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안녕하세요!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잖아요. 그 말에 걸맞게, 이번 10월, 열림터는 그동안의 역사와 고민을 녹여내어 25주년 기념 포럼을 열었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엘지컨벤션홀에서 진행한 이 행사에, 준비해둔 다과가 금방 동이 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와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열림터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과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그 발표 내용을 조금 간략하게 정리해서 열림터 후원회원 분들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사자 원장님은 “모든 성폭력피해여성에게 열린 집을 열다-열림터 25년의 역사와 현재”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에서는 25년간 열림터 생활인의 구성과 주요활동을 소개했어요. 발표 자료에는 옛날 열림터 사진들도 많아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열림터가 국가 제도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고민(생활인 정보인권과 관련된 내용이 주였습니다)과, 그에 대한 대응 내용도 나누어주었습니다. 또 시설에서 생활하는 성폭력피해생존자 지원을 위해 앞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그리고 열림터 운영 방향을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전망했답니다.
저는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의 ‘보호’ 개념을 재사유하기”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한국사회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라는 이름으로 침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성폭력피해생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열림터 활동도 ‘생활인 보호’라는 이름 속에서 여러 고민을 마주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 발표에서는 그동안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현장에서 성폭력피해생존자 보호 업무를 할 때 활동가와 생활인이 느끼게 되는 딜레마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열림터의 지원이 가져야 하는 여성주의 관점이란 무엇일지 나누며 앞으로 쉼터 형태의 성폭력피해생존자 지원이 어떻게 변화되면 좋을지 상상해보았습니다.
백목련 활동가는 “열림터 퇴소자 지원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색”이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정상가족’ 중심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자원 없이 시설에 입소하게 된 열림터 생활인들에 대한 고민에서 우러나온 글이었습니다. 생활인들이 퇴소 후에도 ‘가족’의 역할을 하는 정서적지지 체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올해 격월로 진행하고 있는 퇴소자모임인 또우리(또 만나요 우리)에 대한 내용도 들려주었답니다. 퇴소 후에도 연속적 지원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발표였습니다.
그 외에도 같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인 ‘모퉁잇돌’ 송은주 원장님이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퇴소자지원네트워크와 그 필요”에 대해서, 그리고 청소년자립지원사업을 함께 하는 인권교육센터 들의 몽실팀의 난다 활동가가 “‘홀로 서기’가 아니라 ‘의존하며 함께 살기’를 바란다”는 제목으로 대안적인 자립 개념에 대한 토론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포럼 자료집은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포럼이 끝나고는 바로 열림터 25주년 후원의밤이 열렸습니다. 맛있는 저녁과 함께 생활인, 활동가, 후원자가 함께 하는 무대가 진행되었습니다. 후원의밤에 참여한 후원인 여러분들이 생활인, 활동가, 후원자의 입장에 직접 서서 30년 뒤의 열림터를 상상해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성폭력이 사라져서 열림터가 문을 닫아!”, “열림터 또우리들이 경제공동체를 꾸려!”, “생활인에게 자기만의 방과 공유 공간을!”이라는 세 문구가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박자가 한없이 빨라지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의 “이 얼음같은 세상을 깨고” 합창으로 후원의 밤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게 박자가 빨라진 데에는 활동가들의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또 다른 비밀이 있는데요. 무대에 너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활동가들을 보다못한 생활인 중 한 명이 무대 맞은편에서 즉흥 지휘를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즉흥 지휘는.. 한없이 빨랐고.. 활동가들은 생활인의 지휘에 맞춰... 한없이 빠른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는.. 사실.. 무대가 모두 끝나고 나서 그는 자신이 영향력이 이렇게 굉장했다는 것에 매우 뿌듯해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들을 외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끌시끌 열림터이긴 하지만, 열림터 안 생활은 조금 조용해진 것 같아요. 현재 열림터에는 네 명의 식구들이 공간을 아주 여유롭게 사용하며 생활 중입니다.누군가는 원룸으로 자립하여 떠났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새로운 이가 열림터로 왔다가, 가해자에게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이 커져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이렇게 피해자를 찾아다니는 가해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피해자의 삶의 반경을 줄이는 가해자들이 하루빨리 사라지는 세상이 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남은 네 식구들은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거나, 직업을 구하려고 하거나, 집에서 맛있는 것을 만들어먹으면서 지내고 있답니다.
열림터의 행사들과 일상 소식은 꾸준히 블로그에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생활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심심하실 때마다 yeolim.or.kr 로 접속 부탁드려요. 댓글도 환영합니다!
그럼 모두 행복한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겨울 준비도 화이팅이에요!
열림터 수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