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지난 8월 16일(금) 오후 7시 오프라인으로 여성주의 수다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8월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모임은 앎, 나타샤, 이음 총 3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법정 공방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와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여자의 말을, 특히 평범한 성인 여성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의 저자인 브리 리(Bri Lee)는 호주의 법원에서 일하면서, 법정에서 배심원들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큰 문제점임을 알게 됩니다. 한국은 미국이나 호주와 같이 배심원 제도는 아니지만, 한국도 법조인의 성인지 감수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유명연예인이 자신을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여성들을 무고죄로 고소했고, 그중 한 분은 징역 2년을 선고받기까지 했는데, 이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였습니다.
계속해서, 남성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특별히 낮은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들의 핸드백을 잠시 대신 들어주는 것에서도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낀다. 남성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이러한 핸드백을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되는 것 만으로도 크게 늘지 않을까”라는 한 트랜스 여성의 제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수제 맥주 가게에서 첫 메뉴로 비건 소시지와 감자튀김을 시켜 먹었습니다. 이후 음식 사진은 열심히 먹고 떠드느라 찍지 못했다고 한다 ……
다음으로는, 올림픽 성별 논쟁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성호르몬?
여성호르몬/남성호르몬이라는 명칭은 사실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사실, 국가대표 급의 건강한 남성 운동선수들을 살펴보더라도 20명중 한 명은 성인 여성 평균보다도 남성호르몬이 낮습니다. 또, 동일한 종목을 하는 남성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도, 남성호르몬의 양은 크게 백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월경 시작일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의 성인 여성이나 완경을 한 여성의 여성호르몬의 양은 성인 남성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습니다. “남성호르몬”의 주된 기능 중 하나는, 피부 세포를 자극해서 피부의 각질을 두껍게 하고 피지를 더 많이 만들어내며, 피부에 난 상처를 더 빨리 재생되게 하는 것인데, 성별과 관련 없이 사람마다 서로 다른 피부의 특성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또, “여성호르몬”은 면역과 뇌의 기능과 관련되어 있는데, 성별과 상관없이 감기에 걸리는 등 면역 기능이 활성화되면 양이 두세 배 이상 크게 바뀌게 됩니다.
수만 개의 인간 유전자들 중 남성의 1차 성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단 하나 뿐
사람의 생물학적 기본(default) 성은 여성입니다. Y 염색체를 가진 생물학적 남성(XY)이라도, SRY 라는 이름의 남성의 1차 성징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어쩌다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생물학적 여성과 동일하게 자궁을 가지고 여성으로 태어납니다. 물론 생물학적 남성이기 때문에 X염색체가 하나밖에 없어서 난소가 없습니다 (난소를 가지기 위해서는 X염색체 2개가 모두 필요합니다). 때문에, 스스로 여성의 2차 성징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생물학적 남성임을 알게 되는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대부분이 여성으로 정체화를 한 이후이며, 약의 일시적인 도움을 받아 여성의 2차 성징을 시작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2차 성징이 시작되고 나면, 약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월경을 하며, 시험관 착상을 통해서 건강한 임신과 출산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생물학적 여성(XX)이라도 어쩌다가 SRY유전자 한 개를 부모님에게서 물려받게 되면, 정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Y 염색체가 없어서 정자를 만들 수는 없지만 생물학적 남성과 모든 것이 동일하게 태어나며, 자연스럽게 남성의 2차 성징을 겪고 대부분 남성으로 정체화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가장 최근 우리가 XY 염색체를 지닌 것으로 진단한 여성은 33세였다. (중략) 교수가 왜 생리가 없는 것에 의문을 품고 병원을 찾지 않았냐고 묻자, 이 환자는 생리를 하지 않는 나이 든 여성 친척이 있었기에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일부 문화권에선 생리나 여성의 신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용인되지 않기도 한다. 일부 국가의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에서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이해할 만한 교육적 배경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출처: 복싱 선수 'XY 염색체' 성별 논란…과학계의 의견은?, 2024, 링크: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d9dnx9djjeo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2차 성징
사람은 1차 성징과 관계없이, 성장기에 자신이 원하는 성별의 2차 성징을 빠짐없이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성의 큰 골반이나 남성의 큰 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이미 성장기가 끝난 성인이라고 해도, 기본 골격이 바뀌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성별의 2차 성징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모유수유가 가능한 여성의 발달한 유방이나 목 앞쪽이 볼록 튀어나오게 하고 저음의 목소리를 내는 남성의 두꺼운 성대는 약의 도움을 받아 나이에 상관없이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트렌스 여성분들의 경우에는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함으로써 정말 많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근육량, 피하지방의 위치, 피부가 부드러운 정도가 변화하는 것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하는 성별의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트랜스 여성으로써 처음으로 빌보드 1위 및 그래미 상을 수상한 킴 페트라스(Kim Petras)는 2살 때부터 여성으로 정체화 하였으며, 여성의 2차 성징을 겪고 여성으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출처 : Gilbert Flores/Billboard via Getty Images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성징”!
