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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유리의 한식조리사 합격수기 두번째 이야기
  • 2011-01-05
  • 337

젊은놈이 왜 맨날 한숨이여?

제가 한 숨 쉬는게 버릇이에요.. 하하 그래서 저 과외 해주시던 원 선생님께서 맨날 저 혼내셨어요. 왜 맨날 한숨이냐고 젊은놈이 그러면 못쓴다고.

맨날 제가 한숨쉬니까 젊은놈이 자꾸 한숨쉬고 죽을소리 한다고 그러시면서 따끔하게 혼내시고 그러셨어요. 제가 막 시험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그럴 때도 그런 소리하면 진짜 혼낸다고 그러시면서 저한테 용기 불어넣어주시고 자신감 갖게 도와주신 분도 원선생님이셨어요.

저 못지않게 고생하신 분도 원선생님이셨구,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도 원선생님이셨어요. 잘한다 우리강아지, 예쁘다 우리강아지 해주시면서 요리 가르쳐 주시고 많이 예뻐해주셨죠 선생님께서. '

원 선생님 얘기에 금세 다시 화색을 띄며 말하는 녀석은 솜사탕을 받고 좋아하는 어린아이와도 같아보였다. 

시험 준비하면서 진짜 가장 안나왔으면 하는 음식이 있었어요, 만두국하고 화전하고 어선 뭐 이런거? 만두국은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화전은 자신이 없었어요.

어선은 완전 포기죠. 어선은 연습도 안했어요. 자주 나오는 음식도 아니었고 설마 나오겠냐 하는 생각에 그냥 제낀거죠 하하. 원래 이러면 안되는데...
자신 없는 것 위주로 연습을 좀 했었어요. 만두국이나 배숙 미나리강회 이런거. 솔직히 레시피 다 외우고 그래서 상관은 없었는데 문제는 그거였죠.
시간이 부족해서 수량이 딸린다거나 제시간에 못낸다거나... 그게 가장 약점이었어요.' 

그러믄 뭐뎌, 이미 합격했는디. 이젠 잘 만들겄고만 뭐.

 




요리하고 싶은데요 선생님!

시험 날짜를 잡아두고 손을 베었었어요. 매작과 연습하다가 뻘 생각 하는 순간 생강을 다진다는게 제 손을 다진거에요.. 그래서 손톱의 반이 잘려나갔어요.

깜짝놀랬죠 처음엔. 근데 자주 있는 일이라서 덤덤하게 연고 바르고 대일밴드 붙이고 그때 파상풍 주사를 맞으러 간거였어요. 그때 쉬었죠. 잠깐. 잡혀있던 과외 다 뒤로 미루고 그저 병원만 왔다 갔다 거리면서 치료하고 그랬죠. 근데 진짝 죽겠더라고요 요리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거렸어요. 그래서 선생님 몰래 막 반찬 만들고 그랬어요 하하...

선생님은 아직도 모르세요 제가 그때 손 다친채로 음식한지. 그저 저보고 쉬라고 하셨거든요 잘 아무는게 중요하다고. 근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구요, 그래서 시키지도 않는 반찬 만들기에 막 열중했죠. 자꾸 뭔가를 다지고 싶고 칼질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했어요 '

워따, 대단도 하네 그려. 아니 그 아픈 손으로 칼질이 하고 잡어? 응? 그건 뭐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겄네 아니겄어.

진짜 속상했어요. 왜 하필 그 때 다쳐가지고.. 뭐 그런 생각만 했죠. 잡았던 시험 날짜도 다 뒤로 미루고 연습하고 싶어도 못하고. 무엇보다 한참 연습할 때 잠깐 쉬면 그 느낌을 잃거든요. 뭐라고하지? 감을 잃는다고 해야하나? 가수들이 공백기간 오래 가지면 감을 잃는다고 하잖아요. 근데 요리도 그래요. 요리도 텀을 두면

잠깐이라고 해도 그 감을 조금 잃어요. 전 완전 초보니까 더 그랬죠. 한번 감 잃으면 잘 안잡히고 그런거. 그래도 레시피 외우고 그랬어요 뭐 가끔 놀기도 했지만 하하 '

내 제자중엔 한번은 몰라도 두번 떨어진 제자는 없다, 알아서해.

시험 몇 일 안남겨두고 저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다른건 몰라도 두번 떨어진 제자는 절대 용납할수 없다고. 그 말 듣고 진짜 긴장했죠. 얼마나 긴장했으면 합격이냐 불합격이냐 거기에 초점을 안 맞추고 선생님의 제자가 되느냐 되지못하느냐 거기에 초점을 뒀겠어요 하하~

아무튼, 그 말에 더 열심히 연습 했던 것 같아요. 레시피도 자꾸 자꾸 보고 외우고. 시험 전날에도 연습하고. 시험볼 때 쓸 조리기구도 다 닦아놓고 다 챙겨놓고, 그렇게 만발의 준비를 다 해놓고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레시피만 붙잡고 새벽 1시까지 죽어라 외웠어요. 선생님의 제자가 되고싶어서 '

단단히 준비해오셨네요!!

처음 시험 볼 때 떨어진 이유가 그것도 있었을거에요 복장불량. 다른건 다 갖췄는데 모자를 제가 빼먹고 안가져 왔거든요. 바지도 그냥 청바지 입고 들어갔었어요.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음식을 내지못해서 떨어진거지만 그래도 복장불량 때문에 감점이 좀 됐을거에요. 그게 기억에 남아서 두번째 시험 보던 날 진짜 다 챙겨갔었어요.

