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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후기] 자원활동가 영의 활동 후기🏃🏃🏃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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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마지막을 앞두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간에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 후기를 적을 수 있어 더욱 다행스럽고 좋습니다. 저는 2024년 5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정기 출근하였고, 이후 온라인으로 자료를 마무리하여 10월 31일 상담소 마지막 방문까지 약 5개월 동안 자원활동가로 활동하였습니다.


2024년은 제가 저의 부족한 부분들을 인정하고, 그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여러가지 도전을 한 해였습니다. 저는 여성학을 공부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적은 글에 늘 자신이 없었고, 미약하지만 작은 부분이나마 기여를 하며 단체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저 개인적으로 신뢰를 가져온 곳이었기에 자원을 하는데 큰 고민이 없었습니다.


저의 업무는 크게 1)‘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특별법)’ 제정 30주년 맞이 토론회 기획 및 준비 2)일상업무지원 이었습니다. 토론회 자료집에 30년간의 상담데이터 통계분석 자료가 담길 예정인데, 데이터를 통계 분석하기 이전 단계에서 전체적으로 다듬어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저의 주 업무였습니다. 이외에도 상반기 활동가법률교육에 참여해 후기를 작성하거나 북클럽 <폭주하는 남성성의 현재들> 스터디에 참여하여 후기를 작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업무에서는 특별히 어려운 일이 없었고, 일주일에 한 번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에 상담소의 공간과 활동가분들의 업무를 지켜보며 느낀 것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관 근무 경험이 다양하지 못했기에 페미니스트들이 일하는 공간이 늘 궁금했는데요, 그중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다들 정말 너무 바쁘다..’ 였습니다. 당직, 야근, 회의, 전화 문의가 끊임이 없고, 외부 일정으로 만나는 것이 더 어려운 분들도 있었습니다. 옆에서 집중을 깨고 싶지 않아 눈치를 보게 될 정도였는데, 저도 모르게 어떻게 저런 집중력으로 매일 일 할까, 순간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저도 상담소에 가 그 에너지를 얻어온다는 느낌 정도였는데, 출근을 하는 요즘 생각해보면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또, 계속해서 공부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공부의 주제는 사회적 현안이 되기도 하고, 개념·이론에 대한 논문, 저서에 관한 것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모습은 저에게 안건이 생길 때마다 묻고, 또 책임감 있게 답하며 서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는 모습인 동시에 그것들을 쌓아가는 모습처럼 보여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의 저에게는 그 모습이 귀감이 되어있습니다.


누구나 사건을 접하는 첫 순간이 있고, 피해자·신고인을 마주하는 첫 장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한성폭을 떠나 다른 곳에서 그 경험을 하고 있지만, 성인으로서든, 활동가로서든, 직장인으로서든, 지원자로서든, 상담가로서든. 자신이 아직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생기는 순간순간들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활동 중인 모든 한성폭 활동가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만들어주신 음식을 다같이 넓은 테이블에 앉아 먹었던 점심을 가장 따듯하게 기억합니다. 활동 경험을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 건강한 모습으로 뵙고 싶습니다.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가 영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