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특집기획-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대학내 성폭력의 실태>
11월의 특집기획-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많은 대학이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학칙을 제정하고, 관련 업무를 전담할 성폭력 상담소를 개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이 실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닌데요.
지난 11월 17일에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열렸던 <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대학내 성폭력 관련 정책,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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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대학내 성폭력의 실태
반 성폭력 정책의 원칙
반 성폭력 정책의 실제 : 활용 가능한 정책의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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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 성폭력의 실태
한국성폭력상담소
본 상담소의 2000년 1월에서 2001년 6월까지 진행된 상담의 통계 결과에서 나타난 대학내 성폭력 의 실태는 다음과 같다.
가해자와의 관계
상담건수(상담횟수)
교수/강사
선후배
동기
교직원
기타 34(53)
42(57)
26(33)
4(5)
6(20)
합계
112(158)
* 피해자, 가해자 모두 같은 학교 소속인 경우를 기준으로 함
* 2000.1∼2001.6 (전체 상담 4512건 중 112건으로 2.5%)
* 기타 관계에는 교수나 교직원에 의한 직원의 성폭력, 여자 강사의 학생에 의한 성폭력이 포함.
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본 상담소 학내지원팀에서 97.1∼98.6까지의 대학내 성폭력 상담 건수(75건)에 비해 5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별, 나이, 직위등 복합적 권력 관계에 놓여있는 교수/강사/선배에 의한 피해가 전체 발생율의 67.8%를 차지하고 있어 성별 권력과 함께 나이나 직위에 의한 권위/권력이 대학내 성폭력 발생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교직원이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해한 경우나, 교직원간 성폭력, 교수에 의한 교직원의 성폭력등 대학내 모든 구성원이 성폭력의 가해자, 피해자로써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담 내용에 따라 이들 피해의 유형화 하여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교수(강사)-학생간 성폭력
·묵시적 혹은 명시적으로 학점이나 학위인정, 논문 통과, 진로등으로 유인하여 성폭력을 하는 경우
·성폭력에 대한 거부로 학점이나 학위 인정, 논문 통과, 진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강의실, 연구실, 교수실 등에서의 성폭력 행위를 통하여 개인의 학업 능력을 방해하거나 거부감을 주는 학업 분위기를 만드는 경우
·신체 접촉, 데이트 강요, 성적인 모욕을 주는 언동 등 피해자 개인에 대한 지속적인 성폭력 행위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정신적·사회적·물질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경우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사제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위계와 권위성을 고려할 때 그 구체적인 양상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사회는 스승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학생의 기본적인 도덕적 소양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학우들은 가해교수의 성적인 언설이나 접촉 등에 대해서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스승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존경이라는 일반의 시각 속에서 이를 성폭력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주관적인 불쾌감이나 혹은 친밀감의 한 표현으로 해석하기 쉬워진다. 또한 공적인 만남 이후에 이루어지는 술자리나 '논문을 봐주겠다'거나 '상담할 것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가해 교수가 접근할 때 피해 학생들은 이를 교수에 대한 신뢰와 존경 속에서 믿고 따라가게 되기 쉬워짐으로서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대학사회 내에서 학점이나 학위, 졸업 이후의 진로 문제 등에 있어서 학생에 대한 교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점도 교수에 의한 성폭력의 주된 요인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가해 교수들은 학점이나 졸업논문의 통과, 졸업 이후의 진로 등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빌미로 피해학생들을 협박, 유인해 내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본 상담소의 사례에서도 나타나는데, 대부분의 가해 교수가 전공과목의 교수이거나 지도교수 등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으며, 학점이 모자라 재수강한 과목의 학점을 주겠다거나, 대학원 진학 등으로 피해학생이 거부할 수 없는 협박을 가하고 있었다. 설령 직접적인 협박이나 유인이 따르지 않는 것이라 해도, 거부의사를 표명할 경우 받게 되어질 불이익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가해 행위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피해학우의 상황은 성폭력이 발생한 이후 더욱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사례의 피해자들의 경우 자퇴나 학위 포기등 교육 상의 불이익에서부터 신뢰하던 교수에 의한 피해로 강한 심리적 충격을 받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성폭력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가해교수로부터 올 수 있는 불이익 때문에 대응하지 못한채, 스스로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현재의 제도 역시 교수에 의한 성폭력에 적극적이고 강력한 처벌을 약속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더더욱 문제제기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게 된다.
