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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3월 25일(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근절 정책 심포지엄
  • 2015-03-27
  • 3558
경찰청, 한국여성변호사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근절" 정책 심포지엄
 

2015년 3월 25일(수)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근절" 정책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올해 초 경찰청이 연도별 성범죄 미검거율을 2012년 15.5%(약 2만2천건)에서 2014년 5%(약 2만 9천건)으로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는 발표를 언론을 통해 접하셨을텐데요. 신고율 자체가 낮고(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2008년도 주요범죄에 대한 암수추정 연구에서는 신고가 되지 않아 인지되지 않은 성폭력범죄의 암수범죄율을 87.5%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더군다나 기소율은 50%도 되지 않는(출처: 대검찰청 형사2과) 한국 사회에서 위 통계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근절"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은 지금까지 대학, 직장, 군대 등, 가해자가 피해자가 동일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마주쳐야 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떠난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더욱 가시화시킬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 자리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성폭력이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발생 점을 실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을 포함한 유관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재확인하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심포지엄의 전체 사회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신 이명숙 변호사님이 맡아주셨고, 조희현 치안감님이 첫 발제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의 실태와 대응방향'을 현황 중심으로 소개해주셨습니다. 치안감님은 지금까지의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범죄통계조차 없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신고가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 모색과 상담소와의 연계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아주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님은 '유아가 이웃집 아저씨를 성폭력하는 일이 없다'며, 성폭력은 기본적으로 권력관계에서 강한자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임을 강조하면서, 법과 제도가 갖춰져있더라도, 제대로 신고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법과 현실과의 간극을 좁혀가는 것이 앞으로의 정책 과임을 제언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불쌍한' 피해자나 '괴물' 가해자 같은 성폭력을 둘러싼 통념들을 변화시켜가야 하고,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일상적 인권감수성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한편, 토론에는 서강대 성평등상담실에 근무하고 계신 김영희교수님, SBS시민사회부의 류란기자님,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장인 황은영 검사님,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의 김재련 국장님 총 4분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최근 교수에 의한 성폭력이 사건화 되기도 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로 대학내 성폭력에 대한 대응책에 초점을 둔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학생의 학습권뿐만 아니라, 생활의 연장선에 있는 대학내에서 앞으로의 취직이나, 학점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교수에 의해 일어난 성폭력을 피해자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면서 문제제기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김영희교수님은 독립기관으로 성폭력을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서강대를 예시로 들기도 하였는데요. 가해자인 교수가 사회적 지위와 인맥 등의 자원을 동원하여 학교에 복권되기도 하며, 피해자가 졸업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가해자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사회에서 피해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노출시키면서까지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때문에, 교내 성평등상담실은 독립적 기관일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관점에서 엄격한 조사와 징계절차를 지원할만한 인식과 권한을 갖추고 있어야겠지요. 이러한 지적은 실제 자신을 특정화시키지 않으면서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언론에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들에게 여성단체와의 연대를 설득한 류란기자님이 강하게 제기한 지적이기도 합니다. 즉, 피해자들의 시각에서 "누구를 신뢰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플로어에 충분한 질문의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서울대 강* 교수 사건을 담당했던 경위님은 당시 피해자들이 마치 "신에게 대적"하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음을 언급하면서 학교에 가해자 교수들이 되돌아올 수 없도록 법적 제도와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심포지엄 이틀 뒤, 3월 27일,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에서 각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대응책을 발빠르게 발표하였는데요. 제도적 미비함을 지적하기에 앞서, 가해자들이 지속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제보조차 꺼릴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이, 실제 지원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에 더욱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