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2026년 여성의날 광장을 코앞에 둔 3월 5일, 프랑스 남부 Nimes에서 검사로 활동하시는 Sandrine MIRABELLO님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방문했습니다. 여성주의상담팀 산, 성문화운동팀 유랑, 사무국 오매 활동가가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 사법종사자 중 여성
산드린님은 2024년 한국 고양에서 열린 IOJT (International Organisation for Judicial Training, 국제사법연수기구) 에 참여하셨었고, 올해도 한국 방문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마침 2026년 IOJT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대요. 이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의 검사와 판사와도 교류한, 우정력이 높은 산드린님! 산드린님은 외교자문관을 하다가 검사가 되었는데요, 고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범죄학을 이수한 후 통합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의 큰 차이점으로 꼽아주신 것은 성비였는데요, 프랑스의 검사와 판사는 여성이 다수라고 합니다. 사법부 구성원의 80%를 차지하고, 국립사법학교의 새로운 입학생 중에는 65%가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검사 중 여성이 훨씬 적고(2024년 평검사 포함 전체 기준 35.3%) 남성이 다수인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 성폭력 수사 과정
성폭력 관련 수사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civil group, association)과 함께 협력하도록 되어 있고, 성폭력-가정폭력-아동폭력 전담부가 경찰에도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2010년 경 캐나다의 NICHD 프로토콜을 들여와서 프랑스 전역의 사법관들이 훈련받았고, 피해자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고 해요. 한국에도 2010년 NICHD 기법이 도입되었다고 하지만, 색동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 조사에서 면밀히 인터뷰가 잘 설계되어 진행되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한겨레21 기사도 참고로 공유해보아요.

# 동의로의 성폭력 기준 변경
프랑스는 2025년 10월 29일 상원에서 합의되지 않은 모든 성행위를 강간 또는 기타 성폭행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반대의견이 없지 않아왔지만, 지젤 펠리코님 사건이 발생하고 여론과 국회의 논의가 변화했습니다. 지젤 펠리코는 배우자의 학대로 약 50여명의 남성에게 약물 상태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었습니다. 이 사건이 유죄로 확정되고 성폭력 정의에 대한 형법 조항도 개정된 것이지요. 개정된 법에 의해 성폭력의 피해자는 '더 거부 의사를 밝혔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동의 개념이 포함된 프랑스 형법 222-22조의 개정된 문구와 이에 대한 한국어 번역(공식 번역 아님)은 아래와 같습니다.
Constitue une agression sexuelle tout acte sexuel non consenti commis sur la personne d'autrui ou sur la personne de l'auteur ou, dans les cas prévus par la loi, commis sur un mineur par un majeur.
Au sens de la présente section, le consentement est libre et éclairé, spécifique, préalable et révocable. Il est apprécié au regard des circonstances. Il ne peut être déduit du seul silence ou de la seule absence de réaction de la victime.
Il n'y a pas de consentement si l'acte à caractère sexuel est commis avec violence, contrainte, menace ou surprise, quelle que soit leur nature.
Le viol et les autres agressions sexuelles sont constitués lorsqu'ils ont été imposés à la victime dans les conditions prévues par la présente section, quelle que soit la nature des relations existant entre l'agresseur et sa victime, y compris s'ils sont unis par les liens du mariage.
Lorsque les agressions sexuelles sont commises à l'étranger contre un mineur par un Français ou par une personne résidant habituellement sur le territoire français, la loi française est applicable par dérogation au deuxième alinéa de l'article 113-6 et les dispositions de la seconde phrase de l'article 113-8 ne sont pas applicables.
프랑스 형법 222-22조
타인의 신체에 대하여 또는 가해자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동의되지 않은 성적 행위는 성폭력을 구성한다. 또한 법률이 정하는 경우에는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행한 성적 행위도 이에 해당한다.
이 절의 의미에서 동의는 자유롭고 충분한 정보에 기초하며, 구체적이고 사전에 존재하며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동의 여부는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된다. 피해자의 침묵이나 단순한 반응 부재만으로 동의가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
성적 행위가 폭력, 강압, 위협 또는 기습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에는 동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방식이나 형태와 관계없이 그러하다.
