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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책 소모임 <월간 00 수혈> 2024년 6월 모임 : 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 2024-07-31
  • 478

* 일시: 2024.06.20 (목) 19:00

* 6월 이끔이: 조이

* 참여자 : 조이, 감이, 승아, 희진

* 이달의 책 : <여자치고 잘 뛰네 : 남자들의 세상 속 여자들의 달리기> 로런 플레시먼 지음, 이윤정 옮김


이번달 책은 여러 후보들 중에서 비교적 잘 읽히는 책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영어제목은 <Good for a girl>이고, 한글번역제목도 역시 그대로 옮긴 <여자치고 잘 뛰네>

제목에서부터 느낌이 오시지요? “OO치고” 라는 말이 가진 편견, 평가, 그 속에서의 분투가 예상되는 책이었고, 그만큼 좋은 책이기도 했습니다. 

여성달리기 선수였던 저자 자신의 삶의 경험을 풀어낸 책인데요. 

예상했던 것보다 훠~얼씬 더 좋은 책이었어요.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과, 좋았던 구절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후기를 풀어볼게요. 



남성의 몸을 기본값으로 한 사회에서는 남성선수의 몸을 ’올바른 몸‘으로 규정하고 여성선수의 몸을 평가하고 제한하고 억압한다는 것. 그래서 여성의 사춘기, 월경은 질병과 슬럼프라는 이름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성선수들의 기량은 20대 중반 이후에 올라간다는, 신체적 차이를 알지 못한 채(정확히는 그 차이를 치열하게 연구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스포츠 훈련의 세계가 얼마나 여성선수들에게 해가 되어 왔는지를 저자의 경험을 통해 들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로 인해 여성 달리기 선수들이 겪는 섭식장애, 정신질환의 지난한 역사를 읽으며 모임 참가자들의 경험도 오버랩하여 이야기 나눴습니다. 


“자기 종목에서 최고의 선과를 내는 여성 운동선수들은 비운동선수에 비해 신체 만족도가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여성 운동선수들은 서구적인 미의 기준을 사람의 가치로 보는 문화적 영향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업계에는 스스로 몸을 해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힘든 수준의 이상적인 체중, 이상적인 체형이라는 더 엄격한 기준이 존재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가 나이키 스포츠 모델이 되고 여성선수의 몸을 대상화하는 마케팅에 대항하여 변화시켜낸 과정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처음 요구받았던 참고 이미지(사진 좌측)에 맞서, 벗지 않고, 웃지 않고, 자신이 가장 편한 옷차림과 자세, 장소를 선택해 촬영했던(사진 우측) 반향을 일으켰던 일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나이키가 여성선수들의 아름다움을 여전히 남성의 시선으로 확장하고, 여성선수들의 임신을 ‘심각한 부상’으로 규정하며 연간급여를 중단하는 정책을 행하는 등 결국 나이키한테 여성이 언제까지는 하나의 범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면하며 저자는 결국 소셜미디어와 다른 페미니스트 기업을 찾게 됩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를 드러내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낸 과정에 대해 모임에서 함께 얘기하면서, 모든 공중파가 써주지 않았을 때 비밀보장 팟캐스트를 만들고 차근차근 기반을 쌓아올려서 컨텐츠랩 비보까지 만들어낸 송은이, 김숙의 스토리까지 연결했어요. 

여성선수들의 성취를 무시하거나 미약한 것으로 만드는 행태들에 맞서 싸워온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내내 엄청난 성취를 이뤄오면서 가부장적인 배구협회에 맞서 싸우고 세계적 스타들을 초청하여 은퇴경기를 멋지게 치러낸 김연경 선수에 대한 찬사까지 엮어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를 키우든 키우지 않든 너는 브랜드가 있어…(중략)... 자기가 누군지, 뭘 대변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지길 원하는지 분명히 하는 건 자기애적인 게 아냐.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목적에 맞게 행동할 기회지. 스포츠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도움이 될 거야. 네가 누군지, 뭘 원하는지 핵심을 파악해 봐” (본문 중에서)


그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남성이 기본값이 된 현실에서 얼마나 자신과 불화하면서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지, 스스로를 코칭해오는 과정에 있지만 그것에 대해 또 얼마나 의심하는 사회인지, 등등…

남자들이 경쟁에 집중할 동안 여성들은 그렇게 불화하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스스로 그리고 사회와 소통해내기 위해 두가지 언어를 쓰는 사람의 장점을 획득하게 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있다는 얘기를 했죠. 그 과정에 페미니즘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 언어인지와 함께요.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니까 다 읽고 나면 “달리고 싶어지려나?”라고 했던 은근한 기대는 헛된(?)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책을 읽고 함께 나누고 나니까 달리기 뽕은 아니어도 “페미뽕”만은 가득 수혈받은 채 즐겁게 마무리했습니다. 


영어 원서보다 한글 책의 디자인이 정말 멋진 책 <여자치고 잘 뛰네>, 아직 안읽어보신 분이 있다면 추천~! 월간 수혈을 함께 받고 싶은 분께는 모임 추천~!!




아, 마지막으로~ 파리 올림픽이 막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본문 중에 읽었던 부분이 하나 더 떠오르네요. 

미국 여성운동선수들이 전체 미국 운동선수의 40%를 차지하지만 스포츠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고 해요. 여성선수들에 대한 후원금이 전체 금액의 1% 미만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죠.‘성평등’을 핵심가치로 표방하고 열리는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적어도 ‘여신’, ‘OO요정’과 같이 여성선수들의 노력과 성취를 한낱 몸, 외모, 성역할 따위로 환원하는 중계를 보지 않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보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