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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연구

[후기] 4차 세계여성쉼터대회 (4WCWS) 출장 다녀왔어요! - 1
  • 2019-11-19
  • 413

DAY 1, OPENING 

 


 

11월5일, 제4차세계여성쉼터대회의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Chi, Hui Jung 회장의 첫 시작! (사진 출처: https://fourth.worldshelterconference.org/en/node/709)

 

Chi, Hui Jung / GNWS 여성 쉼터 세계 네트워크 회장 

 

수수: 개막식에서 GNWS 회장은 이 회의의 주제가  Impact and Solidarity 라고 밝혔다. Impact 를 뭐라고 번역해야 하지? 충격을 주며 자국을 남기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만들어내기? 여하간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 규모에 대한 임팩트가 있는 것 같다. 임팩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고. 쉼터들은 ‘현장’으로만 축소되어 목소리를 잘 못내는 경향이 있다. 회의 참여가 현장 경험을 외화하는 데 새로운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또 Chi, Hui Jung 회장이 국제회의와 기후변화를 연결지어서 흥미로웠다. 국제회의는 탄소발자국을 많이 남기며, 기후변화는 여성과 여아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국제회의가 아니라 더 많은 지역회의를 하거나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백목련: 그런 것 치고는 대회 전반에서 계속해서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개인용 컵을 가져오라고 했다면 커피 마시기 위해서 사용한 수많은 종이컵들을 절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현장에서 컵을 구매해서 재사용 할 수 있도록 권장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일회용품 줄이기 이야기가 나오면 같이 이야기 되는 주제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 지역자원 활용하기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도시락이나 간식, 커피가 가오슝과 인근 어느 지역에서 온 제품인지, 지역자원 활용하는 활동이 왜 중요한지 조그만 안내라도 있었으면 계속해서 환기가 됐을 것 같다.

 

수수: 그래도 아예 이야기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우리도 일상적으로 상담소 행사에 텀블러를 가져와달라고 공지하지만, 환경보호와 여성인권을 연결지어 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언급이 기존 인식을 다시 한 번 환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백목련: 그건 그렇지만...  나도 최근에서야 환경 변화와 여성운동의 접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선민이 참여한 프로스페라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에서 네팔의 경우 기후 변화가 네팔 취약계층 여성들이 종사하는 터전을 없애버려서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은 기후대도 다르고 내 직업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연대를 위해서, 실천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더 많이 교류하고 공부해야 된다는 걸 느꼈다. 

 

수수: 환경 외에도 장애여성에 대한 보호, LGBTQ 공동체에 대한 차별, 소수인종 여성에 대한 차별, 이주여성 및 여러 분야에서의 피해자들이란 이슈가 있다고 언급했다. 복합차별경험여성에 대한 욕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였고, 동감한다. 또 이번 회의에서 크게 대두된 이슈 중 하나가 홍콩 상황이었다. GNWS 회장이 홍콩의 상황이 안타까우며, 시위자의 의지를 꺽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 시위자들에 대한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Emerging Issue(최근 쟁점) 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드와 함께 갑자기 대만 대총통 등장 ~_~ (사진 출처: https://fourth.worldshelterconference.org/en/node/709)

 

차이잉원 / 대만 총통

 

수수: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총통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큰 행사구나, 싶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여성쉼터가 대만이라는 나라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구나, 싶어서 놀라기도 했다.

백목련: 나는 개회식 중간에 대회장에 도착했는데 그때 총통이 인사하고 나가는 때였다. 수수가 총통이 왔다고 알려줘서 나가는 행렬 중 총통으로 보이는 남자를 찾고 있었다. 나중에 대만 총통이 여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내가 어떤 역할이나 직업인 사람을 상상할 때 얼마나 많이 고정관념에 따라 남자로 떠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독일 같은 경우 청소년들이 메르켈 총리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총리가 남자가 된다는 걸 상상도 못한다고 하는데 어릴 때부터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할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Love, Love, Love! (사진 출처: https://fourth.worldshelterconference.org/en/node/709)