매튜 델리시(Matthew DeLisi) (X @Supertf) 또는 “슈퍼(SUPER)”는 2024년 8월 기준으로 오버워치2 게임 스트리밍 순위 7번의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성 e스포츠 선수입니다. 슈퍼는 직접 제작하고 준비한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게임 스트리밍을 하며, 의상에 따라 자신을 여성/남성이라 표현합니다. 슈퍼의 팬들도 “제일 남성적인 오버워치 플레이어(Most masculine Overwatch player)”, “제발 남성이 자연스럽게 여성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게 내버려둬 (Let men be feminine)”라고 말하며 슈퍼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출처: 유튜브 https://youtu.be/h281QhqG0Ug 섬네일
“여자가 직접 되어봄으로써 진짜 남자가 됐다”는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저자인 크리스티안 자이델(Christian Seidel)가 한 말입니다. 남자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찾을 수 있었다는 저자는, 자유롭고 진정한 ‘나’를 찾았다고 말합니다. 최근 보게 된 영화 “파일럿(2024)”의 후반부에 한정미/한정우(조정석)가 여성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받아들이며, “나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라는 짦은 말을 한 것이 마치 현재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여성성을 찾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 같아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치마는 바지가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몸을 위한 것(My body is too powerful for pants)”, “치마를 입으면 계속 흔들게 되더라 (Skirt go spinny)”라는 한 트렌스 여성의 말처럼, 남성도 다양한 이유로 바지의 착용을 불편해 하거나, 치마의 다양한 특성(시원하고, 편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너풀거리며 흔들리는 점)을 선호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재생산권리 보호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유명 단체(Planned Parenthood). 출처 : Chelsea Guglielmino / WireImage(The Heritage Foundation에서 재인용)
이외에도, 저희는 계속 반복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20~30대 남성들의 미성년 성착취, 고등학생 남성들이 단체 대화방을 통해 여성 지인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의 제작을 의뢰하고 공유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후기를 쓰면서, 재생산권리 보호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유명 단체(Planned Parenthood)의 슬로건을 알게 되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겠습니다 (Care, No matter what)”라는 말이 후기를 작성하며 계속 생각났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정말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달에도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빌어요!
아래는 이번 모임에서 언급된 작품 또는 제가 후기 작성에 참고했던 자료 정보입니다.
[책]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 - 말하고 싸우고 연대하기 위해 법정에 선 성폭력 생존자의 사법 투쟁기, 브리 리(Bri Lee), 2018, 링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0034881
『작지만 위대한 일들』, 조디 피콜트(Jodi Picoult), 2016, 링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7505778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크리스티안 자이델(Christian Seidel), 2014,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34389
『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 존 하워드 그리핀(John Howard Griffin), 1961,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20964
『우리는 춤추면서 싸우지』, 한채윤, 2023, 링크: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5349696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Liane Moriarty), 2014,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95480
『사랑과 에스트로겐(Love & Estrogen)』, 사만다 앨랜(Samantha Allen), 링크: https://www.amazon.com/Love-Estrogen-Real-Thing-collection-ebook/dp/B078XB4Q9N
[영화 및 드라마]
다음 소희, 감독: 정주리, 2023, 링크: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28708
파일럿, 감독: 김한결, 2024 (원작, Cockpit, 2012, 마틴 클링버그), 링크: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6595
[뉴스]
여성 대법관 주심 ‘성인지 감수성’ 판결 3697회 인용됐다, 2023, 링크: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10270600001
박유천 무고혐의 여성 2명에 엇갈린 판결…징역2년 vs. 무죄, 2017, 링크: https://www.yna.co.kr/view/AKR20170705004651004
"남성염색체" 가진 불임여성 인공임신 첫 성공, 1994, 링크: https://www.mk.co.kr/news/all/1384835
복싱 선수 'XY 염색체' 성별 논란…과학계의 의견은?, 2024, 링크: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d9dnx9djjeo
반복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집단 성착취, 2024, 링크: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760224
[논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성 호르몬에 주는 영향, Emerging Microbes & Infection, 2021, 링크: https://doi.org/10.1080/22221751.2021.1969869
693명의 국가대표급 여성 및 남성 운동선수들의 성 호르몬 측정 결과, Clinical Endocrinology, 2014, 링크: https://doi.org/10.1111/cen.12445
-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이음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매월 세 번째 금요일 오후 7시-10시, 온라인 화상회의 ZOOM으로 진행됩니다(오프라인 모임은 분기별 진행 예정이에요).
다음 모임은 2024년 8월 16일입니다. 신규 참여자 대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