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7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유유입니다.

2025 또우리폴짝기금 또우리 인터뷰➁ 내 맘대로 돈을 써 볼 기회
🦊신아: 유유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유유 : 요새는 주 2회 엄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신아: 알바는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유유 : 이전까지는 엄마에게 돈을 타 쓰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어렸을 때 엄마가 잘 못해줬으니까 지금 내가 위로금을 받겠다 약간 이런 생각으로. 근데 수술하고 나서 조금 오래 쉬었더니 엄마가 가게일을 혼자 하기 버거우시다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셔서 ‘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괜찮다’ 생각해서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그래도 오며가며 지하철에서 책 읽는 습관도 생기고 출, 퇴근이라는 규칙적인 루틴이 생겨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요.
🦊신아: 맞아, 전에 수술을 하셨다고 했었죠! 지금은 괜찮은가요?
🐳유유: 2023년 4월에 수술을 받았는데요. 6개월마다 검사하는데 지금까지는 별 일없어요. 곧 수술한 지 2년 되어서 10월에 자세하게 검사를 한대요. CT도 찍고 이것저것 다 한다는데, 괜찮을 것 같아요.
🦊신아 : 다행이다. 준비한 질문을 해볼게요. 열림터를 퇴소하고 나서 어려움 같은 게 생기곤 하잖아요. 마음이 힘들어질 때도 있고 일을 하기 어려워질 때도 있고요. 또우리 모임에 나온 또우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번씩 되게 어려운 상황에 놓이구나 체감하게 되는데 유유님에게도 그런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럴 때 어떻게 하셨고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유유 : 어렸을 때부터 가해가 간헐적으로 있었어서 10대, 20대를 거의 집을 나가고 싶다는 욕망과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어요. 대학 가서도 그 괴로움에 매몰되어서 제 자신에게 안 좋은 방식의 생활을 이어갔고, 그러다보니 소위 스펙이란 걸 쌓은 게 없는 거예요. 일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퇴소하고 나서는 이제 30대인데 내가 가진 자산이 많이 없는 느낌, 취업할 때 쓸 만한 어떤 도구가 많이 없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박탈감 같은 걸 느꼈어요. 10대, 20대에 내가 나 자신에게 온전히 쏟았어야 할 그 시간을 통째로 잃어버린 느낌.
다행히 퇴소 이후에도 6개월 정도 심리상담 지원을 해주셨잖아요. 그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심리 상담 선생님이 그러셨거든요. 처음에는 진짜 막 말도 못하고 벌벌 떨면서 왔었는데 종료할 때에는 괜찮은 모습으로 보여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한참 지나서 여기서 또 지원을 받아서 상담을 받았었거든요. 그때는 선생님이 한 번 엄마랑 오라고 하셔서 같이 상담받으러 갔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엄마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엄마는 엄마고 너는 너니까 엄마를 뭔가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너대로 살아라’. 그런 과정들이 저한테는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신아 : 맞아요. 또우리의 자립에 필요한 것으로 상담이나 병원비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또우리 의료비 지원은 후원금으로 하다 보니까 한계가 있을 때도 있고 저희처럼 후원회원이 없는 쉼터들은 하지 못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번 폴짝 기금은 PT에 사용하시는 걸로 봤어요. 대체 어떤 선생님이길래!
🐳유유 : 2023년에 수술 끝나고 체력이 너무 안 좋아져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SNS에서 어떤 운동센터를 보고 처음에는 그룹운동을 신청했었거든요. 근데 제 몸이 그룹을 할 정도도 안 되고 거의 재활 치료를 해야 되는 수준이어서 PT로 바꿨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무게를 많이 드는 거에 치중하거나 운동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일단 제 상태가 어떤지 보고 알맞은 것부터 시도하게 해주시는 게 되게 좋았어요. 도수 치료처럼 마사지 같은 것도 해주세요. 여자 선생님이니까 마음도 편하고요. 선생님이 해주시는 커리큘럼이 잘 맞아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그리고 체력을 회복하면서 선생님 추천으로 러닝을 시작했거든요. 근데 러닝이 하다 보니까 재밌는 거예요.
🦊신아 : 러닝 좋아요!