 

Kamela Bashin/ 

 

백목련: 이 분의 연설이 ‘사랑!’ ‘연대!’ 이렇게 낭만적인(?) 구호를 외치고 어떤 정서를 추동하는 방식이어서 처음에는 ‘으, 나랑 안 맞아’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모였고 특히 쉼터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놓치고 있는지를 여러 쟁점을 연결하는 내용이어서 좋았다. 사실 이 대회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종사자들끼리 모여서 업무 얘기만 하는 재미없는 대회 아닌가 지레 겁 먹었다. 이 분 연설 듣고 좀 설렜다고 할까? 

 

수수: 나도 그랬다. 러브, 러브, 러브! 를 외치게 할 때는 되게 숨고 싶었지만... 아름다운 구호만 외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짚어나가야 하는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짚어서 점점 더 듣고 싶어졌다. 남성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남성과 남아들 역시 가부장제에 의해 비인간화(dehumanized)되고 있으며, 이 회의 이후에 우리가 더 많은 힘을 얻어 우리 가족, 커뮤니티, 회사를 인간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Bashin이 "남성들이여, 우리를 구하려고 하지 말라, 스스로를 구하고자 하라 (Don’t stand up to save us, stand up to save yourselves.)" 라고 말한 부분이 좋았다. 

 

백목련: 구조 안에서 어떤 위치성이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연설이었다. 우리 나라에서 젠더 관련  이슈가 특히 성별 대결로 나타나는 이유는 여성과 남성이라고 이분법적이고 고정된 개인으로만 얘기하기 때문이다. 맥락에 따라 서로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으로 연결이 불가능하다. 왜 우리는 여성이나 남성만으로 이야기할까? 어떤 차이가 있는 거지? 유교 때문인가? 

 

수수: 깔깔. 

 

Shi-Di 공연 중 (사진 출처: https://fourth.worldshelterconference.org/en/node/709)

 

공연들/

 

수수: 공연이 많았다. 예술이 운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두 번째 회의 주제이기도 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 대만의 시디(Shi-Di) 공연은 성폭력피해생존자가 법정에서 겪는 2차 피해를 날 것으로 보여주었다. 

 

백목련: 시디(Shi-Di) 공연을 보고 성폭력 피해생존자가 피해자다움을 강요받는 상황, 수사/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에 노출되는 상황은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여러 세션에 참여하면서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 DV), 친밀한 관계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 젠더 폭력(Gender Based Violence; GBV)과 관련 발제들을 들었다. 그런데  국가나 지역, 인종, 나이대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피해당사자들이 통념 때문에 겪는 고통의 공통점이 있었다. 피해자다움이나 침묵할 것을 강요 받는다거나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진다거나 피해를 수치스러운 경험으로 느끼게 한다거나… 좋은 일도 아닌데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왜 이렇게 세계적일까, 그래서 가부장제 ‘구조’라고 하는 것인가 하고 슬펐다.  

 

수수: 이 구조는 너무 촘촘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할 지 잘 감이 안 올 때도 있다. 

 

백목련: 가부장제 구조는 자원이 작동되는 방식과 밀접하게 맞닿아있어서 피해 생존자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네덜란드 경우에는 가정폭력 피해생존자가 원 거주지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나가게 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접근금지조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가해자가 다시 거기로 오면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아주 간단하게 “그럴 수 없”고 온다고 해도 “경찰에 의해 제지 당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피해 당시 즉각적이고 실제적인 개입이 가능한 상황과 경찰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매우 부러웠다.

