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열림터 활동가들의 전화기가 분주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후원자분들께 안부 인사를 드리고, 다가오는 후원 행사도 안내해 드릴 겸 전화를 돌리던 날이었죠. 내향인 활동가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입술이 바짝 마르고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날따라 전화를 받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았고, 바쁘다며 급히 끊으시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때 김미우 후원자님이 맑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주시고는 따뜻하게 대화를 이어 가주셨습니다. 게다가 심리·정서를 다루는 앱을 개발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열림터 생활인분들께 소개하고 싶다고 제안도 해주셨지요. 덕분에 활동가가 용기를 내어 “사실 저희도 후원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함께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여쭤보았고,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이렇게 인터뷰가 성사되었습니다.
오늘은 우먼해커톤 최우수상 수상자이자, 열림터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계신 김미우 선생님을 만나 뵙겠습니다.
🌿미우님을 만나러 가는 길🌿
상아🐶 안녕하세요, 미우님! 오늘 인터뷰 편하게 수다 떠는 기분으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후원 행사 안내 전화했을 때, 많은 분이 전화를 안 받으셨는데, 미우님만 반갑게 받아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웃음)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미우🦭 저는 설치작가로 오래 활동했어요. 작년에는 넷플릭스 작품에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000아틀라스’라는 이름으로, 팀원 세 명과 함께 저널링 AI 기반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미우라고 합니다.
상아🐶 이력이 정말 어마어마하시네요. 2019년에 가방 브랜드 후원으로 처음 인연을 맺어주신 걸로 기억해요. 이분은 누구실까? 미우님의 삶의 여정이 궁금했어요.
미우🦭 요즘은 송파 레지던시에 소속되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에요. 11월에 전시를 앞두고 있고, 10월 1일에 서울예대에서 초대받아 워크숍을 진행하게 됐어요. ‘센서리 코어’ 개념을 바탕으로 몸을 사용하는 법을 함께 나누는 수업을 하고 있어요.
상아🐶 정말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시네요. 열림터 후원자분들은 하나같이 멋진 분들인 것 같습니다.
💛 열림터 후원을 시작한 이유
상아🐶 2019년부터 6년간 후원을 이어오셨어요. 어떻게 열림터를 알게 되셨나요?
미우🦭 열림터 같은 곳에 후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오래 있었어요. 제가 삶에서 방황을 많이 했고,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돈을 많이 벌면 후원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먼저 하자’라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저도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피해 생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열림터 입주자분들은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이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불편함도 크고, 더 많이 지원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하다 보니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네요.
상아🐶 맞아요. 가족이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아서 더 취약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오시는 것 같아요.
미우🦭저 역시 성장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경험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피해를 겪은 분들의 회복 과정에 더 공감하게 되었고, 정말 지난한 과정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늘 ‘내가 잘못한 건가?’ 스스로를 의심했거든요. 그래서 열림터가 너무 감사해요. 활동가님들이 하는 일도 정말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제가 잘못한 건 없는데도 모든 게 제 탓처럼 느껴져서 죄책감과 수치심이 컸어요.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렀던 제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잘 웃고 잘 우는데, 저는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감정이 드러나지 않을까, 그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곁에서 많이 만났고, 그런 의심의 시기에도 버틸 수 있게 해준 관계들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더 섬세하게 반응하고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거예요. 그런 과정을 지나며 제 감정의 폭도 조금씩 확장됐고, 지금의 저를 만든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어요.

미우님을 나타내는 사진. 뉴욕 여행 때 박물관에서 발견한 돌.
🌙 우먼해커톤 최우수상 – 저널링 앱 개발
상아🐶 먼저 우먼해커톤 최우수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통화했을 때만 해도 본선 진출 소식을 들었는데,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에 최우수상 소식을 전해주셔서 저희도 정말 벅차고 큰 힘을 얻었어요. 미우님께서 개발하신 앱이 어떤 서비스인지, 또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우🦭 모든 사람이 고유한 리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AI가 발전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더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정체성·몸·리프레임 일기 세 가지로 구성된 저널 앱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지루한 고양이’처럼 하루의 경험을 캐릭터화하고, 자기수용 점수를 붙여요.
부정적 감정을 8개로 나눠 각 감정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질문을 제안하고,
불안할 때 ‘레드버튼’을 눌러 호흡·명상을 안내받는 구조예요.
사실 이 앱은 제게 필요해서 만들었어요. 제가 저를 분석하고 돌보는 도구들을 어플로 변환한 것이죠. 이 앱이 누군가에게 ‘돌봄 받는 감각’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아🐶 너무 좋은 작업이네요. 저도 써보고 싶고, 열림터 생활인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어요. 저희도 일기를 써보라는 제안을 많이 하거든요. 요즘엔 많은 열림이들이 자기 감정을 느끼고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 활동가에게 매일매일 면담을 요청하고 같이 이야기하자고 하세요. 그런데 그때마다 저희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이곳을 나가서 혼자 스스로 자기 감정을 돌보고 경험하고 판단하고 소화해 나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면담 끄트머리에는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보자는 제안을 하는데 그게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 일기를 적는다는 건 습관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앱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캐릭터를 만들고 이름 붙이는 게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고요.
메일 주고받으면서 미우님께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감각과 깊은 좌절감 경험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게 되게 마음이 아팠어요. 저희가 지원하는 피해자분들도 종종 그런 단절감을 말씀하시거든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다는 경험이 감정과 신체 회복을 돕는 저널 앱을 만들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고 하셨는데 이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나요?
