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실무수습차 상담소에 오신 다섯 분과 인턴활동가 두 분의 방청 기념사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있는 법전원 1학년 김열국입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우리는 실제로 이와 관련한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관찰하고자 지난 금요일(2월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506호에서 진행되었던 형사재판을 방청하게 되었습니다. 2시간에 걸쳐 대략 열두세 건의 사건에 관한 재판이 이루어졌습니다. 카메라등 이용촬영, 강제추행 등 성범죄 사건과 사기 사건이 대부분이었고, 아동학대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실에 돌아와 재판에서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후기를 쓰려고 합니다.
1. 전반적으로 검사와 피고인 간에 공방이 치열하지 않고, 피고인이 검사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는 평이한 재판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카메라등 이용촬영이나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사진이라든지 CCTV 영상 등 명백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이 되었고,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재판을 방청하며 많은 피고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건이 연속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방청석에서 대기하다가 이름이 불리면 피고인석으로 가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진술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같이 재판을 방청하던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어떤 사건의 피고인이라는 점과 검사의 공소사실을 통해 그 사람이 저지른 범죄의 내용들을 알게 되면서 조금 놀란 순간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단지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에 불과하므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위에서 적었듯이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범죄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피고인의 얼굴을 보는 게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당연하게도 피고인들의 얼굴은 각양각색이었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외모와 관련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 형사재판의 구성원으로 보통 판사와 검사, 피고인과 피고인의 변호인만 생각하게 되는데, 이번 재판 방청을 통해 ‘피해자 변호사’의 존재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재판 중간에 판사님이 의견을 묻고 피해자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신해 의견을 답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재판 후 닻별 활동가님께 이에 대해 질문을 했고, 이것이 피고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형사재판에서 직접 당사자인 피해자가 소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4. 변론 종결을 맞이한 사건이 2개 있어서, 피고인의 최후변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이었는데, 피고인의 말을 도무지 알아듣기가 어려워 당황했습니다. 단지 스스로 굉장히 억울해하는 감정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 진지하게 경청하시던 판사님도 아마 이해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들었고, 최후변론이라는 소중한 기회가 허비된 것처럼 생각되어 안타까웠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아동학대 사건이었는데,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초범이며, 이제 가정을 꾸린지 얼마 되지 않았고, 투병 중인 시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울먹이고 흐느끼며 감정에 호소하는 피고인의 말을 들으며 판결문에서 감경 양형사유로 거론되는 것들이 재판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직접 목격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실무수습 과정에서 분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감경사유에 관한 것인데, 감경사유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고려하는 것이 타당한지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법원에 간 것도, 재판을 방청한 것도 처음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오후 재판에는 증인신문 등이 있어서 좀 더 치열한 공방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일정상 오전만 보고 돌아와야 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오늘 우리가 지켜봤던 재판들이 후에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형사재판을 방청하는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은 로스쿨 실무수습생 김열국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