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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보통의 경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DIY 가이드
  • 2015-08-27

 

 

보통의 경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DIY 가이드

 

 

지은이 한국성폭력상담소

분 야 정치/사회

체 재 152*200, 270쪽

가 격 정가 12,000원

발행일 2011년 4월 13일

펴낸곳 이매진

ISBN 978-89-93985-44-3 (03300)

 

 

 

“내가 겪은 그 일, 성폭력 맞나요?”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당하고 있어요.”

“상처 받은 나, 어떻게 치유하죠?”

성폭력과 맞서는 힘은 내 안에 있다!

‘보통의 경험’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여자들을 위한 성폭력 대처법 교과서!

 

 

한국성폭력상담소 20년의 노하우가 담긴 성폭력 대처법 가이드

버스나 지하철에서 겪는 불쾌한 신체 접촉, 헤어진 남자친구의 스토킹, 학교 MT나 술자리에서 당하는 성추행, 직장 상사의 성희롱…….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지 않은 여성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성폭력 피해는 흔한 경험이다. 그러나 막상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 중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2.3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97.7퍼센트 여성들은 남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경찰을 믿을 수 없어서, 내가 겪은 일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막막하고 부담스러워서 피해 사실을 홀로 삭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침묵하던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성폭력과 맞서 싸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여기 있다.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성폭력 사건 해결을 지원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책 《보통의 경험》을 펴냈다. ‘피해자를 위한 DIY 가이드’인 이 책은 성폭력에 관한 오해와 편견 바로잡기, 성폭력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제도, 유형별 대처법, 피해자의 자가 치유까지 성폭력 사건 해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신고에서 치유까지, 내 손으로 해결하는 성폭력

《보통의 경험》은 무엇보다 ‘피해자 리더십’을 강조한다. 성폭력 피해자는 흔히 무력하고 나약한, ‘불쌍한 사람’이라고 보는 통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피해자 자신의 힘을 믿자는 것이다. 사건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몸으로 직접 겪어내고 가장 많이 고민한 피해 당사자가 바로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이런 ‘피해자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피해자가 성폭력에 관해 바로 알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다질 수 있게 도와준다. ‘성폭력은 밤길의 괴한이나 ‘변태’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다’, ‘여자들의 짧은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한다’ 등 널리 퍼진 편견을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 피해 당사자들의 사례를 들려주며,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사건 해결 절차와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기관을 알아본다. 개인적인 해결, 사법적인 해결, 소속 집단에서 해결하는 방법, 국가가 마련해둔 구제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방법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할 점, 가해자와 대면할 때 준비해야 할 사항,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하는 민형사 소송의 절차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들의 꼼꼼하고 자세한 설명은 자칫 복잡한 사건 해결 과정이 버겁고 막막해 포기할 수도 있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3부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성폭력 유형을 알아보고,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직장 내 성폭력, 데이트 성폭력, 친족 성폭력, 대학 내 성폭력, 아동 성폭력 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유형들은 그 경험이 다른 만큼 사건을 해결하려 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저자들은 자신의 커리어와 사건 해결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에게 조언을 들려주고, 성인과 다른 아동 피해자를 대할 때 보호자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2부에서 알아본 해결 절차를 자신이 겪은 일에 적용하려 할 때, 3부의 유형별 대처법을 통해 더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부에서는 성폭력 피해 때문에 상처를 입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할 수 있게 조언해준다.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 보상을 받는 것만큼, 나 자신을 보살피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피해자는 저마다 치유의 속도가 다르고 호흡이 다르니, ‘상처 받은 나’를 바라봐주고 자신의 템포를 찾자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실린 피해자 지원 기관 연락처는 당장 피해 상황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정보다. 전국의 성폭력 상담소, 아동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는 해바라기아동센터, 병원 진료부터 법적 지원까지 제공하는 원스톱지원센터와 친족 성폭력 등으로 당장 거주할 곳이 없는 피해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쉼터의 연락처가 담겨 있다.

 

공감과 격려, 성폭력과 맞서 싸우는 긴 여정의 든든한 동행

때로는 함께 분노하고 공감해주는 친구처럼, 때로는 지혜롭고 든든한 언니처럼 《보통의 경험》은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을 위로하고 손 내밀어 이끌어준다.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전 과정을 빠짐없이 담고 있는 만큼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 교사, 상담자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장 먼저 찾아가려는 독자는 바로 성폭력 피해 당사자, ‘보통의 경험’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의 여자들’이다. 내가 그때 겪은 그 일이 자꾸 떠오른다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다면, 또다시 겪을지도 모르는 일에 미리 대처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성폭력과 맞서는 힘은 세상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가지고 있다고,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언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속에서|

 

바로 여기서 활약할 수 있는 사람이 피해 당사자입니다. 내가 보고 들은 구체적인 말투, 표정, 행위 전후에 상대방이 한 행동, 당시 공간의 상황, 주변 사람들의 반응, 자신이 느낀 분위기 등을 세밀하게 되짚어봅시다. 피해자는 CSI 과학 수사대가 현장 검증을 하면서 단서를 찾아내고 사건 발생 시나리오를 더듬어가는 것보다 더욱 생생하고 풍부하게 당시 상황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거나 듬성듬성 자르거나 눙치고 생략해서 말하는 것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 단서가 그 안에 있을 것입니다. ― 20쪽

 

