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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발언] 민주주의 광장, 페미니즘 없이 불가능하다면
  • 2025-02-03
  • 89




[발언문] 민주주의 광장, 페미니즘 없이 불가능하다면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비상행동 시민공론장 part.1 나의 광장 출동기에 참여한 시민들은 “우리 일상을 바꾸기 위해 만나고 싶은/만나야 하는 운동”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아주셨습니다. 민주주의·시민참여, 차별금지·소수자인권, 페미니즘인데요. 다시 보면 셋은 각각 나열되는 주제가 아닙니다. 서로 없으면 안되고, 함께여서 더 나아가는 관계입니다. 광장의 사람들, 무대, 깃발처럼요. 이 세 주제가 꼽힌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시민들의 삶과 생각과 문화, 관계를 바꾼 중요한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한국의 우익·우파가 이를 말살하려 하면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한국의 ‘민주’정치가 이를 쉽게 후순위로 미뤄왔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은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요?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 은평구에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아프고 병들면 아픈 개인을 탓하고, 전통가족-성역할에 돌봄을 전가하고, 의료가 더 상업화, 과잉화되는 문제가 크잖아요. 이걸 해결해야 인간다운 삶을 사는 구나, 깨달은 페미니스트와 지역주민이 만든 조합입니다. 여기서 매년 여성주의학교가 열리는데요, 모토가 “페미니즘 만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는 없지만, 페미니즘 없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입니다. 10년 넘게 교육이 매년 열리는데, 그야말로 젠더노소가 참여합니다. 마칠 때는 각자의 보고서도 발표하는데요 무엇이 건강인가, 질병인가, 돌봄인가 다시 쓰는 장입니다. 페미니즘은 자기 건강과 질병 뿐 아니라 지역을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성폭력 분야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며 ‘흉악범’을 반복했습니다. 전자발찌 코일 강화, 형기 마친 후 주거분리 제시카법 등이 공약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흉악범인가요? 다른 공약에는 성폭력 무고죄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가 있었지요. 성을 수치스러워 하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선동은 정작 상호동의가 필요한 다양한 성적현장을 똑바로 보지 않습니다. 그 상징이 70년 넘게 “피해자의 현저한 저항”을 따져 물어온 형법상 강간죄 조항입니다. 성폭력 대응에 필요한 건 공포와 안전만 강조하면서 여성을 삭제하는 정책이 아니라 일상의 성차별, 성희롱, 동의없는 성적침해를 바꾸는 시민들의 참여를 더 적극 만드는 정책입니다. 페미니즘 관점의 여부는 성폭력 대응을 완전히 바꿉니다.


지금의 광장, 사회대개혁이 페미니즘과 함께 한다는 게 무엇인지 세 가지로 강조하고 싶어요.


첫 번째 페미니스트 시민 주체입니다.


지금 민주주의 광장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성차별주의 극복은 당연한 전제입니다. 자신을 바꾸고 주변을 바꿔온 이들 덕분에 권위적인 군사주의, 가부장적 마초주의, 온정적 차별주의에 균열내왔습니다. 그런데 이 역할을 해온 페미니스트들의 기여를 존중하는 게 아니라 ‘페미니스트’가 낙인이 됐습니다.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말을 진보보수 막론하고 남초 커뮤니티가 공유하고, 정치권이 편승하고, 노동조합 지부 소식지에 쓰기까지 합니다. 안티페미니즘으로 우파화, 우익화된다는 점을 좌시하지 맙시다. ‘페미니스트 시민 주체’는 보편 다수의 삶의 양식이고, 집합적 민주주의 동력임을 드러내고 명확히 합시다.

 

두 번째 교차적인 페미니스트 관점이라는 사회분석틀입니다.


저출생을 인구정책으로, 현금성지원으로, 남성교수들로 이루어진 위원회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초고령사회 질병, 돌봄, 전쟁, 기후위기, 지역격차, 먹거리와 농업, 빈곤과 주거.... 지금 광장은 사회곳곳의 배제와 불평등, 억압 문제를 망라하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젠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분석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은 차별적인 결과를 누적합니다. 남성, 비장애, 서울, 성장-개발중심적 세계관을 깰 수 있도록, 교차적인 젠더분석 관점이 가동되어야 합니다. 사회 의제들을 젠더 관점으로 살피고 데이터와 관점, 정책을 같이 만들어냅시다. 


세 번째 해결되어야 할 결과로서의 성차별입니다.


지금 성별임금격차, 성폭력 2차 피해, 가정폭력과 친밀한 관계 폭력, 여성혐오는 ‘누적된 차별의 결과’입니다. 이 안에는 여러 다양한 요인이 또 있고요. 지금 결과로 나타난 성별격차를 지금 당장, 오늘, 하나라도 시정하는 것은 최소한의 출발입니다. 회의할 때 남성대표만 두지 않는 것, 국회에 5-60대 남성만 가게 하지 않는 것,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 임신중지 약 접근을 보장하는 것, 성별임금 격차를 시정하는 것은 누적된 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여기서 출발해서 어떤 장벽이 존재하는지 추적하면서 구조를 바꾸어 가는 게 본격적으로 갈 길이고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조치를 요구합시다. 


광장에 깃발을 들고 무대에 오르는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10대, 20대, 비정규직, 장애, 탈가정, 덕후들은 이런 방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즉각퇴진을 이루고 사회대개혁을 만들어 갈 민주주의-페미니스트 시민들, 함께 합시다!




 

사진출처_한국여성민우회 X 


설연휴가 막 지난 2월 1일 토요일 11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시민공론장 PART2. 우리의 광장 획득기가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PART1. 우리의 광장 출동기에서 나왔던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소개하고 기조발언, 모둠별 토론, 개인별 요구안 만들기, 모둠 발표, 소감나누기로 이어졌는데요. 이 날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활동가가 '페미니즘' 주제에 대해 여는 발언하고 '페미니즘' 모둠에서 시민토론에 참여했습니다. 호랑과 은희 활동가도 소수자인권/차별금지 모둠과 민주주의/시민참여 모둠에서 뜨겁고 다정하고 열띤 토론을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