 

홍콩의 투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해요. (사진 출처: https://fourth.worldshelterconference.org/en/node/709)

 

Linda Wong / Executive Director of the Association Concerning Sexual Violence Against Women (ACSVAW)

 

수수: 홍콩 시위 상황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들었다. 홍콩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시위의 요구는 여섯가지인데, 다음과 같다고 했다. 1. 송환법을 철폐해달라는 요구. 2. 경찰의 강압적인 단속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 3. 시위자들을 폭도로 규정하지 말라는 요구. 4. 구금된 시위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 5. 보통 선거권 요구. 6. 국회의원과 행정장관을 직접 선출할 수 있는 법안 요구. 송환법은 지난 9월에 철회되었으나, 다른 요구들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시위는 계속되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 폭력적 진압이 계속되는 중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백목련: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 왜냐면 내가 딴 생각을 자주 하는데다...  미국식 영어가 아니면 잘 못 듣는다는 걸 이번 대회 참석하면서 더 심각하게 알게 됐다. 예전에 토익 시험 준비할 때 호주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들어서 호주 사람이 잘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다양성을 못 받아들인 거였다, 흑흑. 

 

수수: 홍콩 경찰들의 시위자에 대한 신체적, 성적 폭행이 증언되는 중이라고 한다. 성폭력은 힘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는 커뮤니티와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성폭력이 자행되기도 한다. 구치소에서 성폭행이 일어나고 있다는 많은 진술들이 있었다. 지난달 한 대학생 시위자가 자신이 구치소에서 성폭행을 당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진술했다. 린다 웡은 경찰에 의해 이런 폭력이 자행되기에, 외부/국제의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ssociation Concerning Sexual Violence Against Women (ACSVAW)의 익명 조사에 따르면, 홍콩 시위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67명 중, 자신의 사건을 신고한 사람은 2명뿐이었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용 없기 때문에’, ‘거짓말 한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자신이 없어서', '두려워서'라는 이유가 압도적이라고 한다. 홍콩과 같이 공권력이 시민을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일 때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단체와 연대자, 시스템이 더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목련: 홍콩 상황에 대해서 SNS를 통해서 계속 전해들었지만 실제로 들으니 더 참담하게 느껴졌다. 린다 웡의 발표에서 느껴지는 감정, 분노와 흥분, 현재 고립된 상황에서 증언하는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대회에서 홍콩을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공동행동을 해서 우리가 함께 연대하고 있고 좌시하지 않는 겠다고 외치는 행동이 시위대에게 지지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수:
 시위대도 폭력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와 경찰이  자초한 일이라는 발언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확실히 홍콩 상황의 시급함, 고립감이 느껴졌다. 이후 기자회견 날짜를 착각에서 참여를 못 했는데, 아쉬웠다. 


백목련: 세션 시간 중에 동시에 진행하지 말고 모두에게 공지해서 다같이 행동에 참여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올해 5월 대만에서 동성결혼법이 통과되었습니다! Victoria Hsu는 그 후 첫 번째로 결혼신고서를 제출한 사람이라고 해요. (사진 출처: https://fourth.worldshelterconference.org/en/node/709)

 

Victoria Hsu: 

 

수수:  쉼터가 주거의 공간이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더 평등하고 인권지향적인 감각을 만들어나가는 훈련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선언을 한 발표라고 생각한다. 발표는 쉼터가 이분화된 성별 구분을 따르고 있기에 퀴어인구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트랜스인구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가능한 해결책 두 가지가 제시되었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 성별 구분에 매이지 않고 '여성성'의 기준을 완화하기였다. 만약 거주인이 트랜스여성과 살기 불편해한다면,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이 살기 어려울 때 대처하듯이, 쉼터가 거주인에게 트랜스 인구에 대한 존중과 퀴어 인권에 대한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왜 그녀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가를 질문하면서, 쉼터는 안전하지 않은 모든 종류의 여성의 받아들이는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게끔 노력하자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퀴어 인구를 위한 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었고, 한국의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https://www.ddingdong.kr/)이떠올랐다. 

 

백목련: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피해생존자들이 편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퀴어단체들은 정부지원금 없이 활동한다. 그래서 더 후원을 많이 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차이를 혐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우리 대화를 읽는 사람들이 띵동이나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http://www.kscrc.org/xe/)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http://transgender.or.kr/) 같은 단체를 많이 후원했으면 좋겠다. 물론 상담소랑 열림터도! 

 

수수: ㅋㅋㅋ 깨알 홍보!

