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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 제네바에 가다! - CEDAW 한국 심의 대응기
  • 2024-05-31
  • 1067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 제네바에 가다! 


📗👩🏻‍🏫준비 과정📗👩🏻‍🏫



(사진 설명: 유랑, 신아, 수수, 오매 활동가가 유엔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Halt the plan to abolish the MOGEF (여성가족부 철폐 계획을 멈춰라!) Sex without consent is rape (동의 없는 성적 행동은 강간이다) Ensure the prompt introduction of abortion pills! The insurance coverage for abortion service! (임신중지약물의 시급한 도입을 촉구한다. 임신중단시술의 보험적용 보장하라))



신아: 지난 5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88차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열렸고 한국 정부에 대한 9차 심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기간에 맞춰 상담소 활동가들도 여러 여성/시민단체들과 현지 대응팀을 꾸려 제네바에 다녀왔는데요. 현지에서만이 아니라 2023년부터 본심의 대응을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이 있었습니다. 


먼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이란 여성에 대한 차별의 정의와 영역을 비롯하여 차별을 철폐해야하는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인권협약입니다. 협약 가입국들은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정기적으로 협약 이행 상황을 보고하고 있으며 위원회에서는 정부보고서와 본심의 당사국 질의 등을 바탕으로 최종 견해와 권고를 내리게 됩니다. 한국정부는 1984년에 가입하여 이번 제88차 세션에서 9차 심의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상담소와 같은 NGO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NGO는 한국정부가 한국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현실을 축소해서 보고하지는 않는지, 협약에 근거했을때 이행상황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다른 시각에서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각국의 NGO들은 자국의 인권 현실을 현장에서 파악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왔기 때문에 위원회에서도 NGO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둡니다.  NGO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CEDAW 홈페이지에도 게시하고, 제네바 현지에서는 비공식발표(Informal Briefing) 일정을 마련하여 위원들에게 NGO가 직접 한국의 여성인권현실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합니다. 


⏰⏰CEDAW 9차 심의 대응 타임라인⏰⏰

2022. 05. 정부보고서 제출
2023. 01. 심의 쟁점 목록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서 제출 

2023. 02.27.- 03.03. 심의 쟁점 목록 도출을 위한 사전 NGO보고서 제출

2023. 03. 03. CEDAW 한국 9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쟁점 및 질의 목록 발표

2023. 06. 07. 쟁점 및 질의 목록에 대한 정부답변서 제출

2024. 03.26.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등 내용 삭제·수정에 대한 공동성명 발표 

2023. 04.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 제출

2024. 04. 15. 본심의 NGO보고서 제출 

: 19개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네트워크 통합보고서 

: 한국성폭력상담소 단독보고서 

2024. 05. 14. 제9차 한국 정부보고서 심의


NGO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요? 보고서에는 25가지의 쟁점에 대한 한국정부의 이행상황, 현실, 필요한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 내용 등이 집약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상담소는 4개 의제 작성에 주요하게 참여 하였어요. 통합보고서상 4. 형법 제297조 강간죄 개정 및 배우자 강간 범죄화, 5. 형사/사법절차에서의 피해자 권리 보장, 8.학교, 군대 등 공적 기관 내 성폭력 처벌 및 방지 조치 강화, 23.임신중지 비범죄화 관련 후속 조치 마련에 대한 것입니다. 또한 상담소의 단독보고서도 제출해서, 강간 피해의 현황과 동의여부가 아니라 폭행협박을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는 형법 297조의 한계, 형법상 강간죄 개정에 대한 현 정부와 정치권의 훼방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여 제출했습니다. 몇몇 CEDAW 위원들은 상담소를 비롯한 NGO들이 성심껏 작성하고 번역해서 제출한 보고서를 읽고 질의해주어 감사하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자세한 보고서 내용은 링크를 클릭해서 살펴봐 주세요. 