모자면 모자, 조리복이면 조리복. 심지어 바지까지 하얀색으로 입고 신발도 하얀색으로 신고 머리도 다 틀어올리고. 진짜 한결 편한 마음으로 여유있는 척 그렇게 시험을 보러 갔었어요. 시험 보기전에 대기실에서 시험시간 기다리는데 어떤 여자분이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어머, 단단히 준비해오셨네요? 속으로 웃었어요.

그냥 느낌이 좋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자꾸 실없이 막 웃음이 나오고 그랬어요. 합격할 줄 미리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냥 속이 간질간질 했어요. '

준비도 단단히 혔겄다. 시험도 잘 봤겄다. 당연히 합격감이구만 뭐.

합격할줄 알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거 아녀? 응?

대기실에서 번호표 받고 기다리는데 진짜 미치겠는거에요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진짜 이거 아니면 안된다 자꾸 이런 생각들고 너무 떨려서 오히려 안떨린 척 연기하고 계속 레시피만 봤어요. 그리고 손 모아 기도했죠. 하나님. 제가 연습한거 나오게 해주세요 제발 연습한거 나오게 해주세요 하고요. 근데 진짜로 하나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 주셨나봐요. 시험장에 들어가는 순간. 무슨 음식이 나올지 메뉴를 보니까 딱 알겠는거에요 그래서 막 울었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나요. 너무 소름이 끼쳐서 '

 




만두국과 무생채

정말 죽어도 잊지못할 메뉴에요. 날 조리사로 이끌어준 아주 착한 메뉴들이니까요. 하하. '

죽어도 만두국은 안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란거 아녀? 근디 나왔는디 붙었다고? 뭐시여?

처음엔 만두국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연습을 했어요. 왠지 나올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어서 시험보기전날에 연습했었어요. 무생채는 원래 자신있었던 요리였어요. 그래서 메뉴를 보자마자 바로 이 생각이 들었죠. 아, 나 붙었구나. 드디어 때가 왔구나.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구나 이런 생각?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자꾸 실실 거렸어요 시험볼 때. 일부러 더 여유있게 칼질하고 감독관들 보라는듯이 능숙한 척? 뭐 이런거? 하하. 마치 그런거 있잖아요
오디션 볼때 어필할려고 표정 더 섹시하게 짓고 자신감 있는 표정 짓고 그러는것 처럼 전 능숙한 척 여유있는 척 하는 표정 지어대면서 어필을 한거죠.

나 좀 보라고. 내가 나중에 한식요리사 될 아이라고. 나 똑똑히 보고 기억하라고. '

 

축하합니다 합격 하셨습니다!

진짜 좋았죠. 너무 좋아서 악지르고 방방 뛰어 다녔어요. 근데 이상하게 눈물은 안나더라고요? 하하. 그 시험보기전에 메뉴 확인 했을 때가 더 눈물 났어요.

이미 그때 합격할줄 알고 미리 눈물을 흘렸나봐요 진짜 웃기죠? 무튼 합격했을 때 드는 생각은 이거였어요. 아.. 우리 선생님의 제자가 될 수 있겠구나.. 하하. 그리고 바로 전화했죠.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하고 당당하게.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엄청 기뻐해주셨어요. 합격 발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길래 제가 떨어진줄 아셨대요. 선생님도 저도 서로 너무 기뻐서 막 크게 웃었어요 진짜 크게. '

안녕하세요, 한식 요리사가 될 아이입니다 '

이제 합격도 혔겄다. 자격증도 땄겄다. 뭐 할것이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에 대한 생각이랄까. 솔직히 맘 같아선 사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하하. 지금은 그냥 많은거 안바라고 조금씩 천천히 많은 걸 배워서 요리계에 제 이름을 알려보고싶어요. '

많은거 안 바란다면서 요리계에 이름을 알려보고 싶다고? 거참, 욕심도 많구만.

사람은 욕심이 많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쓸데없는 욕심말고 이렇게 자기일에 대한 욕심이요. 그래서 전 앞으로도 한식말고 양식이나 일식 배워서 자격증 다 따고 계속 요리 공부 할거에요. 사람들이 어? 쟤 젊은 나이에 요리계에 입문했다는 그 애다 ' 그런 소리 들을정도로 열심히 공부해서 꼭 요리계에 제 이름을 알리고 말거에요.

제 꿈이 그거에요. 돈 많이 벌어서 못했던 공부도 하고 때론 강의도 하러 다니면서 강남에 큰 한식집 내는거요. 한식집 차리면 오세요 하하. 제대로 된 한식 맛 보게 해드릴게요. '

워따, 어린것이 포부하나는 진짜 크구만 응? 그 배짱한번 두둑하니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들어.

요리를 하면서 이런거 저런거 많이 배운것 같아요. 요리 실력이 늘어가면서 제 인간성도 그렇고 저의 모자랐던 점이 채워지는것 같고 그래요. 아직도 어리고 애같지만 10년후에는 아마 큰 소리 치고 살 정도로 실력있고 당당한 요리사가 되어있을거에요. 그때 또 오셔서 저 인터뷰 해주세요

기꺼이 응해드릴게요 하하하. 뭔가 하나를 해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전처럼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안드는것 같아요. 요리가 제 인생에 자리 잡아가면서 뭔가 달라지는걸 수없이 느껴요 그래서 저에게 요리를 권했던 헌 선생님께도 또 저를 가르치시는 원 선생님께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 가지면서 살고 있어요. 세상은 제가 생각하는것보다 넓고 또 넓고 크고 너무 커서 제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까지 제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쭉 뻗어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더 욕심이 생겨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요. 이 마음이 변치않고 오래 갈거라고 믿어요
전...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저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그럼 저는 나중에 절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이렇게 말하겠죠. 안녕하세요, 한식 요리사가 될 아이입니다 하구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