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회원소식지인 "나눔터75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꽃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열림터 20주년 기념사업 ‘홈커밍데이’ 후기
1994년에 개소한 이래로 성폭력피해생존자의 여성주의적 성장과 자립을 돕고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열림터가 올해로 20년을 맞이했습니다.
20주년을 더욱 의미 있게 기념하기 위해 열림터에서 생활했던 퇴소자들과 전 활동가들을 초대하는 ‘홈커밍데이’를 열었습니다.
20년 동안 열림터를 거쳐 간 퇴소자들에게 연락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핸드폰 사용이 일상적이지 않았던 예전에는 보호자 연락처만 있거나 오랜 세월이 흘러 연락처가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핸드폰 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닿지 않는 퇴소자도 많아서 더 많은 이들이 같이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열림터 활동가들은 퇴소이후 처음이면서도 아주 오랜만에 방문하는 열림터를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까 고민한 끝에 200여장의 사진을 벽에 장식했습니다. 열림터에서 살면서 참여했던 다양한 치유회복프로그램과 여름방학이나 명절을 맞아 떠났던 여행에서의 즐거운 모습이 담긴 사진 속 모습들이 추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26일. 연락이 닿은 퇴소자들과 전 활동가들이 각자의 추억이 깃든 열림터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열림터에 오자마자 살았던 공간을 둘러보며 ‘이곳이 그리웠다’는 퇴소자의 말에서 반가움과 내 집에 온 듯 편안함이 묻어나왔습니다. 퇴소 후 열림터 사무실 외에 생활공간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열림터를 다시 방문하는 것은 퇴소자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살았던 시기가 달라서 서로 잘 모르기도 한 참여자들은 둥그렇게 모여앉아 자신의 별칭과 열림터 생활시기,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열림터에서 4년을 넘게살았던 선토끼는 ‘열림터에서 청춘을 보냈다’는 한마디로 모두의 공감을 자아내며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주라는 스스로 ‘살면서 바른 생활인으로 평가받았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지만 함께 생활했던 다른 퇴소자의 폭로로 민망해하기도 했습니다. 동글이는 ‘올해 20살인 자신의 나이와 열림터 나이가 같아서 30주년과 40주년에도 늘 열림터를 기억할 것 같다‘는 말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잔칫날은 양손이 선물로 가득해야겠죠?! 열림터가 야심차게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10월에 있을 20주년 기념식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홈커밍데이는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에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 퇴소자들은 결국 실컷 수다를 떨고 엽기사진도 찍으며 밤이 되어서야 헤어졌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열림터에서 전 활동가와 퇴소자들 30여명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참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열림터가 생활인이 아닌 이들로 이렇게 북적북적한 적은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규칙으로 인한 갈등, 공동체 생활의 어려움에 열림터 생활이 힘들기도 했을 텐데 퇴소자들의 추억 속에 열림터가 그립고 따뜻한 곳으로 기억되고 있어서 활동가로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퇴소자들 뿐만 아니라 전직 활동가들도 오늘처럼 퇴소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했습니다. 사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퇴소자들에게 힘이 되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열림터는 앞으로 매년 1~2회 홈커밍데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다음에는 꼭 뵐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열림터라는 공간에서 함께 성장한 퇴소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홈커밍데이에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열림터 연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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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9. 14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개소 |
-1995. 9. |
개소 1주년 세미나 ‘내일을 여는 열림터’ 개최 |
-1999. 9 |
개소 5주년 기념 세미나 ‘성폭력피해자 지원체계의 현황과 과제’ 개최 |
-1999. 10 |
도곡동으로 이전 |
-2000. 4 |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사업’ 주관 |
-2001. 4 |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통합적 지원체계 활성화 사업’ 주관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운영지침 ‘내일을 여는 쉼터’ 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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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3 |
합정동으로 확장 이전 |
-2004. 3 |
자립지지공동체 ‘하담’ 개설 |
-2004. 5 |
전국여성폭력관련 시설 평가 전체 1위 선정 |
-2004. 10 |
10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보호시설 입소 성폭력피해 생존자 지원현황과 과제’ |
-2006. 7 |
‘하담’ 운영 중단, 고양여성민우회에 시설 이관 |
-2007 |
친족성폭력 피해청소년 지원 매뉴얼 ‘나침반을 찾아라’ 발간 |
-2013.3 |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북 콘서트 개최 |
-2014.10 |
열림터 20주년 기념식 및 친족성폭력 도서 출간(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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