오를 청산하는 것을 정치의 방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극우 기독교 세력을 눈치 보며 차별금지법을 “나중에”로 미뤄왔던 과오, 총선 10대 정책 공약에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포함했다가 여성혐오 남초 커뮤니티의 댓글을 눈치보며 “실무적 착오”라며 철회했던 과오를 말이다.
하지만 의아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방향에 정작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여성과 소수자의 염원인 성평등이 보이지 않는다. 성평등 없는 통합과 변화가 가능한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닌가?
극우와 불법 계엄에 의해 크게 흔들릴뻔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다질 방법, 그리고 다시 나아갈 길은 바로 성평등이다. 저출생, 민주적 정치개혁, 차별금지, 혐오방지, 부와 빈곤의 양극화, 돌봄 사회, 주거의 문제,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모두 성평등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광장의 요구 1순위는 현재 ‘사회대개혁을 위한 사회 문제 해결’이다. 시민들은 이미 윤석열 퇴진 이후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불법 계엄 국면을 바로잡고, 미래의 정치를 그려낼 것이다. 성평등은 지금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성차별을 종식하고, 성평등을 추진하자. 더불어민주당의 오류 수정을 기다린다.
2025년 2월 20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참고자료]
경향신문, “민주당, 청년 민생입법 논의···2030 정책 제시 두고 고심”, 2025.02.17 18:01,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71801001
여성신문, “‘젠더갈등’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담론…청년 목소리 실종”, 2025.02.18 18:14,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8333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 ‘왜 광장에 나오셨나요?: 시대가 묻고 광장이 답하다’ 광장을 담아내는 토론회 자료집, 2025.01.23, https://drive.google.com/drive/u/0/folders/196Q6k5iypxJuBarx9Dt-zj1DHKwWvcKt
한국성폭력상담소, [온라인토론회] “젠더갈라치기”라는 새로운 함구령을 넘어 젠더폭력 저항하고 애도하기, 2022.08.18. https://sisters.or.kr/data/report/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