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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통계

2012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현황
 
 

2012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 및 상담 동향분석

 
 
(* 자세한 통계 자료는 첨부파일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2년 전체상담은 1,437건(2,390회)이며 이중 성폭력 상담은 1,321건(2,251회)이다. 전체 상담횟수 대비 상담건수의 비율은 60.1%로 1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상담이 많았다. 1991년 4월 개소 이래 2012년 12월 31일까지 본 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은 총 46,978건(71,022회)이며, 이중 성폭력 상담은 총 38,950건(82.9%)이다.

 

 

1. 2012년 성폭력상담의 동향

 

1) 스토킹 피해의 심각성 증가

2012년에 접수된 성폭력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스토킹 사건이었다. 스토킹 사례는 전체 상담 건수 중 49건으로 3.7%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피해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 친밀한 관계(전/현 배우자 및 애인)에서 발생하여 사건이 은폐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 강간이나 카메라이용촬영 등 다른 성폭력이 함께 동반되는 경향이 높다는 점 등의 복합적인 이유들로 피해의 심각성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 확산 이후 모바일 채팅으로 만난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이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2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유형에서는 가해자의 93.9%가 아는 사람이었고 그 중 친밀한 관계가 65.3%로 전 데이트 상대, 전배우자, 현 데이트 상대가 주를 이루었다.
 
 
2) 답보 상태인 직장내 성폭력 문제

2012년 상담통계를 보면 직장 내 성폭력은 전체 232건(18.8%)이다. 이 중 고용주와 상사로부터의 피해가 158건(63.7%)으로 업무나 고용 상에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가해자로부터의 성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법령상으로 해결책이 마련되어있지 않은 고객, 거래처, 기타 가해자의 합계가 전체의 약 12%를 차지하였다. 2012년 상담사례 중 거래처 관계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가 해고된 사례가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직장내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보다 피해자의 책임을 묻거나 피해자 스스로 그만두는 식으로 해결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상 직장내 성폭력 가해자는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 이며 [여성발전기본법] 상 가해자는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 이므로 기업 또는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에서 고객이나 거래처 사람에게 발생한 성폭력은 직장내 성폭력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객에 의한 성희롱이 인정되는결정이 나오고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성폭력 가해자는 ’고용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이다. 고객이나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거래처 관계 내 성폭력 피해를 구제하는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3) 가족․친인척 대리인의 상담 의뢰 증가

 

2012년 상담통계 중 성인 피해자 사례에서 가족친인척 대리인이 상담을 의뢰하는 비율은 전해에 비해 17.2% 증가한 37.2%(122건)이다. 이러한 변화는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변화되면서 성폭력 피해를 숨기지 않고 주위에 알려내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피해자가 증가하였음을 말해준다. 가족친인척이나 주변 지인이 성폭력 피해 당사자에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숨겨야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할 대리인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반길만한 변화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치유를 벗어나서 대리인의 판단과 역할이 우선되는 상황은 경계되어야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칫 성폭력피해자를 무조건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성폭력피해자가 사건 해결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대리인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4) 성폭력으로 발생한 심리적 외상이 ‘치상’으로 인정된 사례 등장

 

최근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과 그로 인한 불안, 우울, 분노,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과 같은 심리적 외상을 ‘치상’으로 인정한 판례가 나타나고 있다. 2012년 본 상담소에서 지원하여 ‘강제추행치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의 경우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웠고, 지속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아 왔었다. 이 사건과 같이 강간 및 강제추행치상의 범위를 확장하여 심리적인 부분까지 인정한 판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성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성폭력 피해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외상은 신체적 상해 이상으로 피해자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외상은 신체적 상해에 비해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크며 피해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므로 물리적 상해 중심의 치상판결은 이와 같은 판례들을 중심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2. 대안 및 과제

 

1) 스토킹 범죄에 대한 법적 규제 방안 마련 필요

 

지난 2012년 10월 '강남 칼부림 사건'으로 알려진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의 약혼자를 1년간 스토킹하던 스토커였다. 같은 해 11월에 일산에서는 자신과 헤어지기를 원하는 여자친구를 가해자가 협박 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스토킹은 심한 경우에 목숨을 잃기도 하는 중한 사안인 만큼,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스토킹을 규제하는 강력한 법을 두고 처벌한다. 현재 한국은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이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지만, 1990년대부터 세 차례 스토킹 방지법 입법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무산되었고 2012년에 새롭게 발의된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물론 스토킹 가해자의 범행 내용에 따라 사안별로 대응 가능한 법률이 존재하며 2013년 4월부터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신설되었다.

하지만 경범죄 조항을 적용하여 신고하는 경우, 가해자는 스토킹 가해행위에 비하여 경미하게 처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12년 12월, 스토킹이 벌금 8만원이 부과되는 경범죄로 신설된다는 경찰청의 발표에 시민들과 성폭력상담소 등 반성폭력 단체들은 비판의 입장을 내놓았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신설되는 ‘지속적 괴롭힘’ 죄로 가해자를 처벌한 경우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다시 처벌할 수 없고, 가해자는 8만원의 벌금을 물고 스토킹을 반복적으로 행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많은 사례에서 경범죄가 아닌 ‘주거침입’죄나 ‘폭행죄’ 등으로 고소를 당한 스토킹 가해자가 법적 처벌과 무관하게 스토킹을 이어가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신설된 이 조항이 스토킹을 겪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스토킹의 법률적 규제 방안은 기존의 법 테두리 안에서 물리적인 폭력이나 협박 등의 죄가 인정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스토킹 방지법이 재정되어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적합한 처벌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직장 내 성폭력 예방 노력 및 근본적 문제해결 노력 필요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 제 13조에 따라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게끔 되어 있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납부해야한다. 실제로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 직장내 성희롱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직장내 성희롱 고충처리기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막상 성폭력사건이 발생했을 시 성폭력피해자가 직장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고도 고용 상으로 부당한 조치를 겪게 되거나 직장 내 동료와 상사로부터 비난 등으로 2차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직장 내 조직문화를 바꿔내기 위해서는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성희롱예방교육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들이 젠더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책임부처의 관리 감독 방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직장내 청소년 성폭력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국가기관은 청소년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파악하고, 청소년 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이 전문기관의 협조를 얻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성폭력 예방 및 대처 관련 정보를 더욱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