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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폴짝기금] 2024 참여자 인터뷰 : 미루고 있었던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하는 리나
  • 2024-11-12
  • 233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아홉 번째 인터뷰는 리나입니다.



2024 또우리폴짝기금 인터뷰 - 미루고 있었던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하는 리나


🦊신아: 지난 번에 이어서 폴짝기금을 2번째 신청해주셨네요.

 

🚙리나: 네 지난 번엔 이 목걸이를 샀었어요. 이렇게 비싼 악세서리 처음 사봤는데 그 이후로 매일매일 차고 다녔어요. 너무 좋았어서 같이 생활했던 친구도 이야기해서 신청하도록 하고 그랬어요.

 

🦊신아: 좋으네요. 곧 결혼을 하신다고 계획서에서 보았고 민사소송으로 힘드시다고 써있었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리나: 지금 사실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원래 그래서 제가 군인일 때는 생각보다 군대가 성관련 문제에 엄청 워낙 예민한 집단이다 보니까 지원을 잘 해주는 편이었어요. 성고충상담관님도 따로 계시고요. 군병원에서 진료도 계속 받았고 사회복지사님과도 상담하고 법률지원도 각각 다 전문가분들이 계셨는데 전역을 하니까 모든 게 한 번에 없어진 거예요. 모든걸 직접 다 해야 되는데 하나하나 알아보고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소송을 알아서 해야되는데 손에서 놓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 인터뷰도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건데도 완전히 같은 사건으로 엮여 있는 거니까 다 놓고 싶어서 안 하겠다고 할 뻔 했어요. 지난주까지도 힘들어 가지고요. 그치만 할 수 있는 거는 하나씩 해야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왔어요.

 

🦊신아: 잘 오셨어요. 그럼 변호사를 좀 찾아보고 계세요?

 

🚙리나: 친구 중에 변호사가 있어서, 필요하면 선배 소개해주겠다고 했어서 일단 연락처는 받았는데 아직 연락은 못했어요.

 

🦊신아: 그래도 옆에 그런 친구가 있어서 지지가 되겠어요.

 

🚙리나: 그렇긴 하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문가니까요. 그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지금 안정적이지가 않은 상태에요.

 

🦊신아: 그래도 이런 힘든 과정에서 폴짝기금 신청을 해주셨어요. 운전면허 따신다고요!

 

🚙리나: 운전면허 학원 등록비가 80만원 정도 되는데 제가 아직 면허가 없거든요. 딱히 운전을 할 일도 없고 면허를 따려고 하니까 비용도 비싸고 그렇게 해서 따도 운전 쓸모가 있지 않으니까 미루고 있었는데 이사 갈 곳에서는 운전 못하면 힘들다고 해서 그래 따야겠다하다가 마침 폴짝기금있다고 하길래 신청했어요. 그렇다면 조금 더 의지를 갖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혼자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미룰 것 같은데 돈도 이만큼 지원받고 하는 건데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이런 생각으로 마음 먹고 해보려고요.

 

🦊신아: 맞아요. 이런 지원을 받으면 의지가 생기잖아요. 왜 그럴까요? 내 돈으로 하는 것보다 더 생겨요.

 

🚙리나: 제 돈이면 이걸로는 이것도 저것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폴짝기금으로 하면 정말 더 필요한 데를 생각하게 되고 같이 약속을 하니까 더 의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를 위해 쓰겠습니다' 이야기 하니까 실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미뤄왔던 일을 드디어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약 먹는 것 때문에, 정신과 약으로 수면제 먹거든요. 운전하면 안 좋다고 해서 그것도 핑계 삼아서 계속 운전 안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까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요. 당장 운전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따 놓으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이유들을 다 머리론 알고 있었는데 계속 미루던 거를 드디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옆에서 '해야 되잖아', '너가 해야 된다고 했잖아' '우리가 그거를 같이 할 수 있게 응원해줄게' 이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혼자 하면 더 겁이나고 미뤘을 것 같은데 좀 해봐 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해주는거 같아요.

 

🦊신아: 맞아요 그런 기금이에요. 좋은 악세서리도 사봐야 살 줄 알게 되는 것처럼, 나를 위한 돈도 쓰고 시간도 내어봐야 할 줄 알게 되잖아요. 그걸 응원하려고 있는 기금이에요.

 

🚙리나: 아무래도 위축되어 있는 게 있어요. 옛날엔 안 그랬는데 심리적으로 항상 위축되어 있고 제가 되게 흠집 난 사람 같아요. 그리고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게 어릴 때는 그냥 아까워서 돈을 아꼈다면 사건 이후로는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거든요. 그 후로는 저를 위해서 뭐를 한 게... 내가 그런다고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잘 안되니까. 삶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인생에 대한 기대가 좀 없어요. 그래서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잘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또 신기한게 세상에 기대하는 게 없었거든요삶이 형벌같이 느껴지고 숨이 붙어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거고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런데 되게 신기하게 남자친구 만나고 좀 오래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진짜 너무 고맙고 행복하고 그래요.

 

🦊신아: 너무 좋으네요. 리나님한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인가봐요.

 

🚙리나: 맞아요. 지금도 변호사 구하고 있는 것도 도와주려고 많이 그래요. 제가 찾기가 힘들 것 같으면 자기가 몇 명 알아보겠다 이렇게 해주고요. 그동안은 누구를 만나도 약점 같은 거였거든요 그런 일이 있다는 게. 제 잘못이 아닌 것을 알지만 기왕이면 별 일 없던 사람을 만나고 싶을 테니까 제가 자격이 없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숨겨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저를 좋다고 해도 그런 과거를 알면 저를 떠날 거 같은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은 다 아는데도 괜찮다고 하는 거니까 그래서 마음이 좀 편한 것 같아요.

 

🦊신아: 이사 가셔서 편안한 삶이 시작되면 좋겠어요.

 

🚙리나: 저한테는 기회인 게, 사건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서 집에서 지내면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서울 안에서도 갈 데가 없고 다른 지방에 연고가 없고.. 또 어디로 도망을 가야하지?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가 00에 살아서 가겠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환경이 달라지고 지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아: 이 과정에서 폴짝기금도, 열림터도 리나님에게 힘이 되면 좋겠어요

 

🚙리나: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때 만났던 활동가 아니어도 여기 기록이 있잖아요. ‘저 리나에요라고 말하면 알아주는 데가 있다는 거 자체가 좀 힘이 돼요. 열림터에서 나갈 때 좀 상처를 받긴 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열림터에 연락해보면 뭔가는 알려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어요. 그게 힘이 돼요.

 

🦊신아: 다행입니다. 리나 이사 잘 하시고 운전면허 따는 것도 응원할게요!

  

🏃🏻‍♀️또우리 폴짝기금은 열림터 후원회원님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됩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들이 자립의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폴짝! 뛰어넘을 수 있도록, 💜열림터 후원💜으로 그 과정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