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 공지
새해인사 드립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기 마련입니다. 2009년은 제가 처음으로 한 조직의 대표를 맡아서 살아온 한 해였습니다. 시련과 도전, 성취와 좌절이 공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얻은 깨달음과 통찰은 바로 여러분이 제게 주신 가장 큰 선물입니다.
2009년은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이를 향한 활발한 움직임이 눈에 띄는 한 해였습니다. 상담소도 블로그를 다시 한 번 정비하고 활동가들이 트위터를 여는 등 소통의 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조차 여성인권 이슈는 늘 관심 밖으로 벗어난 채 활발하게 소통되지 못했습니다. 고 장자연 사건은 수사기관의 어이없는 행보 끝에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린이성폭력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그것이 위계와 차별을 허용하는 폭력적 사회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소수의 범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강력처벌책은 관심을 모았지만, 대부분의 가해자가 법망을 피해가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묻혔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반(反)성폭력 활동을 펼쳐온 지 19년이 되었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깨닫고 배운 것들을 얼마나 많이 알려냈는지 자문하면 사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사실이 아닌 잘못된 통념과 잘못된 관례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올곧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상식과 관례에 도전하는 것인 만큼 더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것 같습니다.
2010년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축적해온 것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소통하는 것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6만5천여회의 상담과 지원, 15년간의 쉼터 열림터 운영, 셀 수 없이 많은 토론, 우리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세상과 나눌 수 있는 형태로 내어 놓을 것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내어 놓는다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질문하고, 답변하고, 논쟁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더욱 심오한 깨달음과 더 효과적인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회원님 한 분 한 분이 이 과정에 함께 해주셔야만 고리와 고리가 이어져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회원님의 가족과 지인, 선후배와 동료 모두가 이 과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요청하여 주십시오. 더욱 많은 분들을 온오프라인에서 자주 뵙고 말씀 나눌 수 있으면, 그만큼 성과도 커질 것입니다.
2010년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19주년을 맞는 해로서 20주년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회원으로, 응원자로, 감시자로 함께 하여 주신다면, 20주년을 준비하는 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대표로서 두 번째 해를 맞는 저 또한 올 한해를 나눔을 통해 크기를 키워가는 시기였다고 기억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회원님의 풍성한 삶에 한국성폭력상담소도 동행하고자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2010년을 기원합니다.
2010. 1. 4 경인년 새해를 맞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