한국정부 심의를 위한 사전 준비 과정에서 NGO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로서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쟁점 및 질의 목록에 대한 사전의견서와 본심의를 위한 독립보고서를 제출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보고서 제출을 둘러싸고도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요,  인권위원장과 위원 10인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에서 독립보고서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와 채택을 하지 못하도록 김용원, 이충상 두 전문위원의 적극적인 방해를 놓은 것입니다.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내용이 삭제 되었고 형법 297조 강간죄 개정, 일본군성노예제문제, 이주가사노동자 권리, 여가부 폐지 시도와 성평등 정책 퇴행 등의 내용이 추상화되거나 약화되기도 하였습니다. 상담소를 비롯한 여성/인권시민단체들은 전원위원회 방청, 기자회견, 성명 등을 통해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로서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상담소에서는 올해 4명의 활동가- 사무국의 오매, 성문화운동팀의 유랑, 수수, 열림터의 신아- 가 제네바에 가게 되었어요. 상담소에서는 매해 활동가의 해외 교류와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코로나 등으로 인해 순서가 밀리고 지난해는 CEDAW 한국정부 심의가 미뤄지면서 올해 4명의 활동가가 함께 제네바에 가게 된 것이죠. 특히 성문화운동팀과 사무국에서는 강간죄 개정을 촉구하며 여성차별철폐협약과 위원회의 권고를 ‘동의여부’라는 판단기준이 보편적인 인권 규범의 근거로 여러 차례 제시했었는데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당선된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에 더하여 실제 피해자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비동의강간죄개정을 무력화하는 등 차별과 불평등을 악화하고 있기에, 눈에 불을 켜고 한국 현실을 알리겠다고 다짐하였죠. 3월 12일부터 5월 7일까지 매주 화요일 아침 9시 함께 모여서 CEDAW 심의와 연관된 영문 보고서를 읽고 표현도 익히고 말도 해보는 공부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는 전화영어도 결제했답니다) 10주간의 영어 공부의 덕분인지 상담소 모 활동가는 OHCHR 동아시아담당관과 여성특보 데스크오피서 면담 자리에서 대본도 없이 눈을 쳐다보며 영어로 말했다죠!


여기까지 CEDAW 대응팀의 사전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현지에서는 대응팀이 보고 경험한 것, 활동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이어 보실게요.




🙋🏻‍♀️🏃🏽‍♂️‍➡️CEDAW 심의 대응 과정에 참여하며🙋🏻‍♀️🏃🏽‍♂️‍➡️


유랑: 원래 작년이었던 UN CEDAW가 코로나로 미뤄진 탓에 저는 올해 운좋게 현지 로비 대응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가기 전에는 주로 강간죄 개정, 성폭력 피해자 권리 보호와 같이 UN 위원이 한국 정부를 감시하고 권고했으면 하는 정책을 한국어로 작성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어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동료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잘 협력하는 것을 보며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섰죠.


수수: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24년을 맞이하는 계획회의 때였나 ‘수수도 이번 CEDAW 대응에 가면 어때요?’ 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사실 CEDAW 가 무엇의 줄임말인지도 몰랐답니다. 뉴욕에 가는지, 제네바에 가는지도 몰랐었죠. 너무 컨베이어벨트 위의 직장인 같나요?! 하지만 실제 준비하면서는 열심히 공부했어요. 저는 4년동안 부설 쉼터 활동을 하며 주로 생존자와 일상을 함께 하는 활동을 했기 때문에, 국제 협약이나 법정책을 아주 자신 있게 알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주로 다른 활동가들이 한국어로 작성한 문서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이 번역어가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인지, 지난 번 심의에서는 어떤 용어를 썼는지 등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CEDAW 관련 공부가 되더라구요. 😂 


유랑: 여성단체들이 제네바에서 모여 진행한 첫 번째 회의가 생각나요. UN위원과의 비공식 만남인 런치 브리핑, 공식 만남인 인포멀 브리핑을 하기 전날, 발표자들끼리 리허설을 하고 브리핑에 제출할 보고서를 점검하고 역할분담을 하는 회의였죠. 한국에서 CEDAW 준비를 위해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 사전미팅을 몇 번 했지만, 스위스 현지에서 보니 또 느낌이 달랐어요. 한국에서 급하게 온 사람도 있었고 여유있게 와서 이미 업무를 시작하고 있던 팀도 있었어요. 회의실은 넓지 않았는데 다들 여기저기 빈 자리에 앉아 열정적으로 회의를 하는 모습이 멋졌어요. 제한된 시간에 어떻게 위원들에게 우리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이야기하는 열기로 회의실이 후끈했죠. 🔥🔥


수수: 저는 UN 위원과의 런치브리핑에서 성폭력과 가정폭력 이슈를 소개하기로 했었어요. 다른 의제들도 많았기 때문에 제게 주어진 시간은 3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 이슈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부 보고서에는 보이지 않는 비어있는 구석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영어로 말하는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라 대본을 썼었어요. 그런데 다른 의제를 소개하기로 한 활동가들도 모두 대본을 썼더라구요. 모두의 준비성이 대단했습니다. 대본의 첫 마디는 모두! 자기 소개였죠. 나중에 인쇄한 대본을 가지고 “I’m △△어디계세요~ 가져가세요~, “I’m 〇〇 가져가세요~" 하면서 서로를 놀리기(?)도 했어요. 