 

백목련: 빅토리아 수의 발표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취약 계층이나 소수자에게 시혜적으로 혹은 선별복지의 차원으로 쉼터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을 환기했다는 부분이다. 세계여성쉼터대회에 대해 사전 정보가 있었다면 우리도 현재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가)(이하 청주넷) 활동 내용을 소개하면서 열림터에서 주거와 관련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청주넷과 결합하게 된 계기와 어떻게 닿아있는지, 활동하면서 해소되지 않는 고민지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열림터에서 제안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지 등을 세션 발표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10월 말에 25주년 포럼이 있었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쉬움을 잘 정리해 두어야 다음 대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참여 할 수 있을지 기록에 남을 것 같다.

 

 

Witness Sharing: Cyril Guzman Josue

 

백목련: 피해생존자의 증언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증언하는가-어떤 방식으로 역량강화 할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일 것 같다. 얼마 전 피해를 겪었기 때문에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할 때 울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하지만… ‘왜 피해생존자들은 눈물로 증언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이 오히려 ‘특정 방식으로만 역량강화할 수 있다고 강요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수수: 나는 쉼터에 거주하는 생존자들이 쉼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때 좀 민망하다. 쉼터가 그만큼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당사자의 언어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필요하지만, 당사자의 언어로 쉼터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들은 적이 없어서 그런 감정이 드는 것 같다. 열림터 생활인들도 열림터에 대한 글을 쓸 때 고마움만 표현하는 경우가 잦은 듯 하다. 

 

백목련:  일상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건의나 제안도 하는데 글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지원자이기 때문에 우리를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의 위치가 달라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권력관계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더 해볼 필요가 있다. 25주년 포럼을 준비했던 기억을 되짚어 봤을 때 포럼에서 발표할 수 있는 생활인이나 또우리(퇴소인을 가리키는 명칭)가 있는지, 있다면 당사자의 입장에서 열림터 생활에 대한 평가와 제안을 해줄 수 있는지 논의하기도 했었다. 외부 노출이나 직장 생활 등으로 활동가들만 발표했지만… 

 

수수: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증언이 유일한 생존자의 증언은 아니었다. 이브 앤슬러도 <Apology>라는 책을 내기까지 고군분투하며 피해경험을 운동으로 만들어낸 지점에 대해 발언했다.  

 

백목련: 그러고보니 다양한 피해당사자들이 나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갈라 디너! 그러나.. (사진 출처: 수수가 찍음) 

 

백목련: 사실 갈라 디너를 엄청 기대했는데… 내가 예상한 갈라 디너는 원탁에 다양한 참가자들이 둘러 앉아서 같이 엄청 맛있는 식사를 먹으면서 서로 교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참가자 수보다 적은 스탠드 바가 일부 설치되어 있어서 서로 자리를 맡느라 바빴고 그러다보니 합석하거나 이야기 나눌 틈은 없었던 것 같다. 나도 밥 먹는데 혈안이 되어 있어서 말 걸 생각도 안 했다.  재밌었던 건 뷔페가 세팅되어 있었는데 1시간 가량 개시를 안 해서 다들 음식 앞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언제 음식 나오나’ 매의 눈으로 눈치게임 했었던 상황이다. 그리고 행사 내내 ‘이 대회를 한국에서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상상을 나누는 것도 좋았다. 신승은이랑 김사월이랑… 아이 좋아! 

 

수수: 갈라 디너 드레스코드가 보라색이었다. 분명히 3.8 여성대회에서 받은 보라색 민주노총 스카프를 챙겼는데 대만에서 캐리어를 열어보니까 없었다…! 그래서 급히 Feminism Perfects Democracy 티셔츠를 입었다.. 

 

흔들렸지만 이렇게 많은 음식이 있었답니다. (사진 출처: 수수가 찍음) 

 

수수: 그리고 대만에서 그동안 우육면만 먹다가 갈라 디너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눈치게임에서 성공했지! 



백목련: 음식에서 다 대만맛 났어… 이때부터였을까? 나의 대만 출장은 음식과의 싸움이었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