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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폴짝기금] 2022 인터뷰: "드디어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 흔들리면서도 단단히 걸어온 선하
  •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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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일곱번째 인터뷰는 선하와 함께 했습니다. 얼마 전에 선하는 자신의 성폭력 사건이 대법원 판결까지 났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어요. 선하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데, 얼마나 기쁘던지요. 흔들거리면서도 기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어 찬찬히 앞으로 나아가는 선하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수수 : 선하 안녕하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선하 : 저 이번 주 일요일에 메이크업 자격증 시험을 봐요. 3월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이 제가 다 잘하는데 시간 내에 완성하기만 하면 좋을 거 같다고 하셔서 연습용 재료를 사서 집에서도 연습하고 있어요. 제가 열림터에 있었을 때 헤어랑 메이크업 공부를 했잖아요. 헤어는 수료했지만 자격증을 따지는 못했고, 메이크업 수업 듣던 도중에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됐죠. 퇴원하면서 퇴소도 하고, 다시 메이크업 학원에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그럴 수가 없었어죠. 이번에 다시 시작한 거예요.


수수 : 이번 주 시험이라니, 떨리겠어요. 열림터 살면서 우여곡절이 많아서 아쉽게 메이크업 학원을 수료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지금 착착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 들으니까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네요. 지금은 어디서 살아요?


🌷선하 : 이제 반지하에서 살지는 않아요.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한 지 한 6개월 정도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저희 집으로 들어오기도 했어요. 제가 받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두 달 동안 월세를 혼자 내고, 식비도 혼자 내서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요. 결국에는 싸워서 나가라고 했구요. 싸우는 과정에서 저도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후 긴급생계지원 신청해서 밀린 월세를 갚았어요.

제가 그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도 힘들어서, 주민센터에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 케어하는 쉼터에 입소하길 권하셨어요. 근데 거기는 메이크업 학원이랑 엄청 멀었어요. 그래서 학원 끝나고 한번 생각 해보겠다고 했어요. 


수수 : 그렇구나. 지금은 새로운 남자친구와 같이 사는건가요?


🌷선하 : 네, 원래 같이 살 생각은 없었는데, 제가 너무 힘들어니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사귀었던 사람들이 좋은 줄 알았는데, 결국 다 안 좋은 사람들이었잖아요. 완전 쓰레기들도 있었고요. 전 남자친구는 제 얼굴 때리기도 했단 말이에요.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는 평소에도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맨날 속는 것 같긴 한데, 이번엔 진짜 좋은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조금 하고 있어요.


수수 : 믿어보고 싶어지는 사람이구나.


🌷선하 : 스무 살 초반에 만났던 동갑짜리 애처럼 ‘얘랑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 그게 아니라요. 약간 현실적으로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좀 안정된 느낌이야’ 이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에요. 전 남자친구처럼 저한테 성관계를 요구하지도 않고, 월세도 나눠서 내요. 그냥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 건지 얘기해요. 제가 대출받은 것도 있으니까 상환 계획서 짜는 거 도와주겠다고 하고요. 저 수급비 들어오면 그것도 제 통장에 넣어두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만 알려줘요. 몇 퍼센트는 미리 빚 갚을 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만 아껴서 써보는 게 어떻겠냐, 그런 식으로 얘기해주는거죠. 저는 지금 퇴소한 후에 가장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완벽하게 자립했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요.


수수 : 자립은 원래 혼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산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많이 기대면서 스스로 살길을 꾸려본다는 의미잖아요. 그래서 저는 선하가 지금 충분히 자립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선하 : 사실 요즘처럼 이렇게 안정된 적이 별로 없어서요. 갑자기 또 꺽일까봐 좀 무서운 것도 있어요. 그래도 안정돼있는 순간만큼은 조금 편하게 있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무섭긴 한데.


수수 : 오래오래 그랬으면 좋겠다. 선하가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요즘 선하는 벌이를 어떻게 하고 있어요?


