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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콩깍지 프로젝트 (4) - 왜 우리가 원하는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을까?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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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프로젝트 네 번째 모임 : 왜 우리가 원하는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을까? 




3월 8일 한국여성대회


이번 모임은 3월 8일 한국여성대회 후기로 시작했습니다. 한국여성대회는 성평등 행진으로 마무리되었는데, 행진 시간이 30분으로 제한되고 경찰 대대가 동원된 상황이 이상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동은 님이 전후사정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주최측에서는 원래 행진 시간을 1시간으로 잡고 그에 맞춰 노래, 연설, 구호 등을 준비했는데 서울시에서 ‘퇴근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행진을 허가하지 않으려다가 행정소송 끝에 30분만 허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준비했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행진을 마쳐야 했다고 합니다. 


경찰을 눈에 띄게 많이 배치한 것도 무언의 압박 같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낙태죄’ 비범죄화 행진에 참가해 본 콩깍지 회원의 말로는 이렇게 많은 경찰이 동원되는 행진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번 여성대회에서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될 정도로 성평등 정책에 적대적인 서울시에서 이런 행진을 허가하다니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은 님의 설명을 들으니 서울시에서 합법적으로 행진을 방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행진이 방해받은 것과는 별개로 행사에 참가한 콩깍지 회원들은 만족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전 모임에서 토론해서 뽑은 15개의 ‘가치 콩'에 대해 다른 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에서 브라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도 위협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행사는 여기가 처음이었어요. 퀴어퍼레이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개최되면 꼭 참석해야겠습니다. 


반면 일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 콩깍지 회원들도 계셨습니다. 오후 시간대를 통째로 쓰는 행사였다 보니 일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으신 분들은 참석하기 어려우셨을 겁니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을 내기 쉬운 저녁이나 주말에 개최했다면 더 포용적인 행사가 되지 않았을까요?


정치와 나의 거리


다음으로는 ‘정치와 나의 거리’라는 주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치가 멀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어떤 문제들이 해결되면 콩깍지 모임원들이 정치와 가까워졌다고 느낄 수 있을지도 알 수 있었어요.


성희 님은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옮겨오면서 정치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올라갔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비수도권에서는 정치인을 볼 일도 거의 없고 지인들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서울에서는 정치인들이 출근길에 선거유세를 하는 것처럼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정치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을 님은 정치인들의 공약을 열심히 읽고 정치 토론회도 챙겨보지만, 미혼 여성을 위한 공약은 전혀 없는 상황을 보고 본인은 유권자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라고 하셨습니다. 정치권에서 협의한다는 명목으로 토론회를 열어도 ‘자리를 위한 자리'가 될 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꾸준히 여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희망을 놓지 않고 정치를 지켜보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물음표)는 정치에 참여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결국 정치와 거리감을 느끼게 된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10대 후반에 청소년의회에서 활동했는데, 퀴어 청소년에 대한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더니 코디네이터 분이 주기도문을 외우시면서 본인은 퀴어가 그냥 싫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청소년들은 대부분 동의했는데 코디네이터가 성인 대 청소년이라는 위계질서를 이용해서 제 의견을 묻어버린 상황이었어요. 당시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넘겼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크게 실망해서 청소년의회 활동과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 같아요. 청년 연령대에 진입하고 나서도 청년 정책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냈지만, 가을 님의 말씀처럼 활동을 주도하는 기관에서 청년의 아이디어를 반영할 의지가 있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가 원하는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을까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정책을 제안해도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는 정책에 잘 반영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어떻게 하면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희진 님은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에서 진행하는 역공약 캠페인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해주셨습니다. 통상적인 선거운동에서는 정치인들이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알리지만, 역공약 캠페인에서는 반대로 거꾸로 유권자들이 정치인을 찾아가서 ‘우리가 원하는 정책을 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을 뽑겠다'고 말합니다. 성희 님은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우리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빈다는 개념이 아니라 법에 나온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목소리를 내려면 비위가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야기하면 진 빠지는 사람을 만나도 말려들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무너지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차별당하는 입장에서 당당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세상에서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지만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 이 글은 콩깍지 프로젝트 참여자 물음표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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