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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인터뷰] 6월 활동가 인터뷰: 활동가, 먹고살 만 한가요? 1
  • 2020-07-01
  • 1376

지난 4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9번째 생일을 맞아 상담소의 두 환갑활동가인 지리산과 사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둘이 합쳐서 47년. 오랜 활동경력만큼 재치있는 입담과 케미로 많은 분들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주었는데요, 이번에는 반대로 상담소에 들어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활동가 3인을 2년차 활동가 닻별이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인터뷰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총 5회 연재됩니다. 활동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먹고 살 만 한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로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매일 오후 6시, 함께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어: 닻별()

인터뷰이: 주리(), 유랑(), 낙타()

 

 

: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팀, 활동명, 연차 순으로 말씀해 주세요.

: 안녕하세요, 부설 연구소 울림의 연구원 주리이고요, 오늘이 일한 지 2년하고 마이너스 일주일 되는 날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여성주의상담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랑이고요, 저도 7월 초가 되면 만 2년을 활동하게 되네요.

: 안녕하세요, 부설 쉼터 열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낙타이고요, 6개월차 활동가입니다.

: 인터뷰 진행자이자 기획자, 사무국 닻별입니다. 1년 3개월차 활동가입니다.


* * *


Q1. 활동가 모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 두 사람(유랑, 낙타) 어떻게 들어오셨죠?

: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채용공고를 보고 들어왔습니다.

: (끄덕끄덕)

: 보통은 빈 자리가 생기면 채용공고를 낸 다음에 1차 서류 선발, 2차 면접을 통해 채용이 진행되는데요. 장주리 연구원님은 어떻게 들어오셨죠?

: 2018년에 여성가족부 수주로 연구를 하게 되면서 양적 방법론을 할 줄 아는 연구진이 필요해서 연구원으로 함께 하다가 연구가 끝난 이후에도 상담소의 연구원으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터뷰도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주리가 합류하게 된 연구 결과보고서 표지. 연구 후기>> (https://stoprape.or.kr/862)


* * *



Q2. 활동가가 되려면 구체적으로 뭘 준비해야 되나요? 필요한 자격증이 있나요?

: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100시간을 들으면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경우에는 모든 활동가가 상담활동도 해야하기 때문에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100시간 이수를 필수 자격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담소 홈페이지의 채용공고를 보시면 알겠지만 입사한 이후에 교육을 이수해도 괜찮다고 되어 있거든요. 들어와서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저도 상담원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로 입사하고, 그 해에 교육을 들었습니다.

: 직무별로 조금씩 다른데, 상담팀이나 열림터는 상담원 자격을 갖고 있어야 뽑힐 확률이 높고, 저나 닻별은 처음부터 전화상담 업무에 투입될 필요가 없어서 좀 더 유연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닻별과 주리가 들었던 제30기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2019)

: 유랑은 기본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들어왔었죠?

: 네. 저는 상담소가 첫 직장은 아니라 그 전에도 활동했던 여성단체가 있었고, 활동하면서 상담이나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전문상담원 교육이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첫 직장을 퇴사한 이후에 성폭력/가정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들었습니다.

: 낙타도 교육 듣고 들어왔어요?

: 네. 교육이 대부분 평일이라 직장을 다니면서는 듣기 어렵더라고요. 퇴사 시기를 맞춰서 상담원 교육을 들었어요. 그리고 상담원 교육은 상담원이 되고 싶은 사람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에 관심 있으면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 낙타 어디서 들었어요?

: 저는 고양파주여성민우회에서 들었습니다.

: 유랑은요?

: 성폭력은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은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에서 들었습니다.

: 그렇군요. 아, 자격요건이라고 해서 생각났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사회조사분석사 2급이 있어서 오게 된 것입니다.

: 그건 주리가 연구를 하는 직무로 채용되었기 때문에 필요했던 자격증인 것 같아요.


*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100시간이란?
여성가족부에서 지정한 위탁기관에서 성폭력을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을 말합니다. 교육을 수행하는 곳마다 교육 일정, 시기, 커리큘럼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보통 격년에 1회씩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신청은 자격 없이 누구나 가능하고, 수료증은 90% 이상 출석자라면 발급되지만, 성폭력전문상담원으로 종사할 시에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별표1]’에 따른 개별기준 중 하나를 갖추어야 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2019 제30기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모집글(http://www.sisters.or.kr/load.asp?sub_p=board/board&b_code=1&page=7&f_cate=&idx=5069&board_md=view)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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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무슨 전공을 해야 유리한가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 유리한가요?

: 다들 전공이 뭐예요?

: 저는 사회학과 여성학을 전공했습니다.

: 저는 여성학을 전공했습니다.

: 저는 사회복지학과 국제관계학이라는, 외교 관련 학과를 졸업했습니다.

: 저는 예체능 계열이고요, 그래서 사회학이랑은 더더욱 관련이 없습니다.

: 사회과학 계열... 정확히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은 이 멤버중엔 저밖에 없네요. 근데 유리한가? 여성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여성학 자체가 사회학의 방법론을 일부 채택하고 있기도 하고, 이론적 기초도 어느 정도 엮여있는 부분이 많기는 한데, 반드시 사회학을 전공해야 유리한가는 잘 모르겠네요.

: 그냥 모범답안을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상담소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활동가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학력도, 나이나 거주지도, 생활 환경도 다 다르지만 재미있게 어울려 노는 상담소 활동가들. (2019)


: 다양하다기엔 인문사회계열이 많지만.

: 이과는 없죠?

: 맞아요. 이공계열이 없기는 하네요.

: 비판적 갬성의 인문사회계열들이 이런 곳에 오는 건가.

: 그래도 낙타가 와서... 좋아요!