🌷선하 : 저는 아직 수급비 받고 있는데, 메이크업 학원이 곧 끝나거든요. 그러면 취업상담하는 선생님이랑 같이 일자리 찾는 시간 가질거예요. 만약에 연결이 되면 거기로 바로 취업하려고요. 그때 수수쌤이 기초생활수급 신청하라고 도와준 거, 그거 진짜 완전 다행이었어요. 주민센터 분들도 많이 도와주시고요. 제가 코로나 걸렸을 때도 주민센터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드디어 뭔가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작년 여름에는 분명 반지하 방에서 썩다시피 누워 있었는데요. 아무것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누워 있었단 말이죠. 지금은 힘들다 싶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어요. 학원 다니고 앞으로 할 일을 찾느라요.


수수 : 너무 다행이다. 진짜 내가 다 뿌듯하다. 고생 많았어요. 선하한테 더 궁금한 게 많지만 이따 밥 먹으면서 더 얘기하고요. 폴짝기금에 대한 질문을 할게요. 폴짝기금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선하 : 사실 맨 처음 기금에 대해 들은 건 작년에 다른 또우리한테서였어요. 그 친구가 ‘언니도 한번 신청해봐요’ 이랬는데, 제가 퇴소한 지 1년이 안 되어서 못 신청했어요. 그때는 ‘이런 것도 있네’ 싶었어요. ‘퇴소하고 나서도 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열림터에 있을 때는 물질적으로 힘들진 않지만, 성폭력 피해 직후니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죠. 그렇지만 퇴소한 뒤에는 물질적으로도 힘들고 트라우마 때문에도 힘들단 말이에요. 사건이 떠오르면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는데요. 폴짝기금은 약간 열림터를 생각나게 해줬어요. 여기 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 그런 것.


수수 : 그렇다니 좋네요. 이제 폴짝기금 계획서 소개 시간인데요. 어떤 계획을 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선하 : 우선은요. 지금 옷이 별로 없어요. 학원 갈 때도 맨날 같은 옷 입고 가면 좀 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면서 옷 고르다가 지각한 적도 있거든요. 원래 집에서 살 때는 빈곤했어서 몸이 홀쭉했는데, 열림터에서 되게 든든하게 받쳐주니까 그때부터 막 몸이 비대해진 거예요. 나가서는 더 비대해졌고, 그래서 옷이 부족해졌어요. 사실 열림터에 처음 입소할 때도 속옷 하나 없이 옷 몇 벌만 가지고 왔잖아요. 그리고 여기가 집이 아니다보니 다들 공간을 나눠 써야했고, 옷장도 부족했어요. 퇴소할 때 열림터에서 모은 옷을 몽땅 다 갖고 오지도 못했거든요. 사이즈가 안 맞아졌거나, 너무 무거워져서요. ‘나중에 사자’ 하고 훅 버리고 퇴소했는데요, 막상 나와보니 돈이 없어서 못 사게 되었어요. 그래서 옷이 진짜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급한 마음에 막 사지 않고, 직접 가서 천천히 입어보고 사고 싶어요. 요즘은 편한 옷 위주로 입고 싶기도 해요. 여기서는 오픈숄더랑 치마만 입고 다녔잖아요. 근데 제가 취업을 할 건데, 그때도 계속 그렇게 입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좀 밋밋하지만 편한 옷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근데 옷을 사겠다고 하면, 너무 간단할까봐 위에 계획을 엄청 길게 썼어요. 정말 제게 필요한 거니까, 그 필요를 좀 어필했어요.


수수 : 맞아요. 선하가 필요한 게 옷이면 옷을 사면 돼요. 잘 써준 것 같아요. 그리고 꼭 항목들이 세세하고 다양하게 있을 필요는 없어요. 어떤 사람은 ‘난 필요한 게 하나다!’ 하면서 하나만 딱 쓰는 사람도 있어요. 선하 말처럼 천천히 내가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옷을 몇 벌 샀으면 좋겠어요. 선하 열림터 있을 때도 이런저런 옷 탐색 많이 했었잖아요.


🌷선하 : 맞아요. 속옷 사이즈도 제대로 몰라서 막 두 번이나 실패하고. 나중에는 용돈 모아서 옷 사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수수: 그럼 다음 질문. 열림터 퇴소한 다음에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은 뭐고 힘들었던 점은 뭘까요?