미우🦭 단절감이라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인 것 같아요. 타인들이 알기 힘든 감정이기도 한데 동시에 ‘이걸 들키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게 너무 힘이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제 상처를 볼까 봐 무서웠어요. 근데 나한테 있어서 이 일은 나의 코어인데. 나한테 중요한 일이었는데... 내가 이 사람에게 이걸 말해도 될까.. 그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너무 커서, 그래서 버티기 위해서 했던 게 일기 쓰기와 춤이었던 것 같아요.
명상 지도자 자격증도 따고,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땄어요. 저를 돌보고 싶어서요. 몸을 움직일 때, 호흡할 때 비로소 조금씩 행복해지더라고요.
저는 상처받은 과거의 ‘나’를 만나 대화하는 상상을 많이 해요.
어떤 날은 6살의 제가 울고 있고, 어떤 날은 화를 내고 있고.
어른인 제가 그 아이를 달래고, 때로는 그 아이가 어른인 저를 위로하기도 해요.
저는 시간이 단순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 멈춰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라지 못한 그 순간의 나를, 다시 자라게 해주는 과정이 회복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의 자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고 생각하고, 그 자아들과 화해하는 구조를 앱에 담고 싶었어요.
성폭력도 굉장히 다양한 양상이 있잖아요. 입소해 계신 분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계신지 궁금해요.
상아🐶 이곳에 있으면서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을 때도 있는 거 같아요. 오히려 더 나빠지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하루하루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 그게 결국 쌓여서 나중에는 이겨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 과정 중에 다들 있는 것 같고요.
신아🐴 맞아요. 열림터에 오면서 가족과 단절되셨던 분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하기도 하고, 가족들이랑 힘들게 살고 계셨던 분들은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맺고 있는 관계들이 재조직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과정에서 일상이 더 힘들어지기도 하고, 어떤 분은 그 과정을 거쳐서 더 나아지기도 하고. 그때 저희가 뭔가를 엄청나게 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옆에 있고, 옆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분에게 지지가 필요할 때 지지하고, 또 저러면 안 되는데 싶을 때는 그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이러면서 뭔가 그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냥 곁에 있어 주는 거죠.
미우🦭 그게 정말 제일 어려운 것 같아서. 곁에 있어 주는 것.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이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렇게 기댈 곳이 생기는 거니까.
신아🐴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다른 생존자들에게 더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활동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각자 겪은 피해도 다르고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도 다르지만, 사회 속에서 그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는 잘 알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다른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줄 수 있는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면 생존자들에게 큰 버팀목이 될 거예요. 실제로 활동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이 돌고 돌아 어떤 생존자를 살려내는 연결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게 되거든요.
상아🐶 그리고 실제로 다른 생존자들은 어땠어요? 물어보기도 하고 궁금해하는데, 보여줄 수 있는 자료는 부족해서 아쉬울 때도 많거든요. 그런데 미우님 인터뷰가 전달된다면 큰 힘이 되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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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꿈과 희망의 나라.
💛 후원의 의미
상아🐶 미우님에게 후원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 과정에서 오히려 또 스스로 힘을 얻는 순간이 있으셨는지도 궁금해요.
미우🦭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감각이 너무 커요. 오히려 제가 기쁨과 힘을 더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걸 정말 좋아해서, 그 과정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어요. 목표는 더 큰 금액을 후원하는 거예요.
🌈 삶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삶
상아🐶 미우님의 가치관도 소개하고 싶은데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미우🦭 저는 죽을 때 “잘 놀다 간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축제처럼 사는 게 목표예요.
피가 철철 나는 부위에서 빨간 꽃이 피어나는 상상을 하곤 했어요. 아팠던 만큼 예쁜 것이 자라난다고 믿어요.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어떤 사람들에게 상처를 이야기했을 때 모든 사람이 지지를 해준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도 잘 사랑하는 게 뭘까 고민해 보게 돼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활동가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도망갈 수도 있잖아요. 모르는 척할 수도 있는 건데 곁에서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이 아닐까..
그리고… 저는 웃긴 걸 정말 좋아해요. 스탠드업 코미디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신아🐴 우와~~! 저희랑 정말 결이 맞으시다... 다음엔 저희 놀아요. 커피 마셔요. 다음 시즌 2 놀아요~~
상아🐶 저희 기조는 다 이제 웃음으로 승화한다.
미우🦭 ㅋㅋㅋ 제가 연말에 전시를 하게 되면 열림터 활동가분들과 생활인분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제가 도슨트도 해드릴게요!
신아🐴, 상아🐶 정말 최고시다!!
💌 후원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상아🐶 후원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마디해 주신다면?
미우🦭 후원하면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봉사를 하면서 ‘내가 주는 건 작지만 내가 받는 건 훨씬 크다’라는 걸 느꼈어요.
후원은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예요. “내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구나.”
이게 삶의 버팀목이 되더라고요.
🌼 열림터 생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상아🐶 마지막으로 열림터 생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미우🦭 지나가요. 그리고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완벽하지 않은 선택을 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너무 빨리 괜찮아지라고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면 마음에 새겨져요. 그러면 더 폭발하고, 더 위험해지기도 해요.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선택’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나가야 비로소 면역력이 생긴다고요. 그래서 늘 괜찮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때때로 분노를 느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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