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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2022 폴짝기금 인터뷰: '고독함을 잘 다룰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어려움을 이웃과 함께 해결하는 햇님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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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또우리는 햇님입니다. 햇님은 고독함, 외로움이란 감정을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해주셨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햇님에게 이웃집 사람들이 빠지지 않더라구요. 이웃을 초대하려고 소파를 장만하고, 이웃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는 햇님을 열림터의 수수가 인터뷰했습니다. 



🏕️수수 : 안녕하세요, 햇님?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냈나요?


🌞햇님 : 원래 엄마랑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요. 그 집과 동네와 관련된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원래 다른 곳으로 이사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생일이 안 지나서, 만 19세가 아니거든요. 미성년자는 보증금이 있어도 계약을 못한다고 해서 그냥 살고 있어요. 그래도 나름 만족하면서 지내려고 노력해요.


🏕️수수 : 그 집은 임대주택이라고 했었죠? 친족성폭력피해자의 경우 국민임대주택에 우선입주권이 있는데, 그렇게 입주하게 된 건가요?


🌞햇님 : 네, LH 임대주택이예요. 작년 12월에 재계약을 했고, 2년 뒤에 계약을 연장할지 이사갈지 정해야 해요. 지금 공간이 크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집을 꾸미면서 정 붙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구요. 주로 만들어 먹어서 식비는 적게 들고, 전기세와 수도비도 많이 감면돼요. 하지만 집이 낡아서 그런지 보일러비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수수 : 그래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지금은 미성년자라서 집 계약을 할 수 없지만, 내가 원하는 집을 계약할 수 있다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요?


🌞햇님 :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간분리가 잘 되어 좁은 공간이 있는 집이면 좋겠어요. 공간이 너무 넓으면 불안해서요. 또 햇볕이 들면 좋겠구요. 밖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창문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집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창문 열기 어렵거든요.


🏕️수수 : 지금은 잠깐 일을 쉬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햇님 : 작년부터 계속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고 있어요. 복싱도 다녀보고 강아지도 입양해보고 알바도 해보고요. 하지만 목표가 없어서 그런지 월급이 들어와도 좋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책을 엄청 많이 사서 읽고 있어요. 위로와 관련된 책 읽는 걸 좋아해요.


🏕️수수 : 하고 싶은 거를 열심히 찾고 있군요. 햇님은 이번에 처음 폴짝기금을 알게 되었나요? 알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햇님 : ‘저게 뭐지?!’ 만약 열림터 또우리 단톡방에 공지해주시지 않았으면 사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누가 퇴소한 사람한테 지원을 해주지?’ 이런 생각 때문에요. 사실 믿기지 않아서 열림터에서 같이 생활했던 다른 언니들한테도 다 물어봤어요. 선정되었다는 전화 받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가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됐다고 해서 좀 멍해졌어요.


🏕️수수 : 축하해요. 햇님은 주로 가구를 사는데 기금을 쓰겠다고 신청해주셨어요. 이게 왜 필요한지, 금액은 얼마인지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작성해주셨는데요. 본인의 신청 내용을 좀 소개 해주시겠어요?


🌞햇님 : 우선 여름 이불과 베개를 살 계획이에요. 지금 따뜻한 차렵 이불만 있어서 한여름용 이불이 필요해요. 책상이랑 의자도 살 계획이에요. 아는 사회복지사님이 컴퓨터 공부하라고 노트북을 주셨는데 제 책상이 너무 낮아서 노트북 활용을 못하고 있어요. 또 식탁은요. 제가 지금 상에서 밥 먹는 중인데 너무 현타가 오는 거예요! 국이랑 반찬 하나 올려놓으면 다른 반찬은 바닥에 있고. 다른 건 몰라도 식탁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번에 아랫집 이웃들을 초대하려고 소파를 샀는데요, 큰 지출이라서 떨렸지만 폴짝기금으로 식탁을 살 수 있다는 걸 떠올리고 나니 소파도 살 수 있었어요.


🏕️수수 : 인테리어도 자기 돌봄이니까요. 햇님은 자기 삶을 잘 관찰하고 ‘나한테 이게 필요하구나’ 잘 포착하시는 것 같아요.

참, 저는 처음 가구 들일 때 사이즈를 안 재보는 실수를 했는데요. 햇님은 그런 실수 없이 직접 가구를 둘러보기도 하고, 사이즈도 잘 재보고 예쁘고 마음에 드는 거 구매하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질문이에요. 열림터 퇴소 후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이고,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햇님 : 퇴소 후 엄마랑 같이 살았을 때, 정말정말 힘들었어요. 엄마와 엄마 남자친구가 저를 위협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엄마 남자친구가 더이상 연락을 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여전히 제게 전화해서 욕하거나, 갑자기 집에 찾아오기도 해요. 엄마가 가해자인 아빠를 옹호하는 말을 할 때도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미성년자니까 엄마가 저를 보호해주셔야 할텐데, 그렇지 못했어요. 그럴 때 이웃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도 이런 마음을 담아두면 병든다고 해서, 엄마에게 제 솔직한 원망의 마음을 담은 문자도 보내봤어요.
자립해서 좋았던 점은, 자유롭다는 점이에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치우고 싶을 때 치울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지금 혼자 살면서 힘든 점은 챙겨 먹는 거예요. 누가 식단표를 짜줬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열림터에서 같이 생활했던 언니들한테 식단표 짜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언니들이 ‘나도 지금 밥 먹는 게 힘들어 죽겠다’고 하더라구요.


🏕️수수 : 햇님이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가족관계에서 너무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웃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햇님은 쉼터 퇴소한 사람들한테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해요? 어떤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햇님 : 쉼터 퇴소하고 고독한 감정을 제일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쉼터에 있을 때는 언니도 있고 동생들도 있어서 서로 매일 얘기할 수 있었잖아요. 근데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 퇴소하면 혼자 자취를 할텐데. 그럴 때 고독한 마음을 잘 다룰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취미를 만들면 좋겠구요.


🏕️수수 : 원래 복닥복닥하게 살다가 자취하게 되면 일상을 조잘조잘 얘기할 사람도 별로 없고, 시간도 갑자기 많아진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또 자유로워서 좀 좋기도 하고. 맞아요. 참, 햇님 이번에 또우리 모임 오시나요?


🌞햇님 : 당연하죠. 그동안 모임을 온라인으로 했잖아요. 솔직히 핸드폰을 이렇게 들고 모임 할 생각하니까 너무 부담스럽고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한다니 너무 좋아요. 참여할거예요.


🏕️수수 : 그래요. 이번에 와서 맛있는 거 먹고 얼굴도 봅시다. 퇴소 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래도 햇님이 진짜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혼자 해결하거나, 이웃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것이 많잖아요. 자주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