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걸어서도 안 건너는데?"
"한강 수영 건너기? 그렇게 위험한 걸 회원들과 해도 되는 겁니꽈!"
"한강을... 수영으로... 왜요?"
한강건너기.
비수중-수상운동인들에게는 참으로 멀지만
수상-수중운동인들에게는 친숙하거나 곧 친숙해지게 되는 그 이름.
(한강 대신에 자기 사는 지역 다른 큰 강이나 하천이나 바다를 넣을 수 있음)
회원소모임 <수.사.모> (뭐의 약자인지 대충 짐작가시죠)
2월 첫 줌 모임에서 6월 한크스 출전을 결의했습니다.
이 용감한 여자들은 우르르 다음날 6명이 등록을 해버렸죠.
한.크.스. 한강크로스스위밍챌린지의 약자입니다.
한강건너기 여러 대회 중 하나예요.
장소는 잠실수중보. 한강 상류에 해당, 여러 수상스포츠가 있어서
위밋업스포츠 SUP 수업도 여기서 열립니다. (앗 다시보니 이번엔 뚝섬. 관심있는 분 클릭!)
평소 서울 철인3종 경기인들 오픈워터스윔 연습하는 곳이라죠.
그동안 수사모 횐님들은 오픈채팅방에서
오.수.완 기록을 올리며 서로를 응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수영장에서 있었던 황당한 일, 훈훈한 일, 분노스러운 일
영법과 자세, 부상과 치유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이기도 해요.
그러던 중 6월에 들어서자 긴장이 감돌았죠.
날씨 체크
비 예보 체크
한강 수중 온도 체크
대회 요강 체크
수트 대여 체크
기후위기 시대도 하루하루
몸의 새로운 체험도 하루하루
올해 6월은 그랬습니다
6.1 있었던 줌 미팅 PPT 중 일부. 한크스란 무엇인가?
날씨 확인. 한강 수온 확인(이런 어플 만든 오픈워터 덕후들!), 열심히 훈련중이신 ㅇㅇ 회원님 연습 인증 장면.
드디어 6.22 당일 밝았습니다. 두구두구두구. 잠실수중보 행사장.
수사모 회원들 신청시간은 11:00 시작 D조. 그런데 09:30부터 비가 후두둑 하더니
10:00 경부터 아주 가열차게 비가 옵니다. 10:20 경 천막에서 물이 다라이 쏟듯 철퍼덕
그러나 천막안 수영인들은 설렘 가득. 즐거움 가득. 준비 중인 수사모 회원들
나리, 오매, 봄눈별, 보라가 함께 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중간 사진 없지만 왕복 1.8km 다녀왔습니다. 오.수.완.
빛나는 완영 메달!
[한크스 후기] by 봄눈별
6월 22일 토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전, 저는 잠실 한강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요, 오매님과 나리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셨어요.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마음을 다잡으며 기다렸습니다. 비가 내려 약간 쌀쌀했지만, 두 분이 함께 해주셔서 덜 무섭게 느껴졌어요.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드디어 한강에 입수했습니다! 부이를 착용한 상태였지만, 수영을 시작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조금 겁이 났어요. 오매님께서 앞에서 제 자세를 체크해주시며 “봄눈별, 다리를 좀 더 차요!”라고 지도해주셨어요. 저는 최선을 다해 물에 떠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부이가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떠 있을 수 있었겠지만, 무서워서 몸이 경직되어 있었기에 의식적으로 힘을 빼려고 노력했어요. 오매님께서는 멀리 가지 않고 저를 기다려주셔서 안심이 됐습니다.
이번 한크스 때 처음으로 오리발을 착용해봤는데요. 오리발을 끼면 더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힘이 두 배로 들어 당황했어요. 낯선 오리발과 깊은 물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오매님과 나리님께서 제 곁을 지켜주셔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한강을 가로질러 반환점을 돌고 돌아오는 방식이었는데, 반환점까지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어요. 아무리 발을 저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발을 저으니 반환점을 돌아 시작점까지 돌아올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내가 과연 완영할 수 있을까?’, ’포기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발을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하니 어느새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끝나고 나니 처음에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짧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수영을 마치고 나서는 몸이 지쳤지만, 마음은 뿌듯하고 만족스러웠어요. 오매님과 나리님과 함께였기에 더욱 즐겁고 안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는 다 같이 라면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는데, 이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한강에서의 수영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한성폭의 오매님과 나리님과 함께라면 어떤 도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한강에서의 수영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오매님과 나리님과 함께한 그날의 경험은 저에게 큰 용기와 힘을 주었습니다.
지난 2월에 수영을 시작하여 아직 초급반이지만, 더 노력해서 내년 한크스때는 좀 더 자유로이 물 속을 헤엄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한성폭의 회원모임으로 만나 함께 한강 크로스 스위밍 챌린지까지 하다니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모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
수영은, 헤엄치기는 여자들에게 큰 영감과 도전이 되는 듯 해요. 몸의 크기나 부위별 어떠함과 다르게 물 안에서 받아들여지고 나아가는 느낌, 힘과 빠르고 강함 만이 아니라 힘을 빼고 부드럽고 연결된 동작으로 헤쳐가는 저항-넘어가기, 눈물도 자연스럽기만한 물 속에서의 한숨쉬기 한껏 슬퍼하기, 빛도 더 반짝이는 물 속에서 기뻐하기, 내가 이렇게 숨을 길게 쉬는 사람이었나 짧게 쉬는 사람이었나 새삼 느껴보기. 물 속에서 나이불문 체형불문 MBTI불문 멋지게 힘차게 나아가는 여자들 만나기.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모임 <수영하는 사람들>은 하반기 벙개와 내년 한강건너기에 또 도전하려고 합니다. 또 철인3종 경기에 나가는 회원들도 응원하고요. 수영 진도는 상관없이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