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열 네 번째 인터뷰는 율입니다.
🐫낙타: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율: 일에 치여 살고 일요일에 가끔 쉬어요. 그렇지만 일요일도 보통 교육을 듣거나 요가 수련을 하거든요. 어느 날 그냥 집에서 가만히 누워서 쉬다보니 순간 이런 질문이 떠오르더라고요. ‘쉰다는 게 뭘까? 이렇게 누워 있는게 쉬는 걸까, 아니면 뭔가 활동적인 걸 하는게 제대로 쉬는 걸까?’ 저는 늘 일은 하지만 쉬고 싶어 하고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낙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율: 지금은 요가 강사로 일하고 있고요. 여기서 지원해 주셔서 딴 자격증으로 일하다가, 제가 모은 돈으로 자격증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어요. 처음 직업을 정할 때 열림터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열림터와 요가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열림터에 오지 않았으면 직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못 했을 거예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바는 꾸준히 했지만, 저의 전문성이나 미래를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열림터에 있을 때 스스로 저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끔 이끌어주신 것 같아요. 요가가 제 적성에 너무 잘 맞기도 했구요.
🐫낙타: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율: 10년 뒤 계획을 짜둔 건 없어요. 요즘 제가 목표로 삼고 있는 건 인사이드 요가라고 음악에 맞춰서 요가를 하는 거예요. 팝송이나 이런 거에 맞춰서 요가를 하게끔 하는 건데 요즘 이거에 너무 빠져 있거든요. 요즘 중국에서 엄청 뜨는 요가 분야이기도 해요. 여기서 인정을 받아서 해외 쪽으로 진출하고 싶어요. 해외 진출하면 제 선생님이랑 같이 무대에 서서 요가를 보여줄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러면 학생들이 무대 아래로 쫙 매트를 깔고 저희를 보면서 같이 요가를 해요. 행복할 것 같아요. 해외로 교육받으러 가요. 주니어 단계까지는 올라가면 제 선생님과 같이 교육을 할 수 있어서 주니어를 따는 게 요즘 목표예요.
🐫낙타: 엄청난데요. 자기 적성을 잘 찾은 사람 같아요. 지금 주거 형태는 어떤가요?
🧘율: 퇴소하고 나서 LH에서 범죄 피해자 주거지원 연계 받아서 거의 10년째 살고 있어요. 연계까지 2, 3개월 정도 걸렸는데 진짜 빨리 된 케이스예요. 월세도 거의 시세의 10%밖에 안 된다고 알고 있거든요.
🐫낙타: 열림터도 요즘 생활인들을 위한 다양한 주거지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정말 잘됐네요. 앞으로의 주거 계획 있나요?
🧘율: 저는 남자친구 결혼하고 싶거든요. 너무 성격적으로 닮았고 먼저 되물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랑 오래 지내면 되게 좋을 것 같아서 결혼하고 싶어요. 근데 지금 집이 20년 동안 살 수 있거든요. 최대한 살다가 돈을 같이 모아서 방 3개 정도 있는 곳에 들어가고 싶어요.
🐫낙타: 좋은 소식이 있으면 꼭 전해주세요. 폴짝기금 두 번째 참여이지요. 첫 번째 신청할 때랑은 좀 다른 마음이 들었나요?
🧘율: 네. 처음 신청할 때는 진짜 한창 코로나였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약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진짜 그때부터 수영 너무 배우고 싶었어요. 사실 그때부터 수영복도 천천히 사고 있었어요. 근데 실제로 수영 수업을 등록하는 건 계속 미뤄왔던 거예요.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했을 때 은희 쌤이랑 사전인터뷰하면서 ‘저 이것도 하고 싶고 이것도 하고 싶은데 코로나라 못 하겠다.’ 라는 말도 나눴어요. 그러다 결국 치과 치료에 폴짝기금을 썼죠. 하지만 뭔가 남는 게, 추억이 없는 것 같았어요. 이번엔 코로나라는 제약도 없으니까 저도 신이 나요. 생각해보면 50만 원 되게 큰 돈이잖아요. 사실 저 지금 수영도 하고 싶고 댄스도 하고 싶고. 클라이밍도 해보고 싶고 보컬 트레이닝도 너무 받고 싶어요.
