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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나도 멋지게 의견서 잘 쓰고 싶어! 2025 상반기 활동가법률교육
  •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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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성주의상담팀 두달차 중고신입, 닻별입니다.

회원홍보팀에서 여성주의상담팀으로 팀이동을 준비하며 가장 낯설게 느껴졌던 업무가 있습니다. 바로, 내가 조력 중인 피해자의 의견서 쓰기!
상담소에서 일하면서 의견서를 아예 안 써본 건 아니예요. 그치만 제가 조력하는 피해자의 재판에 제출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보통은 '상담소 후원내역을 법정에 제출한 가해자들의 후원이 감형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 양형요소로 반영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막상 상담팀에 오니 괜히 무서워졌습니다. 내 의견서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니...?! 기왕이면 잘 써서 재판이 피해자에게 유리해졌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또 인간의 욕심 아니겠어요? 그치만 아는 판례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의견서 작성 자체도 익숙하지 않아서 지레 겁먹은 상태로 어렵다 어려워.. 만 반복하고 있었어요.

바로 그 때, 디딤돌 판결 활용하여 의견서 작성하기를 주제로 활동가 법률교육을 진행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어요. 심지어 상황에 맞는 판례도 쏙쏙 골라 소개해 준다니, 저에게 너무 필요한 교육이 아니겠어요? 참석의사를 밝히고 교육날만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이번 법률교육 역시 상근변호사인 도경이 준비해 주었습니다.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고 있는 여성주의상담팀과 열림터 활동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팀의 활동가들이 탄핵으로 바쁜 와중 짬을 내서 활동가법률교육을 들었습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의견서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부터 작성 방법, 유형-쟁점별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판례, 실습까지 총 네 파트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최고의 교육'을 외치게 했던 파트는 역시 유형-쟁점별 활용할 만한 판례를 소개한 파트였어요.


이 후기를 보고 계신 분들께만 살짝 소개해 드리자면,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은 행위를 했으니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주장에 반박할 때 유용한 판결문 문구를 판결문 제목과 함께 구체적인 판결문 내용을 공유해주는 등, 지금 당장이라도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는 풍부한 예시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성인지감수성 판결이 나온 이후 폭행과 협박을 해석하는 범위가 전보다 조금 더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폭행과 협박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우리 법 체계에서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었던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럴 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수많은 판례들을 많이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 자리를 빌려 수많은 판례를 정리해준 2024 하계로스쿨실무수습 참여자 세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의견서에 활용할 판례들을 알게 된 것은 굉장히 뿌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법의 언어와 판례로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지적하는 활동가들의 말과 글은 어떻게 법관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생겼어요. 단순히 판례를 인용해서 전할 수 없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해석틀을 제공하는 것은 활동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요. 이것도 누군가 가르쳐주면 참 좋겠지만, 일단 당장은 곳간이 두둑해진 느낌이라 기분이 좋네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이 후기는 여성주의상담팀 닻별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