강간 및 기타 성폭력은 이 절에서 정한 조건 하에서 피해자에게 강요된 경우에 성립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의 성격과 무관하게 성립한다. 이는 양자가 혼인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인 또는 프랑스 영토에 통상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이 외국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 형법 제113-6조 제2항의 규정에 대한 예외로서 프랑스 법이 적용되며 제113-8조 제2문은 적용되지 않는다.
# 동의의 정도는? The Violence Meter
아래 사진은 산드린님이 경찰이나 검찰에서 활용하고 계시는 척도인데요. 피해자에게 당신이 겪은 일이 어디 쯤에 있는 것 같은지를 짚어보게 한다고 합니다. ENJOY (상호 합의, 성적 즐거움) 단계 내 5개 상태, WARNING SAY STOP! (경고, 멈추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 단계 내 10가지 상태, PROTECT YOURSELF, GET HELP (보호되어야 하고, 도움을 즉시 받아야 하는 상황) 단계 8개 상황이 그라데이션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동의가 여/부 Yes or No 로 이분되는 게 아니라, 수 많은 스펙트럼 속에서 헷갈리고 당황하고 악화되기도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척도는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제작, 배부되고 있었습니다.
The Violence Meter 는 검색하면 VILLE DE PARIS(파리시청)를 비롯하여 여러 정부 부처와 대학, 지역 정부 등 다양한 공공 웹페이지에 게시되어 있고, 각 소속기관의 피해자 보호 페이지로 연동됨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폭력 신고전화인 CALL 3919*도 함께 안내되고요. 예컨대 몽펠리에 대학교 웹페이지에서는 The Violence Meter 를 게시하고, 아래와 같이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는 관계, 친밀한 관계가 여성폭력의 핵심 구조임을 인지한 대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도구는 개인이 자신의 연애 관계의 성격을 점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즉, 그 관계가 상호 동의와 존중에 기반하고 있는지, 아니면 폭력적 행위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합니다."

# 부부 강간 가중처벌 법제화
산드린은 "결혼 했으면 상대방 동의없이 성관계 할 수 있다" 는 명제에 대해서 많은 남성들이 그렇다, 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2005년 프랑스 형법은 배우자, 동거인, 또는 PACS(시민연대계약) 파트너에 의한 강간을 가중 처벌 사유로 명시했습니다. 기본 형량이 15년이라면 가중 사유가 적용되면 20년인 것이지요. 강간죄에서 가중 사유를 나열한 222-24조 중 파트너에 의한 강간 가중 내용은 11호에 있습니다. 13호를 보면 성매매 종사자를 대상으로 성매매 중 강간이 발생하는 것도 가중처벌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Lorsqu'il a entraîné une mutilation ou une infirmité permanente ;
2° Lorsqu'il est commis sur un mineur de quinze ans ;
3° Lorsqu'il est commis sur une personne dont la particulière vulnérabilité, due à son âge, à une maladie, à une infirmité, à une déficience physique ou psychique ou à un état de grossesse, est apparente ou connue de l'auteur ;
3° bis Lorsqu'il est commis sur une personne dont la particulière vulnérabilité ou dépendance résultant de la précarité de sa situation économique ou sociale est apparente ou connue de l'auteur ;
4° Lorsqu'il est commis par un ascendant ou par toute autre personne ayant sur la victime une autorité de droit ou de fait ;
5° Lorsqu'il est commis par une personne qui abuse de l'autorité que lui confèrent ses fonctions ;
6° Lorsqu'il est commis par plusieurs personnes agissant en qualité d'auteur ou de complice ;
7° Lorsqu'il est commis avec usage ou menace d'une arme ;
8° Lorsque la victime a été mise en contact avec l'auteur des faits grâce à l'utilisation, pour la diffusion de messages à destination d'un public non déterminé, d'un réseau de communication électronique ;
9° (abrogé)
10° Lorsqu'il est commis en concours avec un ou plusieurs autres viols commis sur d'autres victimes ;
11° Lorsqu'il est commis par le conjoint ou le concubin de la victime ou le partenaire lié à la victime par un pacte civil de solidarité ;
12° Lorsqu'il est commis par une personne agissant en état d'ivresse manifeste ou sous l'emprise manifeste de produits stupéfiants ;
13° Lorsqu'il est commis, dans l'exercice de cette activité, sur une personne qui se livre à la prostitution, y compris de façon occasionnelle ;
14° Lorsqu'un mineur était présent au moment des faits et y a assisté ;
15° Lorsqu'une substance a été administrée à la victime, à son insu, afin d'altérer son discernement ou le contrôle de ses actes.