🐫낙타: 하고 싶은 것들을 말할 때 엄청 얼굴이 생기가 도시네요. 코로나 때 치과 치료하신 거 너무 잘하신 것 같은걸요. 치과 치료는 미룰 수가 없는 거잖아요. 이번에는 첫 번째 신청할 때보다 신청서 쓰는데 조금 더 부담이 덜하셨어요?
🧘율: 맞아요. 그런데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계속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금액을 쪼개면 다양한 걸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부담보다 고민이 좀 많아요.
🐫낙타: 계획으로 오토캠핑을 적어주셨는데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인가요?
🧘율: 네. 경기도 쪽에 보면 글램핑장이 있어요. 한 2번 정도 갔었는데 앞이 뻥 뚫려있고 새가 지나가는데 너무 예쁜 그 기억이 아직도 있거든요. 1년에 한 번씩은 가는 것 같아요. 근데 남자친구랑 아니면 친구들끼리 가서 혼자서 즐긴 적이 없는 거예요. 저 혼자서도 꼭 가보고 싶어요. 근데 캠핑을 시간이 못 돼서 못 갈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댄스가 너무 배우고 싶어요. 아니면 다른 약간 좀 더 배울 게 있으면 더 많이 찾아보고 싶기는 해요. 더 추가될 수도 있어요.
🐫낙타: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주세요. 다음 질문입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율: 저는 열림터 생활에 너무 만족했어서. 그때 그 사람들은 다 좋아했어요. 퇴소 후에도 얘기하면 우리 진짜 그때 너무 감사했다는 얘기도 많이 하고. 청소 시간마저도 너무 재밌었어요. 서로 막 가위바위보도 하고 그런 추억들이 되게 좋았어요. 저는 퇴소하고 나서 아쉬웠던 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 외로웠던 것 같아요.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나 봐요. 뭔가 얘기 나누고 그럴 사람이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2년 후인가 열림터 선생님께 SOS를 한 번 친 적이 있어요. 저는 직업적으로 선생님을 하게 됐으니까 근엄하고, 많이 알고, 확실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수련하는 다른 동료 선생님이랑도 얘기가 잘 안 되고,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거예요. 주변 사람이랑 얘기할 수도 없고 약간 뭔가 내가 뭔가 방해되는 것 같은 약간 그런 생각이 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은희 쌤한테 “요즘 삶이 지치는 것 같아요.” 그랬더니 은희 쌤이 “율이야 너 외롭구나” 딱 얘기하셨는데 눈물이 엄청 나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던 거죠. 내가 이렇게 힘들었구나 하고. 열림터에 있을 때 멤버들이 너무 좋았는데요. 은희 쌤, 조화 쌤처럼 정들었던 열림터 쌤들도 어느 순간 다 나가시고 좀 슬펐죠. 저도 갑작스럽게 나가게 되었거든요. 그때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에 자리가 났는데 여기 자리 흔치 않다고 해서 갔다가 몇 개월 뒤에 LH주거지원 자리가 나서 갔어요.
🐫낙타: 열림터에서 같이 복작복작하는 게 잘 맞았는데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네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설을 퇴소한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사회 시스템적으로 모두 좋습니다.
🧘율: 요즘 뉴스보면 회사에서 성희롱이 많잖아요. 뭐가 잘못됐다고 얘기해 줄 수 없는 사회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성희롱 발언을 바로 잘못됐다고 꼬집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성평등에 대해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도요. ‘여자라면 당연히~’ 이런 거. 저도 열림터를 몰랐으면 그런 말을 썼을 것 같아요.
공중파나 유투브등 에 채널이 좀 더 뭔가 사회적으로 더 자주 비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교육들도 회사에 좀 있었으면 좋겠고요.
🐫낙타: 회사 차원에서 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거군요.
🧘율: 맞아요. 임출결(임신,출산,결혼) 그런 것도 보면 너무 답답하고 그러니까 이게 너무 사회적으로 풀리지 않는 매듭 같아서. 성평등한 문화가 안 만들어지니까 너무 보기가 답답한 거예요. 왜 이렇게까지밖에 못하는 거지?
🐫낙타: 맞아요, 답답하죠. 오늘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하면서 기억에 남는 단어나 문장 같은 게 있어요?
🧘율: 수영을 꼭 하고 싶다!
열림터 또우리 지원사업은 모두 열림터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터,
열림터 생존자의 일상회복과 자립의 여정에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