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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폴짝기금] 2024 참여자 인터뷰 : 편안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바다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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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일곱 번째 인터뷰는 바다입니다.



편안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바다

 

🦊신아 : 요즘 근황 어떠세요? 신청서 읽고 괜찮으신 걸까 걱정이 되었어요.

 

🌊바다 : 지금은 새롭게 회사에 들어간 지 2주가 되었어요. 야근도 많은데 밤에 귀가하면 새벽 1시가 될 때도 있어요. 내부에서는 저를 좀 배척하는 식으로 눈치를 주니까 힘들어요. 출퇴근 시간도 길다보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매일 술을 먹는 거예요. 오늘도 잠을 못 자다가 4시에 잤어요. 집에 오면 맥주 먹고 야식 먹고 이렇게 해요. 제가 주변을 잘 못 보는 상태에요. 집중이 잘 안 되고 있어요. 잘 자고 잘 먹고 스트레스 안 받아야 하는데 자꾸 안 좋은 쪽으로 가요. 너무 힘든데 화가 나니까 술을 먹고 잠이 안 깨서 커피 마시고 그래요.

 

🦊신아: 아이고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겠어요. 직장에서 관계를 잘 맺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신청서 보니까 여행 계획도 있던데, 휴식이 필요해서 계획하신 걸까요?

 

🌊바다: 엄마가 좀 힘든 상황이니까 여름 휴가 겸 엄마 보러 가려고 해요. 엄마가 23년도 초에 새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엄마도 힘들어지고 제가 도와줄 형편은 안되고요. 엄마는 상태가 더 안 좋아지셨었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회사를 들어갔는데 불면과 야식과 두통 때문에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저 스스로도 걱정돼요.

 

🦊신아: 어머니도 만나고 여행도 하면서 바다도 모처럼 잘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열림터를 퇴소하고 나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었어요?

 

🌊바다 : 통금이 없는 건 좋았어요. 힘든 점은 아무래도 지지체계가 없으니까 안 좋은 사건이 생기면 무방비 상태로 혼자서 고립되었었어요. 또우리모임에서도 어떤 분이 이야기했는데, 자기를 보호하고 주장하는 것이 저도 잘 안돼요. 그런 부분이 안되니까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많이 생겼었어요. 그럴 때 출구를 잘 못 찾겠어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게 되게 외로웠던 것 같아요.

 

열림터에서는 얼마 못 있고 나왔는데저는 일을 해야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사람인데 열림터는 쉬었으면 좋겠다고 만류했었거든요저는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엄마랑 같이 살았었는데, 제 나이 또래 중에 수학여행비가 없어서 수학여행을 못 간 사람은 흔하지 않은데 저는 그랬거든요. 엄마가 퀵배달을 했는데 교통사고를 당해서 돈을 벌 수 없는 그런 안 좋은 상황에도 노출되고 엄마가 자살 시도도 했지만 내 인생을 바꿔보겠다, 잘 살겠다생각하고 내가 해야 되는 것에 집중하면서 살았어요. 열림터에 있을 때 상담 지원해주셔서 받았었는데 저에게 강박 등을 진단하셨는데 그때는 그걸 인정하기가 싫은 거예요. 나는 정상이어야 나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데... 그런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 열림터를 나왔던 것 같아요

 

제가 열림터를 퇴소한지 거의 10년이 지났어요. 그런데 내 삶이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속상해요. 저도 항상 제가 강해져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 열림터 선생님들처럼. 그런 거를 항상 조금 생각하게 돼요. 제가 너무 힘든 시기를 겪었고 그때의 도움이 저한테 얼마나 큰 희망과 용기와 응원과 지지가 되었던 것을 아니까 그런걸 하고 싶은데 잘 안돼요. 기분이 좋거나 좋은 일 생기면 그런 마음이 생기는데 저 스스로 안 좋은 일이 있고 제 상태도 안 좋으면.. 그건 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거죠. 저는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은데. 저의 그런 힘든 모습을 마주하는 게 힘든데 그게 현실이고 그런 씁쓸함도 있는 것 같아요성폭행 당하고 나서는 한 달 단위로 짤리는 게 5년동안 무한반복이었어요. 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업무에 대한 자존감 이런게 되게 떨어지면서 자기 방어, 주장이 잘 안되면서 부당해고 당하고 왕따 당하고 내 할 말 하지 못하고 저는 제 권리를 찾으려고 버티는 게 너무 미련하게 보이고. 혼자서 취약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신아 : 이번 폴짝기금이 어려운 회사생활을 버티는 힘이 되면 좋겠어요.

 

🌊바다 : 맞아요. 혼자서 버티고 종교의 힘으로 버티고 그러다가 폴짝기금이 되니까 뭔가 내 옆에는 누군가가 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했어요. 예전엔 열림터에서 나왔을 때는 30대 초반이니까 그때는 무조건 내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살고 있고 노력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나는 잘 살아야 된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다치고 나니까 성공을 위해서 한다기보다는 내가 지금 상황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게 뭔가를 생각해요. 산책하고 밥해먹고. 내가 성공을 해야하나 의문도 있어요. 내 상황을 보지 않고 그게 내 숙제인것처럼 살았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편안하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예전처럼 마음먹으면 다 이뤘던 때가 그립고 나에 대한 기대감도 가져보고 싶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해보고 싶기도 해요.

 

🦊신아 : 성공이라는 기준은 너무 거대하고 압박감이 들잖아요. 저는 지금 나의 상황에서 추구할 수 있는 목표를 행복과 편안함에 두는 것도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나에 대한 기대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요. 다음 질문이에요. 올해 열림터 30주년을 맞아 열림터에서는 피해자의 자립에 필요한 주거 지원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내가 살고 싶은 곳의 모습을 이야기 나누어 준다면요?

 

🌊바다 : 저는 항상 반지하나 옥탑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리고 혼자 누워만 있고 그랬어서, 쉼터 생활은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게 재밌었어요. 여럿이서 살되 개인 방은 있고 거실이나 주방을 쉐어할 수 있는 것도 괜찮겠다, 주변에 산이나 강 공원이 있는 곳도 좋겠다. 그리고 교통적으로도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아 : 그런 집에서는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또우리 폴짝기금은 열림터 후원회원님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됩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들이 자립의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폴짝! 뛰어넘을 수 있도록, 💜열림터 후원💜으로 그 과정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