프랑스 형법 222-24조
제222-23조에서 규정한 강간은 다음 각 호의 경우 20년의 중범죄적 구금형에 처한다.
1° 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신체 절단 또는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한 경우
2° 15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
3° 피해자가 연령, 질병, 장애, 신체적 또는 정신적 결함, 또는 임신 상태로 인해 특별히 취약한 상태에 있으며, 그 취약성이 명백하거나 가해자가 이를 알고 있었던 경우
3° bis 피해자가 경제적 또는 사회적 불안정으로 인한 특별한 취약성 또는 의존 상태에 있으며, 그 취약성 또는 의존 상태가 명백하거나 가해자가 이를 알고 있었던 경우
4° 직계존속 또는 그 밖에 피해자에 대하여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권위를 가지는 사람에 의해 범해진 경우
5° 자신의 직무로부터 부여된 권위를 남용한 사람에 의해 범해진 경우
6° 여러 사람이 정범 또는 공범의 지위로 공동하여 범한 경우
7° 무기의 사용 또는 무기에 의한 위협을 수반하여 범해진 경우
8°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메시지의 전파를 위해 사용되는 전자통신망을 통하여 가해자와 접촉하게 된 경우
9° (폐지됨)
10° 다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하나 이상의 다른 강간 범죄와 경합하여 범해진 경우
11° 피해자의 배우자,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 또는 시민연대계약(PACS)으로 결합된 파트너에 의해 범해진 경우
12° 가해자가 명백한 만취 상태 또는 명백한 마약류의 영향 하에 있는 상태에서 범한 경우
13°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일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을 대상으로, 그 활동 수행 중 범해진 경우
14° 미성년자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고 이를 목격한 경우
15° 피해자의 판단 능력 또는 행위 통제 능력을 저하시키기 위하여,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떠한 물질이 투여된 경우

# 법정에서 피해자를 동반하는
산드린님은 새로운 정책도 소개해주셨는데요. 2019년 경부터 도입된 피해자 동반견입니다. 피해자가 법원에 출석할 때 곁에서 동반하며, 힘이 되고 피해자의 감정적인 격랑에도 정서적 안정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요. 한 피해자는 재판에 출석하여 세 시간 가량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울었는데, 동반견이 자리에 턱을 괴고 앉고 누워 곁에서 함께 했던 일화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50개체 동반견이 활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남부 법원에서 활동하는 Rancho의 영상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 성폭력 수사, 재판에서의 협력
한국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분리시키기 위해 여러 법제 변경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왜 이렇게까지 협력은 상상도 못하고 시도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나 싶기도 합니다. 산드린은 프랑스에서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고, 소송 절차를 결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사와 판사도 협력하는 관계인데, 토론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다고 합니다. 협력하는 것이며, 실수를 방지하는데 훨씬 나은 방안이라고 인식된다고 합니다. 수사할 때 피해자 지원 단체, 심리학자, 의사들과의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법무부 권고사항이라고 합니다.
피해자 지원단체부터, 당사자, 수사기관, 재판부가 '협력' 하는 모델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산드린도 검사로서 피해자 지원 단체인 civil group, 즉 비정부 기구 NGO 단체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산드린님과 3.8 여성의날 광장에서도 함께 연대하기로 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모두에게 더욱 더 평화롭고 성평등한 3월 여성의날 주간이 되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