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2006.2.1] 최근 연쇄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
<최근 연쇄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
최근 연이어 연쇄성폭력범이 검거되면서 새삼 성폭력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성폭력의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가 왜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같은 자극적 내용에 관심이 쏠려있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사회적 떠들썩함은 왠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만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26일, 27일 언론에서 일제히 발표한 대전지역 연쇄 성폭력 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는 기사나 그가 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언론의 관심의 대상은 범죄 행각과 범죄자일 뿐이다. 언론이 피해자에게 관심을 둘 때는 오로지 피해자가 이번 범죄를 유발했다거나 피해자의 허술한 문단속이 이번 사건을 불러왔다는 내용에 이르러서이다. 피해자의 고통을 100명이라는 숫자에 우겨넣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공범화시키는 언론에서 피해자가 설 곳이 없음은 자명하다.
이와 같은 왜곡된 언론 보도 행태는 ‘발바리’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경찰 수사반에 의해 불리우던 ‘발바리’라는 속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사용되면서 이번 사건은 한낱 흥밋거리로 전락되고 희화화되었다. 이제는 아예 ‘발바리’라는 속칭이 ‘대구 발바리’, ‘용인 발바리’와 같은 제2, 3의 아류 ‘발바리’들을 만들어 내며 이제는 모든 연쇄성폭력범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이와 같이 선정적이고 왜곡된 언론의 시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대적 보도는 진정성을 가장한 호들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안의 본질과 심각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도대체 왜 이와 같은 범죄가 가능하였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 쉽다는 생각에 계속하게 됐다"는 시흥에서 검거된 한 연쇄 성폭력 범죄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범죄에 있어서 얼마나 취약한지, 더구나 그것이 성범죄일 경우, 피해자가 소리 내어 말할 수 없음을 철저히 이용한 결과였다.
성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피해자에게는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가해자에게는 그저 한번 쯤 일어 날 수 있는 문제쯤으로 인식된다. 또한 연쇄 성폭력과 같은 극단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가해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 흥분하면서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로 생각하여 자신, 혹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문제는 둔감하게 만들거나 은폐시킨다. 성폭력의 심각성은 단순히 몇 건의 성폭력의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너무 일상적으로 침투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검거된 성범죄자의 키가 160cm도 안 된다는 자극적 사실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대 여성 폭력이 과연 물리적인 힘에만 바탕으로 한 것인지에 생각해야 한다.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열등감에 시달렸다는 단편적 내용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열등감을 표출할 대상이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인면수심을 강조하기 위해 남매를 둔 아버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자행되는지 짚어져야 한다. 그럴 때에만이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고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부각될 수 있다.
2차 피해 없는 수사와 재판, 성범죄자의 교정교육이 필요하다.
이번 연쇄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사회에서 외면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은 이것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사회의 성폭력 신고율은 6.1%에 머물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에게 어떤 무언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지, 그리고 용기를 내어 고소를 한다 해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오히려 2차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반증해준다. 이는 피해여성의 옷차림 등 비난의 화살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회적 인식과 맞물려 94%의 숨은 피해자들이 소리내어 피해사실을 말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범죄자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다. 현행법에서는 집행유예를 받은 성폭력범에게만 수강명령이 내려져, 상대적으로 중범죄자로 실형을 받은 경우에는 따로 교정 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성폭력 범죄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를 충분히 반성하고 사죄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이 교도소 내에 마련되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일시적인 사회적 공분이 아니라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성폭력의 문제를 더 이상 가해자나 피해자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성폭력과 관련한 그 어떤 고정관념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6. 2. 1.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최근 연이어 연쇄성폭력범이 검거되면서 새삼 성폭력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성폭력의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가 왜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같은 자극적 내용에 관심이 쏠려있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사회적 떠들썩함은 왠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만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26일, 27일 언론에서 일제히 발표한 대전지역 연쇄 성폭력 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는 기사나 그가 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언론의 관심의 대상은 범죄 행각과 범죄자일 뿐이다. 언론이 피해자에게 관심을 둘 때는 오로지 피해자가 이번 범죄를 유발했다거나 피해자의 허술한 문단속이 이번 사건을 불러왔다는 내용에 이르러서이다. 피해자의 고통을 100명이라는 숫자에 우겨넣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공범화시키는 언론에서 피해자가 설 곳이 없음은 자명하다.
이와 같은 왜곡된 언론 보도 행태는 ‘발바리’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경찰 수사반에 의해 불리우던 ‘발바리’라는 속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사용되면서 이번 사건은 한낱 흥밋거리로 전락되고 희화화되었다. 이제는 아예 ‘발바리’라는 속칭이 ‘대구 발바리’, ‘용인 발바리’와 같은 제2, 3의 아류 ‘발바리’들을 만들어 내며 이제는 모든 연쇄성폭력범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이와 같이 선정적이고 왜곡된 언론의 시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대적 보도는 진정성을 가장한 호들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안의 본질과 심각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도대체 왜 이와 같은 범죄가 가능하였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 쉽다는 생각에 계속하게 됐다"는 시흥에서 검거된 한 연쇄 성폭력 범죄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범죄에 있어서 얼마나 취약한지, 더구나 그것이 성범죄일 경우, 피해자가 소리 내어 말할 수 없음을 철저히 이용한 결과였다.
성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피해자에게는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가해자에게는 그저 한번 쯤 일어 날 수 있는 문제쯤으로 인식된다. 또한 연쇄 성폭력과 같은 극단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가해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 흥분하면서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로 생각하여 자신, 혹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문제는 둔감하게 만들거나 은폐시킨다. 성폭력의 심각성은 단순히 몇 건의 성폭력의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너무 일상적으로 침투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검거된 성범죄자의 키가 160cm도 안 된다는 자극적 사실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대 여성 폭력이 과연 물리적인 힘에만 바탕으로 한 것인지에 생각해야 한다.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열등감에 시달렸다는 단편적 내용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열등감을 표출할 대상이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인면수심을 강조하기 위해 남매를 둔 아버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자행되는지 짚어져야 한다. 그럴 때에만이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고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부각될 수 있다.
2차 피해 없는 수사와 재판, 성범죄자의 교정교육이 필요하다.
이번 연쇄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사회에서 외면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은 이것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사회의 성폭력 신고율은 6.1%에 머물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에게 어떤 무언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지, 그리고 용기를 내어 고소를 한다 해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오히려 2차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반증해준다. 이는 피해여성의 옷차림 등 비난의 화살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회적 인식과 맞물려 94%의 숨은 피해자들이 소리내어 피해사실을 말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범죄자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다. 현행법에서는 집행유예를 받은 성폭력범에게만 수강명령이 내려져, 상대적으로 중범죄자로 실형을 받은 경우에는 따로 교정 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성폭력 범죄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얼마나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를 충분히 반성하고 사죄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이 교도소 내에 마련되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일시적인 사회적 공분이 아니라 다시는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성폭력의 문제를 더 이상 가해자나 피해자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성폭력과 관련한 그 어떤 고정관념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6. 2. 1.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