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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폴짝기금] 2023 폴짝기금 인터뷰 : 성폭력 피해가 약점이 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은 은서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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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열 세 번째 인터뷰는 은서입니다.


성폭력 피해가 약점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싶은 은서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낙타: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은서: 직장 다니다가 지금 퇴사하고 아예 다른 직종으로 일하려고 회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낙타: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은서: 모의고사 만드는 회사에 다녔어요. 근데 적성이 안 맞아서 반 년만에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러고서 영업 쪽으로 지원을 했었는데 수습 때 잘렸어요. 지금은 전문적인 자격증을 따서 그쪽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회계 자리에서 공부하고 일반 기업체 들어가서 회계 직원을 할 생각이 있어요. 생각보다 재미있어서요.


🐫낙타: 그렇군요. 지금은 혼자 살고 있나요?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나요?


🌞은서: 저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원래 남동생이랑 같이 살지 않았는데, 같이 살게 되어서 더 부대끼는 느낌이긴 해요.


🐫낙타: 원래 혼자 살았던 기간도 있어요?


🌞은서: 혼자 살다가 오래 전에 있었던 성폭력 사건을 신고 접수를 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 각자 시설에서 지내다가 이제 좀 돈을 서로 모아가지고 집을 구해서 같이 나오는 케이스. 저는 같이 사는 걸 만족하고 있어요.


🐫낙타: 그러면 앞으로 어떤 집에 누구랑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요?


🌞은서: 앞으로는 가족이랑 같이 사는 건 좋은데 저희가 지금 쓰리룸이거든요. 가족이 4명 사는데 그래서 포룸 정도는 구하고 싶다. 자취를 해봤는데 자취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사람이 게을러지고 너무 방이 더럽고 설거지 하고 인간답지 않더라고요.


🐫낙타: 두 번째 기금 신청인데 처음이랑 조금 다른 마음가짐이라든가 뭔가 신청할 때 마음 조금 달랐던 게 있을까요?


🌞은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처음 신청하신 분들에게 많이 돌아가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원해서 놀라긴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 이상까지는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폴짝기금 예산을 더 늘리기보다는 열림터에 지금 살고 있는 생활인들에게 쓰면 더 좋을 거 같아서요.


🐫낙타: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좋으니까요. 생활인들까지 생각해주는 점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그 지점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도 예산을 잘 분배해서 적절하게 진행하니까요. 그러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겠어요.


🌞은서: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50만 원을 어디에 써야 제일 내가 후회하지 않을지, 오래 남는 게 뭘지. 그래서 핸드폰을 구입할 생각을 했었거든요. 깨져서 가끔씩 꺼지는데 불안감이 있어가지고.


🐫낙타: 그래서 핸드폰 구입을 계획하셨군요. 두 번째 신청하니까 조금 쉬웠던 점이 있으세요?


🌞은서: 첫 번째 신청서를 썼을 때는 당첨될 만한 걸 적어야지라는 생각에 사연이 있고 될 만한 걸 적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어서 이번에는 그 부분을 조금 내려놓고 고르게 되긴 했어요. 뽑히기 위해서 쓰는 것보다 고민이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긴 했어요. 두 번째 신청을 했을 때는 의미 있는 것 친구들, 가족과의 추억 이런 거에서 더 넓어져서 정말 온전히 나만을 위해 써볼까 생각도 들고 아니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를 조금 더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낙타: 두 번째 해보시니까 ‘진짜 편하게 해도 되네?’ 라는 마음이 조금 드셨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은서: 사진 찍는 거랑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데 핸드폰 화질이 좋으면 좋더라고요. 눈도 더 안 좋아져서 안경도 바꿔야 되고, 신발도 지금 바꿔야 되고. 정말 필요한 생필품 같은 생필품이라고 해야 될까요? 이런 걸로 계획을 바꿔도 되는지 안 그래도 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낙타: 조금 더 자기에게 의미가 있으면 더 좋긴 하죠. 안경이라고 하면 사용 계획에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은서: 안경은 1년마다 한 번씩 바꿔야 되는데 지금 이게 한 2~3년 정도 됐거든요. 이제 잘 안 보이기 시작해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발이 안 좋아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이 한정적이거든요. 아킬레스건염이 있어가지고 정형외과에서 추천해 주신 운동화가 있거든요. 그리고 남는 돈으로 여행비에 보탤까 생각해봤어요.


🐫낙타: 좋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은서: 첫 번째 기금 신청 때랑 생각이 바뀌었는데, 전에는 쉼터의 저축 시스템이 심했다고 생각했었어요. 알바로 100만 원 정도 벌었는데 70만 원 저축하거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한 30만 원 정도여서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 나와서 보니까 그때 저축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되긴 해요. 근데 또 부작용이 있는데, 그때 저축을 너무 열심히 했었던 반동인지 제가 ‘퇴소하고 최소한 1년 동안 펑펑 쓰고 살 거야. 정말 못 썼던 돈이니까 내가 남들에게 빚졌던 만큼 갚고 살 거야.’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생각이 습관으로 잘못 굳어져서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거예요. 그 다짐이 지금 제 인생을...! 그때 좀 잘 조절했어야 되는 데. 그 당시에는 거의 주변 사람들도 “그래 너 그렇게 힘들었으니까 지금 쓰는 거 이해해 줄게”라는 마인드였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70% 저축이 무조건 심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저축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낙타: 쉼터 입소자 대상으로 국가에서 지정한 저축률이라 아쉬운 점이 있어요. 지금은 금융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세요?


🌞은서: 아직 습관을 못 버려서 있는 돈 다 쓰거든요. 실업급여 받고 있는데 그걸 다 쓰니까 지금 문제거든요. 주위에 물어보고 다녀요. 너네들은 평소에 얼마큼 쓰니? 한 달에 그래서 보통 100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 나도 100만 원을 쓰겠다고.


🐫낙타: 어떻게 실천하고 계세요?


🌞은서: 맘 먹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주위 친구들은 결제한 걸 올리더라고요. 거기다 택시 쓰는 거 올리면 약간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그런 제어 방식으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올려야 되나..


🐫낙타: 새로운 방식이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설을 퇴소하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은서: 저는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은 케이스이긴 하거든요. 보통은 가족이 피해자들을 버리는데 저는 어머니가 어떻게든 같이 가려고 한 거니까. 저는 덕분에 집값이 줄었잖아요. 그래서 피해자들을 위한 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못 들어간 사람도 많았고.


🐫낙타: 맞아요. 개인적인 점도 있을까요?


🌞은서: 전반적으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하긴 하는데. 내가 나중에 어딜 가서 ‘사실 나 이런 피해 당했어’라고 말했을 때 이게 약점이 되지 않는 문화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람은 TV이라든가 매체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회사 생활하는 거 이해하겠는데 밖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제 심정인데. 그건 이루어지려면 제가 죽을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낙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면 안 된다고도 생각하는데 이해해 주는 사회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오늘 사전인터뷰를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있을까요?


🌞은서: 성폭력 피해가 약점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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