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한국판 소도미법 동성애처벌법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라!
- 1만인 입법청원에 돌입하며 -
군형법 92조 6은 한국사회에서 동성애를 처벌하는 유일한 법조항이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문구는 합의된 성관계는 물론, 성폭력 피해자일지라도 동성애자라면 폭행이나 협박 없이 이루어진 성적 접촉에 대해서도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이는 국가가 동성애를 무조건 처벌하겠다고 명시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는 동성애를 질병으로 취급하고 차별하는 것을 멈추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1990년 국제보건기구(WHO)가 동성애가 질병이 아님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2012년 UN 국가별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 이어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자유권위원회) 역시 2015년 11월 이 조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위원회(사회권위원회)도 2016년 발표한 일반논평에서 ‘동성 간 합의한 성관계 처벌 규정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1년, 그리고 올해에도 군형법 추행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합헌의 근거는 동성 군인간의 성적 행위가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날로 높아지는 성소수자 인권과 시민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성소수자 혐오선동에 몸을 사리고, 심지어 이에 동참하는 것과 다름없는 태도이다. 국회는 어떤가. 20대 총선 전후로 성소수자 차별선동세력들이 동성애 옹호 국회의원을 검열하는 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20대 국회 개원 이후에는 국회 안에서 버젓이 반성소수자 단체들의 토론회들이 연이어 개최되었다. 반동성애세력의 위협과 방해에 성소수자 인권과 시민권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의 의사표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군형법 동성애 차별조항에 대한 우려와 폐지 노력은 시민사회 내부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위헌적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했으며, 이미 2013년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군네트워크)는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을 진행했고, 5,690명이 추행죄 폐지에 이름을 올렸다. 3년이 지난 지금, 입법청원운동을 재차 하게 된 데에는 군형법 폐지를 국가기관의 결정에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국가의 부정적이고 경직된 태도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달라졌다. 성소수자 시민권과 평등에 대한 요구는 물론, 이에 대한 참여도 높아졌다. 이제 시민들이 입법청원을 통해 폐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때이다.
군형법 92조 6은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유일한’ 법조항이다. 이미 명분 없음과 해악성이 입증되어 폐지된 미국 소도미법을 따른 해묵은 조항이기도 하다. 물론 이 조항이 사라진다고 해서 부대 내 동성애자 병사, 한국사회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자연스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성애 차별조항은 국가가 성소수자 낙인과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주요 지표일 뿐 아니라, 성소수자 시민권과 동성결혼 법제화의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그렇기에 군형법 92조 6은 반드시 우선적으로 삭제되어야 한다.
2016년 11월은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군형법 추행죄 92조의 6 조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한지 1년이 된다. 때마침 지난 9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종교나 문화를 이용해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빼앗아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아가서 당신이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의 종교나 문화는 그렇게 약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빼앗아가야지만 하는 것입니까?" 같은 질문을 국가에 던진다. 국가는 무엇이 약해서 제 권력을 이용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부정하고 차별하는가. 성소수자를 범죄화함으로써 국가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입법청원은 성소수자의 인권 뿐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인권을 건 싸움이다. 군사력을 명분으로 소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시민을 제약하는 틀에 가두는 법적 조항은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안보를 앞세워 시민을 비시민으로 배제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 속에서, 군형법 92조의 6의 해악을 알리고 조항의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이다. 혐오선동의 공해가 심각할지라도 그것이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양적인 여론선동보다 가치를 매겨야 하는 것은 인권의 가치와 성소수자의 존엄이다. 성소수자의 인권, 우리의 존엄을 위해 입법청원서명에 참여하자. 물밀 듯 쏟아지는 혐오에 맞선 서명운동은 곧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행동이다. 1만 명의 서명은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추후 성소수자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마련의 발판이 될 것이다.
2016년 10월 5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 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한국성폭력상담소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무지개인권연대, 대구퀴어문화축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레주파, 망할 세상을 횡단하는 LGBTAIQ 완전변태,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
(사)신나는센터,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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