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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폴짝기금] 2025 또우리인터뷰➀ 두고 온 사진을 찾아오기로 한 은수
  • 2025-10-05
  • 48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7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첫 째 인터뷰는 은수입니다.




2025 또우리폴짝기금 또우리 인터뷰➀ 두고 온 사진을 찾아오기로 한 은수


🧑‍🌾은희: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은수: 최근에 내일배움 카드를 신청했어요. 오늘 고용센터 가서 확정 쪽지 받아 은행에 내고 카드를 발급받을 예정입니다. 300만원 한도내에서 지원 받을 수 있어요. 새로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저한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빠가 저한테 공부는 의미 없다고, 여자는 공장에 가서 일하면 된다고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했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일 뿐 나한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 했지만 어릴 때부터 그 소리를 들어온 저한테는 공부하는 것은 도전이에요. 사실 성공이나 실패는 중요하지 않고 도전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저 자신이 너무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별거 아니라는 것, 힘들었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요. 


🧑‍🌾은희: 지금까지는 어떤 일을 했나요?


⏰은수: 서비스 일을 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앞으로 그것만 해야 될 것 같아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뭐든 간에요. 어쩌면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일 수도 있어요. ‘나는 지금 괜찮다’, ‘어렸을 때의 내가 아니다’를 증명하는 것일 수 있지만, 뭐든 한다는 것은 저에게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아서 한동안 고용센터에 가야 되는데 못 갔어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하러 나가는 길에 센터에도 가겠다고 계획을 세웠어요.


🧑‍🌾은희: 잘 하셨어요. 저도 운동을 한 참 못 하다가 어제 처음 운동을 갔어요. 


⏰은수: 어땠어요? 


🧑‍🌾은희: 너무 날아갈 것 같고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왜 안 하고 있었나 몰라요.


⏰은수: 저도 고용센터 가는 것이 무서워서 친구랑 가기로 했었는데 막상 다녀와보니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어요. 서류만 있으면 직원분이 다 해주는데 내가 뭘 무서워했나 싶어요.


🧑‍🌾은희: 뭐가 무서웠나요?


⏰은수: 핑계라면 핑계일 수도 있어요. 은행 가기 등을 어렸을 때 해보면 좋았을텐데 못했고, 해보지 않은 것은 무섭게 느껴져서 미루는 것 같아요. 미루다 보니 일이 커지고... 그런데 미루면 일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때그때 도움을 청해서라도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결국 나를 살리는 사람은 나예요. 내가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최근에 고양이와 같이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될 때까지 두 마리를 임보 보내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느꼈어요. 우리 고양이들이 좋은 분을 만나서 너무 다행이고 마음 놓여요.


🧑‍🌾은희: 은수님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과정에 있네요. 응원의 마음을 보내요. 열림터에서 살았을 때의 생활은 어땠어요? 


⏰은수: 열림터는 저를 온전히 보호해 주었던 곳이었어요. 이전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내 몸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힘이 많이 되었어요. 제가 많이 부족하고 빻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제 눈에는 아닌 것이 보였거든요. 보이는 게 불편한 점도 많고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고 있어요.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은희: 열림터에서 퇴소한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은수: 자유가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전보다 더 많이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디딜 데가 있었고 무너진 상태가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이전에는 아무것도 안 했고 숨어서 지냈는데 숨어서 지내지는 않게 되었어요. 지금도 저는 크고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한 게 계속 다른 모습이 저에게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발로 이렇게 열림터를 찾아왔잖아요. 


🧑‍🌾은희: 맞아요. 찾아 오는 것도 힘을 내야 하는 일이에요. 


⏰은수: 열림터에서 연계해 주신 정신과 선생님도 좋았어요. 제가 무너지려 할 때 제 걱정을 해주시는 선생님의 진심을 느꼈고 그럴 때 다시 살아야겠다, 내가 뭐하는 거지?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고양이도 있는데 라고 생각 하게 되었어요. 폴짝기금 중에 10만원을 기부하고 싶어요.  


🧑‍🌾은희: 거절하고 싶어요. 서운한가요? 나중에 돈 벌면 그때 해주세요. 지금은 은수님을 위해 사용해 주시면 좋겠어요. 


⏰은수: 서운하진 않아요. 저의 마음이었어요. 돈 벌면 당연히 후원해야죠.


🧑‍🌾은희: 자립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는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요. 


⏰은수: 주변인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이번에 특히 그랬어요.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도 이렇게 용기를 얻었는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저도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은희: 폴짝기금 사용 계획으로 ‘사진을 찾아오는 여행’을 하겠다고 했어요.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은수: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왔어요. 기금을 열림터에서 지원받는 것이라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에 대한 선물이기도 해요. 당연한 제 것이지만 사진을 가져오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여유가 없어서 못했는데 폴짝기금으로 다녀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에게 할 말도 없어요. 너무 오래 힘든 시간, 미워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해줄 말은 없어요. 사진만 갖고 오고 싶어요. 행복했던 시간, 기억하고 싶은 시간이 있긴 하죠. 엄마 사진 보며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고, 제 모습도 보고 싶고, 지금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어요. 내 시간은 있었는데 확인할 수는 없었죠. 비어있는 시간 같은 것이에요.


🧑‍🌾은희: 잃어버린 나를 찾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생존자들에게 자립이란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은수: 저는 지금 그 과정 중에 있어요. 지금까지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나는 왜 다를까? 나는 왜 이렇게 느리지라고 생각했는데 좀 느릴 수 있고 그 과정 중에 있다고요. 


🧑‍🌾은희: 그럼 은수님에게 정말 자립했다고 생각하는건 어떤 것이에요? 


⏰은수: 제가 부끄럽지 않는 것이다. 저는 늘 부끄럽게 살았던 것 같아요. 제 밥도 스스로 잘 먹고, 고양이 밥도 먹이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자립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처음하는 일들이 많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어요. 


🧑‍🌾은희: 긍정적인 마음이네요. 계속 이런 마음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은수: 어떻게 한 번에 부끄러운 마음이 없어지겠어요. 노력해야지


🧑‍🌾은희: 많은 피해자들이 치유의 시작은 본인의 상황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폴짝기금 프로젝트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열림터가 함께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요?


⏰은수: 프로젝트를 끝낸 후가 걱정돼요. 글을 쓰고 싶은데 혹시 그것을 실어줄 수 있는지? 성폭력 피해자들은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내 것을 빼았겼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것이 저한테는 사진이었어요. 찾아가는 과정이 무섭게 여겨졌고 그것이 엄청나게 나를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내 것을 당연하게 찾는 것인데... 여러가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화는 안나더라구요.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그 사람이 겁내야 하는 것 아니예요? 제가 겁낼 필요는 없죠! 돌아와서 제 생활을 잘 살아내는 것이 관건이예요. 글이나 사진으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은희: 저희 블로그나 소식지에 글을 싣는 것은 당연히 가능해요. 마무리하고 다시 의논해 보아요.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기대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은수: 사진을 찾아오는 것. 찾으면 기분이 좋고 묘할것같아요. 20대 때 생각한 것을 30대에 이룬 것이고, 앞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성도 바꾸려고 생각해요. 찾을 것 다 찾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예요. 영원히 안녕!


🏃🏻‍♀️또우리 폴짝기금은 열림터 후원회원님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됩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들이 자립의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폴짝! 뛰어넘을 수 있도록, 💜열림터 후원💜으로 그 과정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