유랑: 5월 13일은 한국 런치브리핑과 인포멀브리핑이 모두 있었어요. 런치브리핑은 UN위원들에게 현장에서 활동하는 NGO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여성인권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죠. 우리는 가정폭력이 포함된 젠더폭력 의제에 대해 수수가 발표했죠! 중요한 자리인만큼 긴장감도 있었지만, 한국의 활동가들이 너무 발표를 잘 해주었어요. 그래서 익명출산제, ‘위안부’ 문제, 젠더폭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UN위원들의 질문이 쉬지않고 나왔었구요. 


수수: 런치브리핑 때 활동가들과 위원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참여했었어요. CEDAW 위원들, 사회자, 발표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대부분 서 있었죠. 방이 가득 찼던 게 기억나요. 원래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같이 간 상담소 활동가들이 제 옆과 뒤에 앉아 제게 힘을 줬어요. 격려인지 부담감 얹어주기였는지(?!) 잘 구분은 안 갔지만 결론적으로 아주 크게 발표할 수 있었단 사실~😉




유랑: 런치브리핑 때 열정적인 문답이 오가서였는지 바로 다음 일정인 인포멀 브리핑에서는 한국에 대한 질문이 없었어요. 보통은 인포멀 브리핑을 먼저 하고 다른 날에 비공식 런치브리핑을 한다고 해요. 이번처럼 모든 일정이 하루에 다 잡힌 적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도 하더라구요. 인포멀브리핑에는 한국뿐 아니라 몬테네그로, 싱가포르, 에스토니아에서 온 NGO 활동가들이 참여했어요. 10분간 각국의 여성인권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짧게 요약해서 발표하는 자리였어요. 한국에서 온 우리 NGO는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젠더 기반 폭력’, ‘노동권’, ‘건강권’, ‘소외된 여성들의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전달할 수 있었어요.


수수: 유엔 회의실에 있는 처음 보는 물건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통역기더라구요. 그걸 귀에 걸고 몇 번을 누르면 영어, 스페인어 등의 동시통역을 들을 수 있었어요. 다른 나라의 여성인권상황도 그 이어폰을 통해 들었답니다.


👉👉 UN CEDAW 런치브리핑과 인포멀브리핑 내용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

[후기] 2024 제네바에서 함께 하는 여성 운동 소식 (1) - CEDAW 제9차 한국 본심의 NGO 참가단 첫 공식일정 : 런치브리핑

[후기] 2024 제네바에서 함께 하는 여성 운동 소식 (2) - CEDAW 제9차 한국 본심의 NGO 참가단 공식일정 : 퍼블릭 인포멀 브리핑



유랑: 5월 14일은 대망의 본심의 날이었죠. 작년부터 지금까지 NGO가 한 일들은 모두 이 날을 위해서였죠. UN 위원들이 한국의 여성인권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하고 권고할 수 있도록 노력했답니다. 본심의 날은 정부가 발표하고 정부 보고서에 UN위원들이 질문하는 시간이에요. 전 날 일정들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어서 저는 조금 따라가기 힘들었는데요. 이 날은 한국어 동시통역이 진행되어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 활동가들은 형식적인 보고서를 앵무새처럼 읽는 정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어요. 또 때로는 현실과 맞지않는 대답을 하는 모습에 어이없어 하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했어요. 그 와중에 정부 답변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속기도 병행해야 해서 정신 없기도 했죠. 😵‍💫


수수: 맞아요. 정숙해야 하는 회의 자리인만큼, 다들 예의를 지키고 있었지만. 정부의 말도 안 되는 답변을 직접 들은 누구라도 누구나 눈꼬리가 올라가고, 입에서 한숨이 나왔을걸요? 🫢 (가령 한국은 트랜스젠더 차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냐는 UN CEDAW 심의위원의 질문에, 한국 정부는 헌법 상 모든 국민은 평등하고, 한국의 성폭력특별법은 피해자의 성별정체성과 무관하게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고 답했다… 아니, 그걸 질문한 게 아니잖아요…) 


유랑: 그러다 강간죄 개정과 성폭력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 등 상담소에서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잘 숙지한 UN위원이 이와 관련된 질문을 정부에 했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UN CEDAW 현지 대응팀에 참여하면서 NGO가 국제기구를 통해 이렇게 정부를 감시하고 정책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어요. 정부 심의 쟁점 목록을 짜는 작업부터 본심의 때 정부에 전달될 질문까지… 모든 절차에서 NGO의 역할이 중요하고 컸어요. 가끔 내가 하는 활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라는 의문이 들때가 있었는데 CEDAW에 참여하며 ‘활동가’로서의 효능감을 얻게된 것 같아요.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생긴 것은 덤이구요! 🧚🏽‍♀️


수수: 저도 동감이에요. NGO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었어요. 비영리단체, 국제기구, 정부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CEDAW에서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하라고 여러 번 권고했다는 거 다들 아시나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도 권고했다는 사실은요? 정부가 이제 그만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여야 할텐데…. 