🐳유유 : 뛸 때 자세가 처음에는 너무 안 좋았는데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더라고요. 속도는 지금도 느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빨라지는 게 느껴지고 신체 곳곳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져요. 뛰면 뛸 수록 내 몸을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느낌, 어느 정도 내 몸을 통제할 수 있는 느낌이 드는 게 재미있어요:
🦊신아 : 맞아요. 통제할 수 있는 느낌 정말 공감해요. 다른 사람들도 진짜 그런 거를 너무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도 운동 좋아하고 생활인들한테도 많이 추천하는데 운동이 진짜 마음먹기가 어렵잖아요.
🐳유유 : 운동은 이게 누가 시킨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옛날에 억지로 운동할 때 진짜 싫었거든요. 초등학교 때 가해자가 저를 경도 비만이라고 억지로 막 새벽에 끌고 나와가지고 뛰게 시킬 때는 되게 싫었는데, 지금은 내 의지로 내가 하니까 좋아요.
근데 폴짝기금은 어떻게 80만 원으로 오르게 된 거예요? 보고 나서 오타 난 줄 알았어요.
🦊신아 : 50만 원도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뭔가 폴짝 기금으로 뭔가를 해볼 계기가 생기기에는 사람에 따라 적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물가도 많이 올랐고 어떤 분들은 생계비처럼 쓰시기도 하더라고요. 그것도 당연히 필요한 거지만 식료품과 생필품으로만 쓰면 좀 아쉽잖아요. 뭘 해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돈이면 좋겠다 싶어서 올리게 됐어요.
“저는 폴짝 기금이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본인의 수준에 맞는 소비’에서 벗어나 내 맘대로 돈을 써 볼 기회를 주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점이 맘에 듭니다. 뉴스에서 ‘실업급여로 성형수술을 했다’느니, ‘가난한 학생이 지원받은 식비로 비싼 밥을 사먹었다‘느니 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멋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시선에 저항하는 맥락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유유님 계획서에 이 부분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시선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했어요.
🐳유유 : 저는 ‘그게 뭔 상관이지’ ‘자기가 받은 돈을 자기가 필요하고 원하는 곳에 쓰겠다는데’ 생각이 들어요.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그 급에 맞게 살아라’ 이런 느낌이잖아요. 돈도 없는 주제에 비싼 걸 먹어? 그 돈 아껴서 싼 걸 여러 번 먹어야지, 그런 비싼 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먹는 거야, 이런 느낌이요.
🦊신아 : 지원 받고 있는 것도, 지원을 받으려고 문을 두드리는 것도 창피한 일은 아니잖아요. 공공 복지 혹은 공공 자원에 대한 투여가 되게 많아져야 되는 게 맞잖아요.
🐳유유 : 저도 예전에 본 얘기인데, 임대주택 이름이 ****인데 거기 사는 애들이 가난하다고 ‘*거(**** 거지의 줄임말)’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하는 어린애들이 누구한테 듣고 배웠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임대주택에 살거나 가난한 걸 창피한 일이라고 어른들한테 보고 들었겠죠. 그래서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공공 복지의 문을 두드리는 걸 용기 내야 되는 일로 만들고요. 저는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저 또한 그쪽에 속한다고 느껴서 그런것도 있어요. 그래서 더 용기를 내려고 하고, 좀 다른 시선으로 주변에 얘기를 퍼뜨려야겠다 생각해요.
🦊신아 : 그러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야겠어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또우리들이 외로움의 문제를 이야기 하시곤 하잖아요. 유유님도 공감하시나요? 생존자의 자립에서 어떤 관계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유유 : 저는 친구가 거의 없는 편인데 다행히 애인이 있어서 외로움은 많이 해소가 돼요. 또 하나 외로움이 덜어지는 부분은, 열림터가 나랑 연결돼 있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만약에 제가 또우리 모임을 잘 나가지 않고, 열림터와 멀어진 느낌으로 있었다면 확실히 외로웠을 것 같아요. 내 편이 없는 느낌이요. 혹시 가해자와 문제가 생기거나 내가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 때 제가 손을 잡아달라고 내밀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러니까 열림터와 연결돼 있다는 그 연결감이 외로움을 많이 상쇄해 준 것 같아요.
🦊신아 : 열림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유유 님의 말을 통해 좀 더 이해하고 알 수 있었어요. 그러면 오늘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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