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성폭력에 맞서 '광장'을 여는 액션 워크숍 <가족-학대-성폭력의 '현장'>
1장 가부장제와 정상가족주의가 만든 ‘현장’
▶유튜브로 다시보기 https://youtu.be/WdcGGLqsGlQ◀
친족성폭력에 맞서 ‘광장’을 여는 액션 워크숍 첫번째 시간이 지난 6월 10일 저녁 7시 30분에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었고, 영상을 시청하시는 분들과 실시간 채팅도 함께 진행되어 더욱 생생하게 강연자와 시청자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굳은 날씨속에서도 이안젤라홀은 강연자와 참여자분들의 열기로 내부가 아주 뜨거웠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친족성폭력’을 주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의 조은희 활동가가 강연했습니다. 매스컴에서 종종 친족성폭력이라는 단어가 자극적인 소재로 사용되어 눈길을 끌지만 실제 친족성폭력에 대한 상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그간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강연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9년 상담통계를 인용하여 친족 성폭력 피해의 특징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 강연을 통해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생존자들은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자책감과 수치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받지 못해 받는 2차 피해와 비난으로 인해 겨우 낸 용기의 고백이 되려 입막음 되어버리고 맙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2019년 세부상담통계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촌의 숫자가 친부보다 더 많다는 전제로 볼 때에) 친부의 의한 가해 비율이 매우 높았습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은 한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매일 가해자와 마주해야하거나 정서적, 경제적으로 가해자에게 의존하여야 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가 드러나기 어려웠습니다. 가해자가 애착이 형성되는 가족(친인척)이라는 점에서 피해자 스스로도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컸습니다. 이는 피해를 지속적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피해이후 상담까지의 경과기간이 10년이상인 경우가 55.2퍼센트로 가장 높았습니다.
또한, 피해자를 지지하거나 보호하여야 할 가족 내 보호자들도 가해자에게 육체적, 정서적 폭력을 당하고 있을 확률도 높아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와 같이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무기력한 상태에서 방임을 하게 될 확률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주변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였고 한번 지지를 거부당하면 그 이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를 돕기 위한 개인, 정부, 다양한 집단 등의 적극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나마 열림터에 입소해서 지낼 때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자립을 돕지만, 퇴소 이후에는 혼자 힘으로 정서적,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합니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이 장기적이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 입니다.
두 번째로는 “아동학대, 가부장제와 정상가족주의가 만든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국제아동인권센터, 민변 아동인권위원회의 김희진 사무국장이 강연했습니다. 친족성폭력 생존자의 피해 경험이 상당수 아동·청소년기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아동학대와 아동보호에 관한 법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알고있어야 하므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소중했습니다.
강의 첫 시작에는 김희진 사무국장은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라는 넬슨 만델라의 명언을 읽어주셨습니다. “가정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최초로 맞이하는 가장 작은 사회이다.” 라는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족이 지켜주지 못하는 아동은 국가와 다른 성인들이 나서서 지켜주어야 하는데, 성인으로써 이 사회에 존재하는 우리들은 도대체 어떤 영혼을 가지고 있을까? 라고 스스로 반문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김희진 사무국장은 “그 사회에서 가장 작은 사람 (취약한 존재)을 지키기 위해서 법이 명시를 한 것이다.” 라며 민법과 국제인권법의 내용 중 아동과 관련된 조항들을 소개했습니다. 최근(2021년 1월 26일)에는 민법 915조(징계권) 조항이 삭제되었습니다.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어 징계권 규정을 삭제했고, 아동은 부모로부터 권력으로 종속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국내법으로 규정되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양육자에게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국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하였고, 아동권리협약 제19조에는 “당사국은 부모나 법정대리인, 기타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는 동안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 상해나 학대, 방임 또는 방치하는 대우, 성적 학대를 포함한 가혹한 처우나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사회적 및 교육적 조취를 취해야 한다”라고 명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 행위자는 75.6%가 ‘부모’로 (2020,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 주요통계) 주 양육자가 학대자인 상황에서 아동·청소년은 중복학대의 위험에도 놓여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부부간의 가정폭력이 아동에게 노출될 경우도 아동학대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연관성에 대해 이미 일본은 가정폭력이 있는 가족 내 아동은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앞으로 가정폭력을 아동학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동에 대한 성적학대”에 대해서는, “아동에게 성적수치심을 주는 행위여야 한다.”라는 표현과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야한다.”는 제한적인 면이 아쉽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성적 수치심이라는 감정이나 느낌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는 아동들에게 해당 단어가 적절하게 부합하는 표현인가? 성적 도의관념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앞서 조은희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김희진 사무국장도 아동 성학대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로서 목격자가 없는 점, 다른 구성원의 협조가 어려운 점, 피해자가 가정이 파탄날 것을 우려하여 신고하지 못하는 점 등이 악용되고 있으며, 아동기 특성상 기억의 혼동으로 진술의 증명력을 인정받기 어렵고 아동 당사자는 물론 제3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범죄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양천 아동 사망 사건 이후 2021년 1월 19일에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1월 22일에 91개 시민사회인권단체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즉각분리제도는 충분한 대책이 아니고 분리 이후에 필요한 아동과 가정에 대한 지원과 개입방안이 마련되어야하며, 아동학대 담당자의 전문성과 아동인권 감수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김희진 사무국장은 발표 마지막에 친족성폭력의 생존자이자 작가인 김영서의 저서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중 한 문장을 읽어주었습니다. “내가 성폭력으로 잃은 것은 순결이 아니라 나의 아동기에 누려야 할 권리를 잃은 것이다.” 친족성폭력의 생존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친족성폭력 생존자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세상에서 애착을 맺어야 할 대상으로부터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전쟁터에 놓인 심정일 것입니다. 친족성폭력은 가족 구성원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보호를 위해 국가에서 책임지는 영역이어야 합니다. 강연을 통해 자원활동가로서 이 세상에 친족성폭력이 없어지는 그날이 오기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강연은 ‘가정폭력’을 주제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김홍미리 연구위원이 발표했습니다. 가정(아내)폭력으로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김홍미리 연구위원도 친족성폭력은 낯설다고 했습니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친족성폭력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면서 30년간 매년 1편 정도밖에 나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고 합니다. 가정폭력과 친족성폭력 사이에는 유사점이 발견되었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구축되는 조밀한 폭력관계망 안에서 가족이라서 피해 사실을 알아차리기 오래 걸리고, 말하기 어렵고, 어렵게 말을 꺼낸다 하더라도 가정파괴범이 되어 자기비난, 죄책감,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피해자에게 침묵과 인내를 종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서 두 강연자들과 같은 맥락으로, 폭력 이후 친족성폭력 생존자의 삶을 다루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김홍미리 연구위원의 강연에서는 성인이 된 친족성폭력 생존자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꼈습니다.
세 분의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짧게 느껴졌는데, 함께해주신 분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강연을 통해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친족성폭력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알고 싶고 알아야만 하는 친족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7월 1일 오후 7시 30분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는 워크숍 2장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로서 연대의 ‘광장’ 만들기>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그때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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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자원활동가 하윤님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