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매직'이라는 말처럼 선선해진 공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생활인들의 등교길, 알바하러 가는 길, 학원 가는 길,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조금은 시원해졌나 모르겠습니다.
퐁실하게 올린 크림, 정성껏 묶은 하얀 리본
생활인 B의 주력 메뉴 '시장 꽈베기'
8월 한 달에도 열림터에는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격없이 친하게 지내던 생활인들 간에 다툼이 있기도 했고요. 방변경과 생활규칙 개정을 진행하며 대대적인 이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옷장 앞에서 하던 말과는 정반대로 '왜 이렇게 옷이 많지?'라고 질문하게 되는 시간이죠. 내가 원하는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아쉽고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만큼 생활인들 스스로도 노력해준 덕분에 어느덧 새로운 방과 룸메이트에 적응한 모습입니다.
'학교는 가고 싶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이 없다'던 생활인 A는 제과제빵 과정을 등록하였고, 생활인 B는 제과제빵 자격증 필기시험에 거듭 불합격 하고 있지만 잠깐 우울할 지언정 의지가 꺾이는 일은 없습니다(중꺽마🔥). 빵을 잘 만들 자신도 있기 때문이죠! 두 생활인 모두 자신이 만든 빵과 디저트를 한아름 들고와 활동가들에게 나눠주고 활동가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기뻐합니다. 맛은 물론이고,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먹었더니 열림터와 상담소 활동가들의 체지방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무엇보다 사람이 들고 나는 일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겠지요. 생활인C가 자립의 꿈을 품고 열림터를 퇴소하구요, 새로운 생활인D가 입소하였어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설렘과 불안을 같이 느끼고 있는 퇴소 생활인에게, 새로운 공간에 잘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는 입소 생활인에게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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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에는 생활인들이 참여하는 <약물 교육>도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약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죠. 다이어트 약은 몸을 긴장하게 하여 수면을 어렵게 하고 악몽을 꾸게 하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깡마른 몸(이른바 '개말라', '뼈말라')에 대한 열망의 분위기, 다이어트 약 뿐만 아니라 보조제도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빠지는 약을 먹는 건 위험하기 보다는 손쉬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열림터에서는 3회기의 교육 시간을 마련하고, 그 첫번째 시간에 '다이어트에 대한 나의 경험, 지식, 감정 나누기'를 주제로 집단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강사 선생님은 이 시간을 "나의 몸과 마음, 트라우마 스트레스 관리 및 치유를 위한 소박한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해오셨어요. 참여한 생활인들 모두 내 몸과 정신(마음)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앞으로의 시간들도 기대가 됩니다.
그 밖에 후원회원님들과 나누고 싶은 중요 소식은, 다음달 9월 14일이 열림터 개소 30주년이라는 것입니다. 활동가들은 30주년 맞이 홈커밍데이 준비로 정신이 없습니다. 홈커밍데이에는 그동안 열림터를 거쳐간 퇴소 생활인('또우리')들과 전 활동가들, 운영위원들을 초대하려고 해요. ("비밀쉼터의 홈커밍데이"라서 후원회원분들을 초대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다음 번에는 열림터의 든든한 후원회원님들과 함께하는 더 좋은 자리를 마련해볼게요.) 30년을 잇는 이야기도 나누고요. 몸을 움직이고 놀면서 교류도 하고 열림터의 행사가 언제나 그렇듯 맛있는 음식도 먹으려고 합니다. 무려 1박 2일의 일정으로요! 생활인들도 이 공간의 주인으로서 손님들을 초대하고 맞이할 준비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넘치는 열정으로, 때로는 시들해진 태도로 예측불허이지만 생활인들에게도 서로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 묵직하게 이어져온 온기있는 시간들과 연결되어 보는 시간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홈커밍데이 무사히 마시고 다음달 뉴스레터에 소식 또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