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운동
우리의 성적 시민권은 ‘제한’ 될 수 없다. 포괄적 성교육 도입하라
: 서울시의 퇴행적인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제정에 부쳐
서울시가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새로 마련한 '표준 운영 매뉴얼'에는 매우 큰 문제가 있다.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라는 용어를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연애'는 '이성교제'로,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며 '섹슈얼리티'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평등과 인권에 기반한 교육 관점을 삭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일부 보수개신교 단체들의 '조기 성애화' 괴담과 '동성애 양산' 혐오 담론에 서울시가 무비판적으로 동조한 결과다. 서울시가 성평등 책무를 방기하고 차별 행정을 펼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무엇보다 이번 수정 매뉴얼은 성평등을 삭제하고 다양성을 부정하여 많은 비판을 받은 2022 교육부 고시 교육과정을 인용하여 '성적자기결정권'과 '동의'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압 등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제한적 의미로만 정의하고, 유아·초등 교육에서는 ‘동의’ ‘경계’ ‘존중’이라는 용어에만 국한하여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반성폭력·여성인권 운동 단체로서 깊이 우려한다.
수정 매뉴얼은 현행 형법상 강간죄 규정의 문제점을 답습하고 있다. 현행 형법은 폭행 협박에 대한 피해자의 저항여부에 따라 피해자 보호 기준을 판단해왔다. 이는 '사력을 다한 저항이 있어야만 성폭력이다'라는 구시대적 정조 이데올로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성폭력·여성운동은 단순히 '폭행·협박으로부터 보호'를 넘어 성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행사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구조적 조건과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살피는 새로운 기준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제시해왔다.
여성과 청소년의 성이 강압, 폭력, 위험에 더 자주 노출되는 이유는 생물학적 존재에 내재된 특성이 아니다. 성적 주체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원과 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청소년에게는 더더욱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 포괄적 성교육은 인간의 성이 권력관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생물학적이거나 보건에 관한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관계, 인권감수성 제고, 젠더 규범과 차별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것을 포함한다. 포괄적 성교육이 목표하는 통합적 접근이 있어야 '성적 자기결정권'과 '동의'의 정확한 의미를 교육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금 당장 성소수자 혐오와 성차별적 인식에 기반을 둔 운영 매뉴얼을 폐기하라. 국제사회 권고와 한국의 구체적 현실에 따라 포괄적 성교육을 이행하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일방적 행태를 바로잡고, 시민들의 성적권리를 보장하는 포괄적성교육을 시민들과 함께 요구하라.
2025년 6월 26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