: 다양성이 넓어져서요?

: 어색해! (웃음)

: 사회복지학과 학문에도 여성복지론, 아동복지론이라고 해서 여성폭력을 공부하는 분야가 있어요. 그런 부분은 겹칠 것 같긴 하네요.

 

* 질문의 내용 및 인터뷰어/인터뷰이의 학력 조건 상 이야기가 대졸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상담소에서 일하기 위해 무조건 대졸 이상의 학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참고하는 정도로만 봐 주세요!




* * *


Q4. 활동가를 뽑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적 시각이 있는가, 그것이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향하는 점과 같은 방향인가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교차성에 대한 사유가 있는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시각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직무에 필요한 자격증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리산(소장)과 오매(부소장)는 페미니즘적 시각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단체 특성이니까 일반화하긴 어려워요.

: 사회변화에 대한 믿음이나 실천도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급여가 나오고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운동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또 일반 직장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나의 삶을 지키면서도 상담소의 여성운동에, 또 사회운동에 헌신하려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계속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도 대학 때 반성폭력 운동을 해본 경험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운동 단체인 줄 몰랐는데.

: 와보니까 운동 단체였어요?

: 네. 잘 몰랐어요. 근데 상담소 저작물은 많이 봤거든요. 보통의 경험이라던지, 섹슈얼리티 강의나,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던지, 이런 상담소의 자료? 발간물은 많이 봤는데. 상담소랑 매치를 잘 못했습니다.

: 맞아, 주리가 초반에 그 얘기 한거 기억나요.






주리가 상담소에 오기 전 보았던 상담소의 발간물 두 권. 최근 연구소에서는 <섹슈얼리티 강의>의 후속작을 발간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다.

 

* * *



Q5.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가 뒤늦게 활동가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나요?

: 나이에 상관없이 이직이 가능한가? 가 궁금하신 것 같아요.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세계관이 단단해지잖아요.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 활동가가 된다는 건 자기 세계관을 깨트렸다 재조립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거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그런 사례가 나이에 상관없이 있는지 궁금하셨던 것 같습니다. 유경험자 선생님?

: 기본적인 세계관을 깨부쉈다고 하기엔... 내가 깨부셨나? 싶네요. 그것보다 여성주의로부터 알게된 것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했고, 그것이 제 삶의 전반적인 것들을 구축해나가는 도구가 되었어요. 그래서 재조립이라기보다는 스며들었다, 차근차근 조금씩 변화했다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아요.

: 지금 이 자리에 안 계시지만 예전에 상담소에서 활동하셨던 분들, 지금 활동하는 분들 중에서도 굉장히 다른 종류의 일을 하다가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열린 마음? 유연성이 있으면 속도는 달라도 여성주의의 언어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 저는 다른 여성단체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인턴쉽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인턴하던 단체의 상근활동가가 퇴사를 하게 되어서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도 엄청 고민했던 게 “상근활동가가 되는 순간 이 세계에서 나오기 엄청 힘들지 않을까?” 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활동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직 대학을 졸업하기 전이라 해보고 안되면 나오면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었고, 그 직장을 거쳐 상담소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연적으로 주어진 기회도 큰 것 같아요. 그 전에 관심이 있었지만 활동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거든요.

: 타자화는 저도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스며들었다고 했잖아요. 전 직장에서 퇴근하고 나면 여성단체 소모임을 많이 나갔어요. 영화제도 많이 다니고 너무 재미있었지만 머리로는 완벽한 타자화를 했어요. 나는 활동가는 절대 못하겠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 그런데 우리가 모두 이 자리에 있어.

: 저도 논문 쓰는 것도 길어지고 대학원 생활이 힘드니까 사무직 하고싶지, 연구 일을 하리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웃음)

: 솔직한데요?

: 역시 주리야.

: 근데, 근데! 좋은 거 얘기할 거예요. 석사학위만 있으면 보통 다른 연구기관에서는 정규직으로 취업도 힘들고, 연구를 자기가 설계하기가 어렵고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데, 여기는 그래도 제가 주체적으로 연구에 깊게 참여할 수 있어요. 상담소 연구비가 많이 부족하지만.... 석사에게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완전 까먹고 있었는데, 대학원에 갈 때는 대학원 졸업하고 여성운동 하리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대학원 가니까 학비랑 생활비 벌고 공부하느라 바빠서 싹 까먹었습니다. 여기 와서 수습발표 준비하다가 깨달았어요. 이런 꿈이 있었구나!

: ‘잊어버린 나의 꿈’이네요?

: 그래서 운명적인, 그런게 아닐까요?

: 이대로 연구소장까지?

: 주리가 조용히 해라, 라고 말했어요.

: 여러분 이야기 들으니까 정말 재미있네요. 저한테는 ‘활동가’가 너무 가까웠거든요? 저희 학과는 학생운동 하는게 자연스러워서 배경이나 성장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졸업한 선배들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요. “너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면 우리학교 사람들 진짜 많이 보게 될 걸?” 이라는 얘기를 선배들이 농담삼아 했었는데, 제가 진짜로 그 ‘선배’ 중에 하나가 되가지고. ‘사회학과 졸업생은 시민단체에 간다’는 전형성에 한 몫을 했네요.

: 활동가가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했지만 느껴졌지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같이 페미니즘 공부하고 활동했던 모임 친구 두어명이 여성단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걸 보면서였어요. 나도 해볼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걸 보면 주변 환경이나 사람이 중요한 것 같긴 하네요.


* * *



다음으로는 '여성단체 활동가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6개의 질답이 업로드됩니다.

내일 저녁 6시에 또 만나요!

 

기획/인터뷰/편집 : 닻별

녹취록 작성 : 닻별, 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