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저는 예전부터 식구라는 말을 좋아했어요. 가족도 아니고,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사회에서 아무도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고)도 아니고, 하지만 그래도 정이 든 사람들끼리 살고 있을 때.. 서로를 '식구'라고 표현하면 '오, 나 정말 알맞은 단어를 썼구나' 란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식구는 한 집에서 살며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거든요. 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 딱 좋은 표현 아니겠어요?
아무튼 열림터 사람들은 서로의 '식구'입니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에요. 밥은 때때로 맛있기도 하고, 때때로는 망하기도 하고, 보통은 그냥 맨날 먹는 밥 맛이죠.
그런데 몇 달 전... 저는 열림터에서 정말 너무도 굉장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버섯탕수육....!
조리사자격증이 있는 시옷이 버섯탕수육을 만들었지 뭐예요. 처음에 방울토마토를 갈기 시작하길래 저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탕수육을 만든다고 했는데 왜 토마토를 가나...' 하지만 시옷은 그냥 탕수육을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었더라구요. 엄청난 탕수육을 만들려고 했던 거죠.. 레몬도 썰구요.. 반죽도 직접 하구...
제가 2020년에 먹어본 모두 튀김 요리 중에 제일 맛있는 요리였어요.
일반 가정집에서 이런 요리를 할 수 있다니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아직 믿기지 않아요. 요리왕 비룡이라는 만화영화 보신 분 계시나요? 맛있는 걸 먹으면 갑자기 번개가 치고 머리 위에 '미미(味味)' 이런게 떠다니거든요. 거의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요리였습니다....
식구가 된다는 건 이런거구나, 마음 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저는 버섯탕수육을 먹었어요. 평소에는 자기에게 너무 엄격한 시옷도 '음, 이건 맛있네요' 하면서 뿌듯 미소를 지었구요.
그 버섯탕수육은 단연 최고의 요리라서 사실 비교가 불가하지만, 열림터 부엌에서는 종종 여러 의미에서 굉장한 요리들이 많이 탄생해요. 그것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것이(때로는 맛봐야 하는거기도 하지만..) 열림터 식구들의 특권 아닐까요.
이 글은 열림터 활동가 수수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