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활동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후기] 너굴의 자원활동 후기
  • 2024-03-28
  • 621


안녕하세요, 작년 여름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진행한 너굴입니다. 학교 인권센터를 통해 상담소와 연이 닿아 자원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상담소에서 활동해보고자 결심했던 것은 현실의 인권 현안을 직접 접하고 고민해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서였습니다.

사실 처음에 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할 때는 제가 상담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실제로 활동하면서도 상근활동가분들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하지만 활동을 마치고 돌아보니 참여했던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인권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원활동을 시작했는데, 상담소에서의 활동이 이런 기대를 잘 충족시켜준 것 같습니다.


상담소에서 참여했던 활동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봤습니다.

우선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일정을 공유해주시면 시간이 맞는 대로 참여했습니다. 강간죄 개정 촉구 21대 국회 토론회, 모임넷(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 네트워크) 기자회견,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위한 총선 젠더정책 발표 토론회,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제청결정에 대한 사전 기자회견, 여성가족부 정상화 기자회견 등 여러 현장에 나가 발언을 듣고 구호를 외치며 투쟁했습니다. 기자회견이나 토론회에 참여하고 나서는 후기를 작성했고, 작성된 후기는 상담소 홈페이지에 업로드되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상담소의 행사를 준비 단계부터 당일 진행까지 돕기도 했습니다. 제가 보조한 행사로는 ‘후원의 밤: 페미본색’, 성문화운동팀 연구발표회(‘동의를 질문하며, 위험 너머 나아가기’), 친족성폭력 생존기념축제(‘좋지 아니한가家: ‘정상가족’ 바깥의 우리들, 연결되자!’), ‘2023 한해보내기: 페미오락관’이 있었습니다. 이중 ‘페미본색’의 경우 자원활동을 시작하고 바로 맡게 된 업무였는데, 카드뉴스를 제작해 행사를 홍보하는 과정에서부터 당일 진행 보조까지 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성문화운동팀의 인터뷰 결과 발표회 '동의를 질문하며, 위험 너머 나아가기'에 참여한 너굴

정기 수요시위 기획, 3.8 한국여성대회 부스 참여도 뜻깊은 일이었는데요. 정기 수요시위의 경우 발언을 작성하고 직접 읽으며 연대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연대발언뿐만 아니라 학교 몸짓패 소속으로 연대공연을 하며 큰 환호를 받았던 일도 잊히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3.8 한국여성대회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큰 행진에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했던 일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다양한 참여자분들과 대화를 나눴던 것도 제게 소중한 기억이 됐습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한 멋진 발언관악중앙몸짓패 '골패'의 문화공연에도 참여! 호응이 엄청 났다



3.8 여성대회 때는 부스 지킴이도 하고,행진도 함께 하며 페미니스트 에너지도 넉넉히 충전!


외부 현장에 참여하는 일 외에 상담소에서 출근해 가장 주력으로 맡았던 업무는 유튜브 쇼츠 콘텐츠 제작이었습니다. 상담소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의 길이가 길어 진입장벽이 높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해 영상 편집 작업을 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업로드된 영상(스트리밍 영상 제외)을 전부 모니터링했고, 쇼츠로 제작되기 적절한 파트를 찾아 시안 몇 개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상담소 내부에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는 컴퓨터가 없어서 당장은 유튜브 채널에 쇼츠가 업로드되지 못했는데, 곧 문제가 해결돼서 업로드되면 좋겠습니다.

필요시 출근일 외에도 자원활동을 진행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안희정&충남도청 대상 민사소송 재판 변론을 모니터링하며 재판 내용을 속기한 적도 있습니다. 속기하려고 노트북을 꺼내자, 기자가 아니면 속기할 수 없다며 제지하던 법원 공무원이 기억나네요. 기존 업무 외에도 필요하신 부분이 있으면 그때마다 보조했는데, 성문화운동팀의 연구 인터뷰 녹취록을 풀고 후원행사 리워드 포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상근활동가 전체회의가 있는 날이면 전화 응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게 특히 좋은 경험으로 남은 것은 매주 실제로 상담소에 출근해 활동했던 것 자체라고 생각하는데요, 상근활동가분들이 어떻게 활동하시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때에 따라서 다양한 현장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아주 값진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인권단체 활동가분들과 만나고, 행사 후 뒤풀이에 참여해 활동에 관해 이야기 나눴던 일도 제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연대했던 마음들이 계속 생각날 것 같습니다. 언제나 현장에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되새기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의제를 마주하고 다양한 현장에 참여하는 것도 뜻깊었습니다. 상담소가 성폭력피해생존자 지원을 중점으로 하는 기관이긴 하지만, 성폭력 외에도 인권 영역을 폭넓게 다루며 여러 현안에 대응하는 기관이어서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 제청 기자회견에서 군대 내 성소수자 이슈를 자세히 접했을 때 충격이 컸습니다. 제가 받았던 충격을 잊지 않고 현안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모으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내 자치언론에도 군형법 관련 글을 작성했는데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제 삶에서 인권 현안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상담소 상근활동가분들께서 항상 신경 써주셔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소에서 최종발표회 시간을 따로 가졌는데, 활동가분들이 제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상담소에서 활동했던 지난 몇 개월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복학 후 제 개인 일정과 맞지 않아 계속 활동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상담소의 활동에 계속해서 관심 갖고, 후원 회원으로 함께하며 소모임 활동에 종종 참여하고자 합니다. 또 뵈어요!



이 글은 자원활동가 너굴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