해결의 방향을 잡았다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봅시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게 하자’, ‘나에게 무릎을 꿇고 싹싹 빌게 하자’, ‘합의금과 위자료로 피해 보상금 얼마를 내게 하자’, ‘직위에서 물러나게 하자’, ‘휴학하게 하자’, ‘내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자’ 등 가해자에게 조치할 수 있는 목표도 가능합니다. ‘내 마음이 안정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심리 상담을 받자’, ‘자조 모임에 참여해 비슷한 입장의 피해자들에게 힘을 얻자’ 등 나 자신을 위한 조치일 수도 있습니다. ― 79쪽

 

많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다시 접촉하는 것을 꺼립니다. 목소리도 듣기 싫고 꼴도 보기 싫어 통화를 피하거나 남은 증거를 지워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 잡힌 현행범이나 목격자가 확실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건 해결 과정에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피해자의 몫이 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 진술만으로 피해를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마음이 힘들더라도 가해자와 관련된 대화 내용이나 기타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모두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 85쪽

 

재판부는 수사 기관에서 제출한 조서와 증거, 심문 과정을 검토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는데, 이때 피해자의 입장을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은 탄원서와 진정서입니다. 특히 피해자의 참고인 법정 진술이 없는 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탄원서나 진정서가 유일한 수단인 셈이지요. 법정 진술을 하는 경우라도 발언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현재 피해자가 겪고 있는 심적 고통이나 사회생활의 어려움, 후유증은 진정서를 통해 자세히 적고, 가해자가 거짓 증언을 하거나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경우 반박하는 내용 역시 상세하게 적어서 제출하면 효과적입니다. ― 115쪽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경우 지방노동사무소를 통해 3년 안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관련 피해를 주장하거나 권리 구제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 등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당했다면 3개월 안에 해당 지방 노동 관서나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128쪽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성희롱은 아니었을 거야’, ‘나름대로 촉망받는 사원이니 잘 봐주려고 그런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거나 억누르지 마세요.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함과 불편함은 결코 잘못되거나 틀린 감정이 아닙니다. 사표를 내든 회사에 계속 다니든, 가해자와 한판 붙든 조용히 넘어가든,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응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쾌함을 제대로 살피고 잘 돌보는 것부터 성폭력에 맞서는 일이 시작됩니다. 150쪽

 

가해자가 손가락을 성기에 넣은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다섯 살 아이에게는 ‘너의 성기(또는 보지, 짬지 등 성기를 지칭하는 정확한 단어)는 소중한 네 것인데, 그 사람이 이렇게 막 함부로 만지고 하는 것은 나쁜 거야’라고 가해자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알려주고, ‘우리 ○○이가 잘 몰라서 아저씨 하지 마세요, 하고 말을 못했구나. 그래도 엄마한테 이야기를 해줘서 엄마가 빨리 알 수 있어서 다행이네’ 등의 말로 격려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208쪽

 

치유의 길에는 다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상처 받은 내가 잘 따라오고 있나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배려해야 합니다. 지치면 그냥 잠시 쉬어가도 됩니다. 재촉한다고 빨리 회복되는 것도 아닌데 조금 늦어지면 어때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최선을 다해보세요. 그리고 누구보다 나의 진솔한 친구가 돼주려고 노력해보세요. 더디기만 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저만큼 나아간 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252쪽

 

 

추천의 말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흘렀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길라잡이’,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태어나서 성폭력이라는 아픔을 겪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혹시라도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당당하자. 여자는 강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똑똑히 알려주자. 난 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내 작은 외침이 이 땅의 모든 딸들을 위한 커다란 소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당·당·하·게 알려주자! 김미화 방송인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이제 대한민국 여성들 끄떡없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만한 조력자가 있다면 이미 우리는 비극적인 피해자가 아니다. 《보통의 경험》은 성폭력 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성폭력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해결책,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겪게 되는 다양하고 미묘한 심리적인 문제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박미라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전 편집장,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막 낚아 올린 물고기처럼 생생하고, 길 잃고 헤매다 발견한 나침반처럼 든든한 책.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생존자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다. 이 책은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귀중한 통찰을 얻게 해준다. 유다와 낮잠 작가, 성폭력 피해 생존자

 

 

|지은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이 성차별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활동하는 여성운동 단체입니다. 1991년 문을 연 뒤 20년간 6만 7000여 회의 상담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제도를 제언했습니다. 또한 성폭력을 조장하는 한국 사회의 성문화를 바꾸는 활동을 통해 평등과 평화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차례|

 

추천 글 지혜로운 언니가 들려주는 따뜻한 조언

성폭력 생존자로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다

여는 글 용감한 생존자들의 ‘보통의 경험’을 기억하며

 

1부 피해자 리더십 다지기

•피해자 리더십

피해자 ‘이미지’를 넘어서 | 내가 알고 있는 것 | 성폭력은 ‘왜’ 중요한가 | 그리고 거기에 내가 있다 | 피해자의 활약들 | 상처 받은 사람만 볼 수 있는 세계

•성폭력, 다르게 그리고 제대로 보기

이거, 성폭력 맞나요? | 성폭력이 뭘까? | 법도 변한다 | 누가, 어떻게, 얼마나 겪고 있을까 | 성폭력은 왜 일어나는 걸까 | 강간 신화를 깨자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전략은 있다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좋은 조력자를 찾아라 | 요청과 거절의 힘 | 협상에 어떻게 응할까 | 자기만의 시간을 갖자

 

2부 나만의 사건 해결 지도

•사건 해결 지도 그리기

복잡할수록 체계적으로 생각하자 | 사건 해결 지도, 이렇게 활용하자

•시작하기 전에

하나. 상황 인식하기

둘. 내가 원하는 목표 세우기

셋. 나를 방해하는 요인 검토하기

넷. 주변 지지 체계와 나의 강점 파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