🌷선하 : 좋았던 점은요. 퇴소하고 난 다음에 자유로워서 좋았어요. 그런데 자유로운 만큼 대가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저가 퇴소하고 엄청 엄청 자유롭게 살았거든요.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그에 대한 대가로 정신이 피폐해져서 조울증으로 병원 가고 그랬단 말이에요. 퇴소 후 좋은 점은 약간 바람 빠진 튜브에 공기 좀 넣는다는 느낌. 그래서 조금 살 것 같다는 느낌이 일시적으로 들긴 하는데, 그게 지속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자유를 조금 느꼈으면, 자유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해야 될 일을 생각하면 좋겠어요. 근데 열림터도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지, 코로나 아니었을 때는 괜찮았어요. 갑자기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밖에 나가지고 못하고 숨이 턱 막혀서요. 하루종일 언니들이랑 화투 치고 있고.


수수 : 맞아요. 코로나 때 힘들었죠. 그러면 선하는 쉼터를 퇴소한 피해자한테 필요한 거는 뭐라고 생각해요?


🌷선하 : 만약 저랑 비슷한 사람이 또 있다면 병원 가는 걸 관리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퇴소한 이후에 약을 한 번도 안 먹었어요. 지금은 불안하지 않고 옆에서 제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고, 공감해주고 해결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아요. 근데 혼자 자립했을 때 약을 안 먹으면 점점 우울해지다가, 어느 순간 막 저처럼 대출받아서 돈이 생겨서 기분이 막 올라갔다가, 다 쓰면 ‘나 어떻게 해야 되지’ 하고 또 우울해지고 그럴 수 있잖아요. 그럼 조울증이 왔다 갔다 하게 되구요. 그래서 병원 가는 거를 관리하는 게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사실 퇴소하고 꾸준히 약을 안 먹을 정도의 성격이면, ‘왜 자꾸 연락하는 거야, 왜 자꾸 병원 가라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이에요.


수수 : 그렇지. 제가 그때 그렇게 했었잖아요. ‘선하 병원 갔어요?’ 하구요.


🌷선하 : 그런데 분명 약을 안 먹을 자기만의 이유가 있을거예요. 그래서 약을 먹어야 되는 이유를 잘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좀 구체적으로 현실을 깨우쳐줬으면 좋겠어요. 퇴소하면 너희가 생각하는 예쁜 자취집에다가 예쁜 야경을 보면서 막 밤새 술 마시고 그럴 수 없다. 현실적으로 나가면 월세도 내야 되고 한 달에 숨만 쉬어도 100만 원씩 나간다고요. 저랑 수수샘이 같이 계획 세웠던 것처럼 그렇게 돈 나간다고 철저하게 알려줘야 해요. 안 그러면 저처럼 해이해져요. 저희도 같이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사실 제 머릿속으로 그렇게 절실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때는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였잖아요. 내가 지금 너무 아픈데 제 앞가림을 뭘 얼마나 할 수 있겠어요.


수수 : 사실 그래서 입원을 한거죠.


🌷선하 : 맞아요. 퇴소한 후에는 이제 터치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사건 진행이 더 길어지는게 싫어서 그냥 ‘그래, 가해자한테 내가 미안하다고 하고 끝내자’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일 미친 짓이에요. 그래서 저처럼 평소에도 좀 힘들었던 사람들, 퇴소하기 전까지 조금 흔들흔들했던 사람들한테는 무엇을 왜 해야 되는지 그런 걸 상세하게 알려주면 좋을 거 같아요. ‘이렇게 하면 지금 네가 하는 것도 차차 좋아질 거다’ 이렇게?


수수 : 선하는 그때는 얘기를 들었지만 직접 필요가 느껴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다 직접 느끼고 난 다음에 확실하게 안 거네요.


🌷선하 : 네, 그래서 그때 내가 많이 어렸구나, 하는 생각도 해요. 퇴소 직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열림터가 되게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아무리 잘 지어진 정신병원이라도 환자들 간의 접촉이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 흔들려요. 어떤 잘 모르는 사람이 와서 ‘야 나랑 같이 살자’ 이렇게 꼬드기면 진짜 홀라당 해버리거든요.


수수 : 맞아. 제가 안 된다고 엄청 얘기했었죠. 선하 흔들흔들했지만 그래도 잘 했어요.


