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열 번째 인터뷰는 도영입니다 .
👩🌾은희: 도영 요즘 어떻게 지내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도영: 일하느라 바빠요. 일하기 전에는 반복적 생활방식이 없어 우울했는데 패턴이 잡히니 우울도 좀 잡혔어요. 출퇴근 시간이 멀어서 힘들지만 나름 괜찮아요.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 조금 더 걸려요.
👩🌾은희: 조금 멀긴 하네요. 열림터를 퇴소 하고 나서의 생활은 어땠어요? 자립해서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도영: 퇴소하고 좋았던 것은 혼자만의 공간이 확실히 생겼던 것이고, 규칙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왔는데 혼자 외로워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자립하면서 힘든 것보다 좋은 점이 더 많았어요.
👩🌾은희: 어땠는데요?
💃도영: 생활비 충당이 조금 버거웠어요. 일을 그만두기도 했고 병원비는 부모님이 지원해 주어서 그렇게 충당했지만 잔잔바리 일일 알바로 조금씩 충전했으니 부족했죠. 열림터 있을 때는 음식도 풍족해서 좋았어요.
👩🌾은희: 그러게요. 그렇지만 열림터에 있을 때는 먹지도 않고 인스턴트 음식을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먹고 했었죠. 어떤 부분에서 생활 물가를 실감했나요?
💃도영: 열림터에서는 대부분 지원이 되잖아요. 옷, 미용까지도. 그래서 부족함을 몰랐는데 모든 걸 혼자 해야 해서 물건이나 옷을 하나 사도 이게 이렇게 비싼 거였나 하고 확 와닿았어요. 그래서 붙잡을 때 있을 걸 하는 후회도 했어요. 그래서 나중엔 몇 개 묶음으로 된 물건들을 사게 되었죠.
👩🌾은희: 자립하면 생활비를 체감하게 되죠. 폴짝기금 사용 계획을 봤어요. 요즘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일까요? 하고 싶은 게 여러 가지였다면, 이걸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도영: 사실 물품 구매하는 것보다 뮤지컬을 더 보고 싶었는데 두 개 다하기는 버겁기도 하고 뮤지컬은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애매하기도 해서 간단히 물품을 구입하기로 했어요.
👩🌾은희: 뮤지컬 좋아하면 그것도 좋았겠어요.
💃도영: 좋아하는 뮤지컬이 6월에 끝나는데 그때까지 시간을 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사실 어제까지 고민했어요. 뮤지컬 관람으로 신청하면 갑자기 시간이 안 되거나 취소를 하게 될까 봐요. 폴짝기금이라 취소하게 되면 또 신청서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그래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
👩🌾은희: 6월에 안 되면 다른 달에 해도 되고, 그럼 계획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도영: 음.. 뮤지컬은 월급 타면 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은희: 물품을 구입하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뭐예요?
💃도영: 폴짝기금 50만 원이 작은 돈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운동을 할까? 뮤지컬을 볼까? 처음엔 고민하였는데 덜컥 취업하게 되어 운동도, 뮤지컬도 좀 어렵게 되었어요. 그러다 집안에 부족한 물품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거예요. 또 아이패드와 종아리 마사지기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내 돈으로 사기엔 큰돈이라 망설이고 있었어요. 그래서 50만 원을 다 물품 구입에 쓸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은희: 집안 살림 싹 정리되는 것인가요?
💃도영: 어느 정도는요. 옷걸이도 무너지고 있고, 옷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데, 수납함을 사야 하는데, 수납함을 사면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폴짝기금을 받을 수 있다니까 ‘이건 된다’. 하는 생각에 진행하기로 했어요.
👩🌾은희: 내 돈으로 사기는 아깝고 누가 선물 주면 좋은 그런 상태였구나?
💃도영: 네
👩🌾은희: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요소도 괜찮고, 사회가 갖추었으면 하는 시스템을 제안해 주셔도 괜찮아요. 표정을 보니 할 말이 많은 것 같네요.
💃도영: 제가 퇴소하고 보호종료 아동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보았어요. 보호종료 아동은 보육원에서 나온 아이들이고 피해자보호시설 퇴소자는 거기에 해당되지 않고 피해자보호시설 퇴소자에 대한 지원은 없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생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래서 사회에 대해 불만이 컸어요. 또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은 열림터에서 퇴소한 후 의료비를 3개월만 지원하잖아요. 그 부분이 더 오랫동안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신과 진료를 3개월 지원받고 끊기면, 호전되었다가 중단되니까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길게 지원하거나 바우처 같은 것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은희: 도영은 열림터 있으면서도 많이 지원받진 않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이전부터 지원하던 것을 그대로 했고 그래서 퇴소 이후 별도로 지원받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지금은 부모님 지원 안 받고 있거나 정신과 지원이 필요한 건가요?
💃도영: 부모님이 아직 피해 상황에 대해서 믿지 않으니 너는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 사춘기는 지나지 않았냐? 이렇게 말씀하셔서 병원을 가고 지원받는 것이 너무 눈치가 보여요. 그래서 생계에 대한 지원비도 필요하지만 의료비는 건강과 직접 관련되니까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에 아직도 병원 가고 싶을 때 못 가는 사람 있어?’ 이런 반응이 대부분인데 실제는 못 가는 사람이 있고 그럴 때마다 병원을 가긴 하는데 마음이 불편해요. 아프니까 가는데 눈치를 보며 가야하니까 가지 말아야 하나? 건강을 위해 가야 하는데 심적으로 압박감을 느껴요.
👩🌾은희: 의료비 지원에 대해서는 알아보고 다시 연락해 줄게요. 올해 열림터 30주년을 맞아 열림터에서는 피해자의 자립에 필요한 주거 지원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내가 살고 싶은 곳의 모습을 이야기 나누어 준다면요?
💃도영: 저는 서울역, 용산역 등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이고 교통이 좋아서 그리고 그 공간만큼은 제약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은희: 어떤 제약?
💃도영: 그 안의 사람들끼리 룰을 만드는 것은 좋고 당연히 누구를 데려오는 것은 안 되겠지만 선생님들이 직접 개입해서 룰을 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벌레가 안 나오는 곳이었으면 좋겠고 오피스텔보다는 주상복합 쪽이 더 좋아요. 탁 트여 있고 해가 잘 드는 주상복합이요.
👩🌾은희: 어떤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어요?
💃도영: 열림터에서 같이 살던 H언니 같은 사람이요. H언니가 생각난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고 타인을 충분히 챙길 수 있는 사람,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어서요. 그런 사람이 많으면 다들 살기가 편하지 않을까요? 성격이 잘 맞는 사람이 같이 살면 좋겠죠.
👩🌾은희: 그럼 도영이는 성격이 어떤 성격이 좋아요?
💃도영: 일단 쾌활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으면 좋겠어요. 눈치를 보진 않아도 되지만...
👩🌾은희: 배려 없는 사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어요?
💃도영: 타인의 감정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본인 감정이 너무 우선시 하는 사람.
👩🌾은희: 자립홈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도영: 전 너무 기대돼요.
👩🌾은희: 저희가 열심히 해볼게요.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인터뷰를 한 문장 또는 한 단어로 말하면요?
💃도영: “신기했다”. 열림터에서 그런 일들을 준비하는 것도, 폴짝기금을 신청할 수 있는 것도 다 신기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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