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통계
- 2014-05-19
- 6881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로 확인가능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3년 전체상담은 1,531건(2,253회)이며 이중 성폭력 상담은 1,418건(2,133회)이다. 전체 상담횟수 대비 상담건수의 비율은 67.9%로 1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상담이 많았다. 1991년 4월 개소 이래 2013년 12월 31일까지 본 상담소에 접수된 상담은 총 48,509건(73,275회)이며, 이중 성폭력 상담은 총 40,388건(83.2%)이다.
- 2013년 성폭력상담의 동향
1.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 징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 조직 차원에서의 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성폭력 근절 의지가 중요
2013년 전체 상담통계 중 직장 내 성폭력상담건수는 전체 1,418건 중 295건(20.8%)을 차지하였고 작년 대비 63건(2%) 증가하였다. 고용주와 상사로부터의 피해가 199건(64.8%)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는데 이는 업무상 직책이나 지위가 높은 가해자로부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해자가 자신의 위력을 이용하여 가해를 저지르는 직장 내 성폭력의 일반적 특성으로,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이에 반항하거나 맞서기 어려워했다. 업무 공간 외 회식자리, 직원 단합대회와 같이 업무적 연장선상에 있는 자리에서 가해자가 가해행위를 저지를 경우, 피해자와 그 주변사람들은 가해자의 행동을 쉽게 저지하거나 거부하기 힘든 조직문화 속에서 가해행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 설사 피해자가 문제를 공론화하더라도, 상사인 가해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에게 직접 불이익을 주거나, 피해자 주변의 조력인들에게 부당한 조치를 함으로서 주변인들로 하여금 쉽게 피해자의 피해 구제에 관여하기 어렵게 하여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이러한 일들은 직장 내 피해 구제 과정에서 수사·재판과정의 협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져 사건 해결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직장 내 인권 및 성폭력 피해에 대한 해결창구가 상시적으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상시적이고 적극적으로 구제를 고민하지 않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꾸려진 대책단위에서 지식, 경험 부족과 처리 미숙으로 의욕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조직에서 성폭력 사건을 일정한 매뉴얼에 따라 처리해나가려는 과정에서 조직의 특수성이나 일상적 조직문화에 대한 성찰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진행단계를 밟음으로서 성폭력 사건의 형식적 해결에만 중점을 두면서 정작 피해자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사건 이후 피해자가 직장을 떠나고 가해자를 상대로 개인적 대응을 할 때 사측이 가해자를 적극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 회사 측에서는 형식적인 해결절차를 모두 거쳤으니 회사나 직원을 상대로 한 소송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주장을 펼쳤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은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노동권과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직장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을 사법기관에 제기하기보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 내에서 해결하길 원할 때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사건을 자신만의 피해로 생각하기보다, 조직 내 불평등과 노동조건, 인권침해의 문제로 바라보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조직차원의 긍정적인 의지는 피해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해자의 퇴출이나 징계로 성폭력 사건이 해결될 수 있다는 일차원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복귀 뿐 아니라 가해자 역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대가를 치르고 윤리적인 구성원으로 거듭 날 수 있을지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수박 겉핥기식 일회성 교육보다도 일상적인 성차별, 성희롱이 업무환경에 만연하진 않은지 점검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요구되며, 사건이 공론화되고 해결하는 과정은 밀실에서 이루어지기보다 외부 전문가나 객관성이 담보되는 인사를 포함하거나 자문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여 합리적인 해결안을 모색하는 열린 태도 역시 필요하다.
2. 친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 확대와 인식 개선 필요
<표7. 피해연령별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르면, 어린이 성폭력 중 가해자의 비율은 친족 32.8%, 친, 인척에 의한 비율이 24.6%로 전체 어린이 성폭력의 57.4%에 이르렀고, 유아 성폭력 중 가해자의 비율은 친족 33.3%, 친, 인척에 의한 비율이 16.7%로 역시 절반에 이르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아동의 특성 상, 보호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고, 주 동선이 가족 및 동거인과 생활하는 집을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성폭력 발생건수가 적은 가운데에서도 친족, 친인척에 의한 피해의 비율이 높다.
친족성폭력은 가족 내지 동거집단 내부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많은 경우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알림으로서 자신의 가족이 붕괴하거나 본인이 겪은 피해를 외부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에 큰 두려움을 갖는다. 따라서 법적 조치를 취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친족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임에도, 그러나 정작 친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적 지원은 그 관심에 비해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친족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지원은 가해자와의 분리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동거하거나 가해자의 영향력이 큰 집단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와 분리된 후 생활을 꾸려나가더라도, 피해자 안전은 보장되기 어렵다. 만일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고 가해자가 보호자라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행방을 찾기가 더욱 쉽기 때문에, 피해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절실하며, 수사기관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속한 학교나 회사, 주변에서의 포괄적인 협조 또한 필수적이다. 친족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자극적 이슈의 소비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요구된다.
3. 군대 내 성폭력, 드러내기도 어렵지만 드러난 후에도 사건 해결은 요원
2013년 본 상담소에서 지원한 군대 내 성폭력 사건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하급자로서 성폭력 상황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이후 자신의 피해를 외부로 드러내기 힘들었으며, 설사 드러내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