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비동의강간죄’ 추진 여성가족부 직원 부당감찰 규탄 성명
강간죄 개정 거부의 시대는 끝났다. 비동의강간죄 도입하라!
2023년 1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비동의강간죄 도입 검토를 담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으나 법 개정 계획이 없다는 법무부 입장 발표와 국민의힘 반발로 인해 이를 철회한 바 있다. 2025년 2월 19일 경향신문은 당시 기본계획을 총괄했던 김종미 전 여가부 여성정책국장 인터뷰 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안에서 여성정책이 어떻게 말살되고 있었는지” 폭로하였다.
비동의강간죄는 상대가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동은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상식을 반영하여 성폭력 범죄의 판단 기준을 폭행과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으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수차례 명문화를 권고해왔다. ‘비동의강간죄 도입 검토’가 담긴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은 다수의 국무위원이 위원으로 참여한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의결하였고 2022년 12월 여가부 내 4차 회의와 외부 공청회, 2023년 1월 초 여가부 실무위원회, 대통령실에 3~4회의 서면 보고 등 1년여 과정을 거쳐 마련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러한 과정과 시도를 무시한 채, ‘비동의강간죄 도입 검토’를 제안한 여가부 직원들에게 개인의 신념이나 의견을 집요하게 질문하여 7시간 넘게 감찰·조사하고 경고·주의 조치를 내렸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단언하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행보는 충격적이다. 비동의강간죄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이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발의했던 법안이다. 비동의강간죄 도입 검토는 제1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 때부터 있던 정책과제이며 제3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은 법무부의 수정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비동의강간죄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법원행정처는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논의를 지연시켰다.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무고죄’ 강화를 내세우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왔다.
사회적·시대적 요구를 수용하여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준비한 담당자들을 표적 삼아 감찰·조사하고 경고·주의를 내린 일은 단순히 개개인에 대한 일회적 조치가 아니다. 이는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일, 피해자를 무고 가해자로 가해자를 ‘억울한 국민’으로 왜곡하는 일,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 실태를 외면하고 부정하는 일의 연속선에 놓여 있다. 일련의 상황은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을 문제 삼지 말고 바꾸려 들지 말라는 입막음이자 탄압이다.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서부터 법·제도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차단한 윤석열 정부는 역설적으로 스스로가 구조적 성차별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성평등 가치를 훼손하고 성평등 추진체계를 방해하며 책무를 저버린 결말은 ‘민주주의 파괴’였다.
비동의강간죄는 국제사회의 원칙이자, 사회적 상식이다. 스웨덴, 캐나다, 영국, 독일 등에서 이미 동의 없는 성적 침해를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법무부 주도로 기존의 형법상 강간죄 명칭을 ‘부동의성교죄’로 변경하였고 동의 의사를 형성·완수·표명할 수 없는 8가지 구체적 사유를 열거하는 등 전면적으로 개정하였다. 한국 사회 역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미투운동, 텔레그램·딥페이크 성착취 등을 지나며 성폭력 범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강간죄개정 요구를 사회적 상식으로 만들어왔다. 2021년 강간죄 개정 촉구 서명운동에 2만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였고, 올해 1월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2건의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 이상의 시민이 동의했다.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 해결을 외치는 이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광장을 채우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앞둔 지금, 성평등으로 완성되는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우리는 다시 외친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비동의강간죄’ 추진 여성가족부 직원 부당감찰 규탄한다!
윤석열 정부의 폭력적 성평등 정책 탄압을 규탄한다!
강간죄 개정 거부의 시대는 끝났다.
국가 성평등 추진체계를 강화하고 비동의강간죄 도입하라!
2025.2.20.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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