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2일,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에서 주최한 <성차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토론회: “그 안에 성폭력을 야기하는 성차별 조직문화가 있다”>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쉬운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140여분이 참석해주셨고요, 토론회의 뜨거운 현장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집 보기 👉 sisters.or.kr/load.asp?subPage=310.view&cate1=%B9%DF%B0%A3%B9%B0&cate2=A04&page=1&idx=265 |
먼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장주리 연구원은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에서 진행한 직장 내 성차별 문화,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설문조사는 업무 외 ‘심기’노동·‘감정수발’노동, 꾸밈노동·업무 외 보조·사적 수발, 성차별적 조직운영과 관련된 성차별 경험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직장 내 제도,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경험을 묻는 내용이었고, 520명의 시민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응답자분들이 직접 경험한 성차별적 조직문화에 대해 생생하게 기록해주시기도 한 설문조사였는데요, 내용이 방대하므로 자료집에서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설문조사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발생의 연관성을 살펴보고자한 것이었고,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진단하는 모든 문항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경우보다 경험한 경우가, 피해를 경험도 목격도 하지 않은 경우보다 경험하거나 목격한 경우가 각 문항과 관련한 성차별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습니다. 즉, 성차별적 조직문화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발생이 일정 정도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외모평가 및 상사에 대한 사적 수발과 관련된 문항을 제외한 모든 문항에서 민간사업체보다 공공기관에서 응답자들이 성차별을 인식하는 정도가 높았는데요. 공공기관의 전반적 성차별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12월 10일에 발표한 대책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지점을 짚기 보다는 ‘소통 창구를 제도화’하겠다고 한 것에 그친, 한계가 있는 대책이었음을 이야기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로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귀천 교수님이 젠더괴롭힘의 법적 개념화에 관해 다뤄주셨습니다. 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성차별적인 언동 혹은 성별 및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 기반한 언동,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현행 성희롱 관련 법제로는 이것을 제대로 다룰 수 없는 현실입니다. 2019년 7월부터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율제도가 도입되어 어느 정도는 법적 규율이 가능해졌지만 이것이 문제에 대처하기에 타당하고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발제에서는 젠더괴롭힘 등을 고평법상 성차별 및 성희롱 개념으로 포섭하고자 할 경우, 국가인권위법 상 성차별행위로 포섭하고자 할 경우,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 개념으로 포섭하고자 할 경우와 관련된 현행법상 한계를 살펴보고 해외 법제 상 직장 내 괴롭힘 및 젠더괴롭힘에 대한 내용을 살펴본 뒤 젠더괴롭힘 내지 성차별적 괴롭힘의 법적 개념화와 규율을 해석론적 관점, 입법론적 관점에서 검토하였습니다. 젠더괴롭힘의 모든 행위태양을 해석론에 의해 포섭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성차별적 괴롭힘과 성희롱의 개념을 구분하고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힙 규정의 한계를 보완하여 규율하되 이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짚으며 발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토론에는 인천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김태임 상담소장, 여성학자 권수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연구위원,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최미진 대표가 참여해주셨습니다.
먼저 김태임 소장님은 평등의전화에서 상담한 젠더괴롭힘 사례들을 살펴보고 현행 법체계에서 이 사례들을 다루기 어려운 현황들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노동관련 문제들은 고용노동부 진정 및 노동위원회로 일원화되어 있는 반면, 성차별,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모성 불이익은 각각 벌칙조항, 해결방안, 소관기관이 달라서 결국 ‘선택’을 해야하는 문제,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젠더괴롭힘을 해결할 경우 부딪히는 문제 등의 현황을 살펴본 뒤, 젠더괴롭힘에 대한 명칭과 규제방안이 필요한 현실을 지적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권수현 선생님은 각 연령별 여성들이 겪는 노동 현실과 이와 관련된 성차별적 조직문화의 실상을 살펴보고 이를 어떤 언어로 문제화/가시화할 수 있을지 논의한 뒤, 노동, 괴롭힘 개념이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가시화하는 것의 한계적 지점들을 짚어주셨습니다. 또한 성차별적 조직문화는 결국 성차별 행위자를 만들어내는 노동시장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구미영 연구위원은 다양한 성차별적 언행들이 유형에 따라 성희롱, 근로기준법 상 괴롭힘, 성차별적 괴롭힘 등으로 포섭될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지점을 지적하고 이 가운데 박귀천 교수님의 의견과 같이 젠더괴롭힘을 근로기준법 상 괴롭힘 개념으로 포섭했을 때의 장점들에 대해 논의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최미진 대표님은 성차별적 조직문화라고 일컬어지는 범주의 언행이 층위가 다양한데 한데 묶어 명명하는 것이 갖는 한계들을 지적해주셨습니다. 또한 문화라는 명명 아래 성차별적 괴롭힘 행위 자체의 불법성을 반감시키고 해당 언행을 행한 사람의 책임을 조직 구성원 모두가 분담하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주셨습니다. 따라서 성차별적 조직문화라는 명명 안에 포괄하고 있는 수많은 불합리한 언행들을 구분하여 혐오·비하적·차별적 언행, ‘고용 또는 근로조건’에 대한 한정적 해석에 따라 법의 규제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는 성차별, 조직의 의사소통구조와 가치지향, 구성원의 인식 변화를 통해 개선이 가능한 영역을 구분하여 층위에 따른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에서 이와 같은 토론회를 기획한 것은 위력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조장하고 묵인하고 방조하는 구조와 문화가 있는 현실을 짚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발제 및 토론을 통해 여성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이것을 문화적, 제도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해보았는데요, 이 토론회 자리를 넘어 더 넓고 깊은 논의의 장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본 후기는 부설연구소 울림의 주리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