🌷선하 : 약간 징검다리 건너듯이 그 시간을 건너왔죠. 지금 거의 끝난 것 같아요. 퇴소한 사람들한테 물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가 말하면 너무 웃기잖아요. 500만 원을 한 달만에 까먹은 친구가 와서 ‘물질적 지원이 필요해요’ 이러면 웃기니까요. 솔직히 500만 원도 그렇게 적게 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너무 많이 썼던 거죠. 그거를 잘 쓸 수 있게끔 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얘가 현혹돼서 막 이리저리 가려고 하는 것을 딱 막아줄 뭔가 필요해요. 내가 ‘그냥 사고 싶은 거 한 번에 다 사볼까? 내가 너무 힘드니까. 이거 사면 잠시 기분이 좋겠지.’ 라는 생각이 드는 그걸 뭔가가 ‘안 돼’ 하고 딱 막아주면요. 저는 조금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좀 그래요. 그래도 누군가 옆에서 ‘안 돼’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 게 있더라고요.


수수 : 지금은 선하에게 ‘안 돼’라고 말해주거나 ‘미래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아?’ 이렇게 말해주는 좋은 주변 사람들이 생긴 거죠? 저는 선하가 좋은 사람이랑 오래 잘 만났으면 좋겠지만, 인생에도 높낮이가 있잖아요. 만약에 이별하게 되거나 힘들어서 누군가 필요할 때는 제게 전화하세요. 진짜 고민스러울 때, ‘나 이렇게 해도 돼?’ 싶을 때 전화해요. 예전에 선하가 ‘열림터는 중립이잖아요.’ 말했던 거 기억하죠? 제가 ‘꼭 이렇게 해야 돼!’라고 얘기하진 않지만, 이 선택은 이렇고, 저 선택은 저렇다고 설명해 준다고 했었던 거요.


🌷선하: 맞아요.


수수: 그런 거 할 수 있으니까 고민 상담해도 돼요. 그러면 더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선하 : 맞아, 퇴소하고 좋았던 점 얘기하다가 힘들었던 점으로 넘어간 것 같은데요. 퇴소 후에 힘들었던 점이 많긴 했지만, 자립하면 미래가 무서운 게 힘들었어요. 앞으로의 미래를 알 수가 없어서요. 열림터 있으면 다음 주에는 뭐 해야 된다, 이거 해야 된다, 계획을 짜주고, 도와주고 그러는데. 퇴소하면 잠깐 좀 느슨해져서 좋았다가, 이제 앞으로 뭐 해야 되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요. 그래서 막 안 좋으면 제가 병원에서 봤던 어떤 언니처럼 성매매를 하게 될 수도 있단 말이에요. 퇴소하고 나가서 한 달, 두 달 사이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이 돼요. 그때 만약에 제대로 안 하고 저처럼 흥청망청 쓰면서 알바도 못 가지면, 힘든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앞으로 뭐 해야 될지 모른다는 게.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고 물질적으로도 이어지는 일이네요. 또 저는 조금 애매하게 나간 경우라고 해야할까요? 완전히 안 좋게 퇴소한 건 또 아니지만, 온전하게 자립 준비를 한 것도 아니구요. 열림터가 저를 자립한 거라고 인정을 해줄지도 모르겠어요.


수수 : 한 방에 온전한 자립은 사실은 없는 것 같아요.


🌷선하 : 맞아요. 부모님이 모두 다 지원해 주는 게 아닌 이상, 다들 힘든 거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구속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받거나 계속 불안해지기도 하죠. 계속 감옥에 있는건지, 아니면 출소했는지도 다 알아봐야 하잖아요. 저도 가해자가 구속 상태인지 불안해서 변호사님한테 물어봤거든요. 변호사님이 쉽게 알려주셔서 다행이었지만, 만약에 정보 찾기 어렵다면 더 불안했을 거 같아요. 언제 마주칠지도 모르니까요. 만약에 인터넷 상에서 피해받은 사람이면 더 그렇겠죠. 가해자가 구속되어 사회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날 봤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그런 것뿐 아니라 사실 자립한다면 잘 하고 싶으니까, 사소한 것도 다 걱정이죠.


수수 : 맞아요. 자립 자체도 어려운데, 가해자의 문제도 얽혀있으니 어려움이 더 크죠. 선하도 지금은 약 안 먹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나중에 힘들면 다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가거나 아니면 우리한테 연락해서 원래 다니던 병원에 가거나 합시다. 그럼 우리 못다한 이야기는 또 나중에 나누어요. 이야기 들려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고,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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