👉👉 UN CEDAW 본심의 내용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 [후기] 2024 제네바에서 함께 하는 여성 운동 소식 (3) - CEDAW 제9차 한국 본심의 NGO 참가단 공식일정 : 한국 정부 본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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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 사실 저는 9년 전에 유럽에 짧게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 이후 오랜만에 유럽에 오니까 또 다른 것들이 눈에 보였어요. 옛날과 달리 제가 독립해서 혼자 살기 시작해서인지 이번에는 생활적인 측면들이 많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예를 들어, 한국과는 다른 신기한 모양의 채소들과 과일과 빵들! 그리고 한국에는 없는 소스들과 수많은 맛의 요거트와 씨리얼들! (스위스 대표 마트 중 하나인 COOP에 가면 여러 식료품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답니다.) 우리는 주로 요리를 해먹었는데 끼니마다 다양한 요거트를 맛보고 서양의 야채들(루꼴라와 아스파라거스 등)로 샐러드를 해먹으면서 건강을 잘 챙겼어요. 🥗참, 스위스는 외식 물가가 비싼데도 식재료 물가는 서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더라구요. 이게 좀 화가 나기도 했어요. 10년전에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는 집회가 있었는데… 아직도 한국 최저임금은 1만원이 안 되잖아?!


수수: 아, 저는 유럽에 처음 가본 거였어요. 저도 여행할 때 식료품점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눈에 들어왔던 것은 다양한 비건 식품이었어요. 🥦비건 요거트가 그렇게 다양할 줄이야… 비건 치즈가 당연한 옵션으로 있을 줄이야… 한국에서는 비건 친구들과 함께 매번 성분표를 빡세게 공부하며 이것이 과연 식물성 음식이 맞는지 확인했는데, 제네바에서는 ‘VEGAN’ 이라고 쓰인 것을 보고 맘 편히 구매할 수 있었어요. 


유랑: 그리고 제네바 곳곳에 크고 멋진 공원이 있는 것도 눈에 띄었어요. 공원에 처음 보는 큰 나무들이 아주 깔끔하게 잘 보호되고 관리되어 있는 것이 인상깊었죠. 🌲


수수: 맞아요. 마침 같이 간 사람들이 대부분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는 이들이었잖아요. 공원과 식물원에서는 정신을 놓고 즐겼지만, 그냥 거리에 있는 조경도 멋졌죠. 가로수를 세심하게 전정(가지치기)한 것을 보고 감탄했잖아요.


유랑: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맞는데 걸핏하면 건물을 올리고 숲을 깎아 개발을 하는 한국의 도시와 제네바가 비교되어서 씁쓸해졌어요. 공식 일정이 끝나고는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그린델발트라는 장소에 며칠 묵었어요. 유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융프라우도 보고 설산을 옆에 끼고 트래킹도 하고. 설산이 가득 보이는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피르스트 산에서는 액티비티도 즐겼구요. 🏔️처음 보는 멋진 대자연과 아기자기하고 전원적인 시골 풍경은 한참을 바라봐도 좋았죠. 집집마다 키우는 소 목에 큰 방울이 달려있었는데 이 종소리가 그린델발트 어딜가나 들려요.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리였어요.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갈까요? 아마 도시에 사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겠죠!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건강한 밥상을 먹고 더 몸을 움직이고 자연을 더 많이 보고싶은데... 서울에서는 왜 이런 일상이 어려울까요?


수수: 맞아요. 제네바 인구는 2017년에 19.9만명이었대요. 같은 해 서울 인구는 977.6만. 물론 면적 차가 크긴 하지만서두, 도시 규모가 굉장히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스위스는 소위 말하는 제 1 세계잖아요. 물론 스위스의 국가/시민 차원의 여러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 1세계가 다른 국가에 위험과 안전, 환경파괴를 외주화하는 전지구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해요. 앗! 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해 얘기하다가 지구 문제까지! 그러고보면 CEDAW 위원들도 세계 각국의 전문가이고, 방문한 NGO도 너무나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라는 게 새삼 느껴지네요.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서로를 서로에게 엮으며 살고 있다…! (지구에 대해 생각하며 후기를 종료한다…)🌎