특히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피해학우의 대응이 대학사회 내에서 가해교수와 피해학우의 관계에서 다루어지기보다는 교수사회 전반과 대한 피해학우의 대립구도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피해학우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성폭력사건이라는 문제의 심각성과 비판의 초점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학위입니다. 거의 졸업을 할 수 있는 상태인데 학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합니다. 저는 공부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피해학우의 목소리는 너무나 척박한 교수 성폭력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선배-후배(혹은 동기)간의 성폭력
·M,T나 대학 축제, 술자리, 신입생 환영회 등의 행사와 교실, 동아리 등의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원치 않는 신체 접촉, 성적 농담이나 음담 패설
·선-후배, 동기 관계등 개인적인 친밀성을 빌미로 동의 없이 행해진 모든 성적 접촉, 데이트 강요, 성적인 모욕을 주는 언동
·신체 접촉, 데이트 강요, 성적인 모욕을 주는 언동 등 피해자 개인에 대한 지속적인 성폭력 행위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정신적·사회적·물질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경우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성된 성폭력적인 환경
· 공공장소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포스터나 음란물을 개제하는 행위
· M,T나 대학 축제, 신입생 환영회 등 학생회, 동아리의 행사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프로그램, 포스터.
선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학내 성폭력 발생실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내 성폭력의 유형이다. 선배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앞에서 살펴본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특징과 유사한 점을 많이 보여준다. 즉 동아리나 학과 등 학우들의 인간관계에서 살펴 볼 때 선배들이 일반 학우들에 대해 갖는 권위나 영향력은 사제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 못지 않게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교수의 경우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피해학생들은 선배에 대한 신뢰와 의지 속에서 선배의 행동이나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 없게 되고 그 가운데서 강제적인 성적 접촉이나 폭력 등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 선배들의 경우 피해자가 소속한 인간관계 집단 속에서 이들이 가지는 영항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는 모습을 많이 나타낸다. 실제로 선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같은 학교, 같은 강의를 듣는 아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는 가해자 남성보다는 피해 여학우에게 비난이나 호기심의 시선이 더 쏠리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주변사람들에게 말할 경우 자신이 소속 집단 속에서 소외되거나 배타 당할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덮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본 상담소의 상담 결과를 보면,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 하려던 많은 피해자들이 주변 동료들의 비난이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분위기, 공동체의 명예를 위해 사건을 무마하고 싶어하는 주위의 분위기 때문에 또다시 상처를 입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선후배간 혹은 동기간에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과 발생 원인은 무엇보다도 대학 문화의 두 가지 특징적인 성격과 관련지어 나타나고 있다. 이 두 가지 문화적 특징은 우선 첫째는 우리나라 대학문화의 공동체적 성격이고, 둘째는 바로 남학우에 기준한 잘못된 평등의식 요구이다.
우리나라 대학사회는 공동체 문화, 단결, 단합 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이다. 대학사회의 공동체적 성격이 기본적으로 서로의 성별이나 연령적인 차이를 떠나 학우동료로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함께 행동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제 막 허락된 이성과의 자유로운 교제에 대한 관심과 일반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그대로 내면화하고 있는 학생들은 보다 쉽게 성폭력에 노출되게 된다. '우리는 너희를 동료로서 바라본다'라는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말들 속에서 성차별적인 현실들을 무시하게 만듦으로서 더 많은 성폭력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간에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M.T나 새터, 답사 뒷풀이, 술자리 등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대학문화의 두 번째 특징인 잘못된 평등의식의 요구와 관련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 대학 문화의 경우에 나타나고 있는 평등의 의미를 살펴보면 실제로 남학우와 여학우간의 실제적인 차이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성차별적인 문화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 남성 중심적인 대학 내 성문화를 여학우가 그대로 함께 따라주기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앞서 나타난 학생간 성폭력 사건의 발생양상을 살펴보면 친밀감을 중시하면서 남녀의 구분 없이 같이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대학문화의 공동체적이고 평등의식이 기실은 여학우와 남학우간의 차이를 인정한 평등의 의미가 아니라 남학우의 이해에 기반한 문화와 가치를 기준으로 여학우들이 이에 일방적으로 함께 따라주기를 요구하는 가운데서 나타나는 문제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학문화의 배경 속에서 학생들은 술을 마시거나 놀이문화를 즐기는데 있어서 서 남녀구별이 없이 행동할 것을 요구하나 이미 요구되는 문화의 성격 자체가 권위적이고 왜곡된 남성중심의 성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학우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무시하고 남학우들과 똑같이 즐기고 수용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가운데 보다 많은 여학우들이 성폭력에 노출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거부당하지 않기 위해 피해자는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부정하거나 사실을 감추게 되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변인들도 성폭력의 심각성과 그에 따른 피해자의 괴로움보다는 집단의 분열과 대외적 망신을 당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교직원에 의한 학생 성폭력
모르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 셔틀버스, 화장실, 도서관등에서 일어나는 동의하지 않은 성적 접촉, 성기노출, 훔쳐보기
직장 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 (직장내 성희롱)
·직장 상사, 동료증이 채용과정이나 근무 기간 중에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는 성적인 언동으로서 피해자들에게 성적 불쾌감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